종교적 신념으로 예비군 훈련 거부...4년 재판 끝에 무죄
종교적 신념으로 예비군 훈련 거부...4년 재판 끝에 무죄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3.28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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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전역 후 여호와의증인 입단...16년부터 6차례 예비군 훈련 거부
종교적 신념은 불응의 ‘정당한 사유’인가 쟁점됐으나 1·2심에선 유죄
2018년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 손 들어주며 상황 바뀌었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A씨에 4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종교적 신념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A씨에 4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A씨에 대한 4년 간의 재판 끝에 무죄가 선고됐다.

28일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항소2부는 예비군법 및 향토예비군 설치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의 파기환송심에서 앞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모두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1년 입대 당시에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니었으나 만기 전역 후 2016년 정식 신도가 됐다. 이에 2016년 11월 동원훈련 미참석자 보충 훈련을 받으라는 예비군 훈련 소집 통지서를 받았지만 불참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 10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훈련에 불응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2017년~2018년 4차례에 걸쳐 30만~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A씨 측은 이미 예비군 훈련 불응행위로 여러 차례 처벌을 받은 이상 다시 이 사건을 처벌하는 경우 중복처벌·이중처벌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당시 1심에서 재판부는 “A씨의 훈련 거부는 양심 표명의 자유 관점에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양심 표명의 자유도 다른 기본권들과 마찬가지로 헌법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 양심 표명의 자유가 헌법적 가치보다 우월한 가치로 취급될 수 없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종교적 교리와 양심의 자유에 따라 훈련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예비군법상 훈련 불참의 ‘정당한 사유’이며, 헌법과 국제규범에 부합한 정당한 행위”라며 항소했다. 2심은 양심의 표명을 훈련 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형량을 낮춰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A씨의 상고심 도중인 2018년 6월과 11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연이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손을 들어주며 A씨 사건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병역법 규정이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판단하고, 이들이 처벌 대신 대체복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역시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는 정당한 거부 사유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지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1월 대법원은 “예비군법상 훈련을 받지 않을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무죄 취지로 A씨의 사건 선고를 파기하고 서부지법에 돌려보냈다.

이에 이번 파기환송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이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것은 종교적 신념에 기초해 형성된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에 따른 것으로, 이는 구 향토예비군설치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훈련 거부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A씨가 일반 군 복무는 모두 마치고 예비군 훈련만을 거부하고 있는 점을 들어 “징병제나 군대조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 진정한 양심과 관련 없는 사유에 기인한 단순 입영 기피와 동일하게 보기는 힘들다”고 무죄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대체복무를 통해 예비군 훈련의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에 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재상고하면서 사건은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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