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물의 자유를 위한 움직임,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공동대표
【인터뷰】 동물의 자유를 위한 움직임,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공동대표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03.30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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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있어야 할 곳에 있기 위한 노력 “돌고래를 바다로”
한국 고래류 감금시설 현황과 방류 촉구 움직임에 앞장서
대표 아나키즘 운동가, 대추리, 새만금, 강정마을서 활동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2013년 첫 야생방류 된 수족관 돌고래 ‘제돌이’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제주도 앞바다에서 건강하게 모습을 보인다. 많은 사람이 알지는 못해도,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움직이며 돌고래의 자유와 보호에 앞장서는 이들이 있다. 돌고래를 통해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알려가는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바로 그런 곳이다. 핫핑크돌핀스의 조약골 공동대표를 만났다. <편집자주>

(사진 제공/핫핑크돌핀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방류된 돌고래를 관찰하는 핫핑크돌핀스의 운동가들. (사진 제공/핫핑크돌핀스)

수족관 돌고래 해방운동 단체, 핫핑크돌핀스

2011년 한국 최초로 수족관 돌고래 해방운동을 시작한 핫핑크돌핀스는 2013년 제돌이 야생방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일곱 마리의 수족관 남방큰돌고래들을 고향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에 참여했다. 방류된 돌고래들이 잘 지내는지 가까이에서 지켜보기 위해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에 제주돌핀센터를 세우고, 멸종위기 해양생물 보호와 해양생태계 보전운동을 펼치고 있다.

공동대표는 환경운동가 황현진과 공동으로 핫핑크돌핀스를 설립한 뒤 건강한 해양생태계 보전과 돌고래 등 위기에 처한 해양생물 보호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등지느러미에 숫자 1번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는 야생방류 11년째가 되는 2021년에도 여전히 제주 바다에서 동료들과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돌고래 공연장에서 쇼를 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비롯해 7마리 돌고래가 고향 제주 바다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한국에는 6개 시설에 22마리의 고래류가 좁은 수조에 갇혀 있는 실정입니다.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핫핑크돌핀스는 2022년에도 여전히 수족관과 돌고래쇼장에 갇혀 있는 22마리의 흰고래와 돌고래들도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마지막 생존 흰고래인 벨루가 ‘벨라’ 야생방류의 약속을 이행하라는 시위를 활발하게 벌이기도 했다. 이 시위에서 핫핑크 돌핀스는 롯데에게 ‘방류기술위원회’ 회의 자료와 벨루가 야생방류 세부 계획을 공개하고 비인간동물 착취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벨루가 방류에 사용할 것 그리고 벨루가의 전시를 당장 중단하고 약속한 대로 올해 말까지 벨루가를 야생적응훈련장으로 이송할 것 등을 요구했다.

(사진 제공/핫핑크돌핀스)
제2롯데월드의 벨루가 전시 중단 약속 이행 촉구를 알리는 핫핑크돌핀스의 팻말. (사진 제공/핫핑크돌핀스)

고래고기 유통 금지, 공연 전시 금지 주장

현재 핫핑크돌핀스에는 네 명의 상근 활동가가 있다. 영역을 분담하기도, 때때로는 다 같이 활동하기도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활동 기획과 정책회의와 야생 돌고래 모니터링, SNS와 홈페이지 관리, 회원 관리 등을 하고 주말에도 사무실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다 보면 일주일 내내 일하기도 부지기수다. 제주도, 서울과 부울경 그리고 강원도에 지부가 있는데, 지부에는 자원활동가들이 상황에 따라 상주하며 일한다.

적은 인원이지만 핫핑크돌핀스가 중점을 두고 벌이는 활동은 결코 적지 않다. 수족관 돌고래 해방운동, 울산 고래고기 환부사건 진실 규명, 돌고래 서식처 및 해양생태계 모니터링, 해양생태감수성 교육, 고래고기 유통 중단 및 불법포획 감시, 국내 최초 육상 고래관찰센터 건립과 돌고래 도서관 운영, 일본 다이지 돌고래 포획 및 상업포경 규탄 운동 등 세기도 힘든 많은 활동을 펼친다.

“한국 바다의 고래류는 불법 포획과 혼획으로 여전히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밍크고래를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고래고기의 유통을 금지해야 합니다. 고래류의 수입과 공연, 전시를 모두 금지해야 합니다.”

(사진 제공/핫핑크돌핀스)
핫핑크돌핀스를 통해 동물의 생명 존중과 가치를 알리고 있는 조약골 공동대표(왼쪽). (사진 제공/핫핑크돌핀스)

“느리지만 꾸준히” 사회운동 앞장

핫핑크돌핀스의 조약골 공동대표는 국내 대표적인 아나키즘 운동가다. 그가 대추리, 새만금, 강정마을 등에서 활동을 한 것은 핫핑크돌핀스 결성 이전이다. 대추리에서는 평화운동을 해왔고 새만금에서는 환경운동, 강정마을에서는 군사기지 반대 운동을 해왔다.

“지금은 핫핑크돌핀스라는 해양환경단체의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을 하고 있지만, 탈권위적이고 모두의 해방을 위한 사회운동을 전부터 해왔습니다. 사회운동에는 평화운동, 인권운동, 환경운동, 교육운동 등 여러 분야가 있는데요, 저는 이런 여러 분야의 사회운동들이 따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적인 흐름으로 나가는 것을 지향해왔기 때문에 다양한 곳에서 활동했습니다. 겉으로는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채식 운동도 20년째 하고 있습니다.”

그가 사회운동을 하며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는 생명, 평화, 평등, 해방 등이다. 이런 가치들이 서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하면서 새로운 힘을 얻는다고 믿는다.

“꿈을 꾸면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느리더라도 꾸준히 움직이는 성격입니다. 평화운동이나 환경운동이나 채식운동 모두 넓은 관점에서 보면 서로 연관돼 있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내용이 매우 다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활동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배우면서 사회운동을 해올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장소와 활동에 주저없이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 훌륭한 동료 활동가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진 제공/핫핑크돌핀스)
제주돌핀센터는 국내 최초의 육상 고래관찰센터리가. 돌고래도서관도 운영한다. (사진 제공/핫핑크돌핀스)

“새 정부, 환경적 측면에서 크게 우려돼”

환경운동의 분야에서 핵발전은 근본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분야다. 핵폐기물과 방사능 오염수 등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자력 발전을 늘리려는 새로운 정권에 대한 조약골 공동대표의 우려는 깊을 수밖에 없다. 그는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감축을 고민하는 이 시기에, 다시 원자력발전으로 돌아가려는 새 정권의 고집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핫핑크돌핀스가 사무실이 위치한 제주로만 한정시켜 봐도 윤석열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에 제주 지역 공약으로 '제주 제2공항 재추진'을 내걸었다.

“제주는 지난 10년간 난개발에 의한 환경파괴로 몸살을 앓아왔고,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 제주라는 섬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관광객들을 불러들였다가는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제주도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제주 제2공항에 대해 수용 불가로 의견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있었는데 이제 그 갈등과 분열을 치유해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권은 다시 제주에서 제2공항 추진을 통해 갈등을 더욱 확산시키려고 합니다. 대단히 우려스럽고, 앞으로 제주도의 환경 수용력이 다시 포화상태에 이르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최근에는 제주시 한경면 해안에 10기가 들어선 탐라해상풍력이 풍력발전기 9기를 추가로 설치하는 확장 사업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현재 탐라해상풍력 발전기들은 한경면 해안에서 겨우 300미터~500미터에 달하는 지점에 설치돼 있는데, 추가 설치하는 발전기들은 약 1km 떨어진 지점에 들어서게 돼 신창, 두모, 금등, 판포 일대 해안가는 총 19기에 달하는 해상풍력발전기들이 완전히 점령하게 될 것이라는 게 핫핑크돌핀스의 주장이다.

“제주 연안 일대에 이렇게 많은 해상풍력발전기들이 들어서게 되면 이 지역 정착거주자인 멸종위기 보호종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에는 커다란 악영향이 미치게 됩니다. 사업자가 제시한 탐라해상풍력 확장사업 열람 자료를 보면 발전기 설치 공사시 발생하는 항타 소음은 50km 이내의 큰돌고래들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킨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제주 서부 전해역이 해상풍력발전기 소음 구역이 되는 셈이죠.”

(사진 제공/핫핑크돌핀스)
제주 연안의 남방큰돌고래를 위해 해양생물보호구역 지증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사진 제공/핫핑크돌핀스)

해양생물보호구역 지정을 위한 노력

이처럼 핫핑크돌핀스의 다양한 활동의 중심에는 동물의 생명과 평화의 가치가 있다. 조약골 공동대표와 활동가들은 오늘도 꾸준히 제주 연안에 정착해 살아가는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관찰하고 있다.

꼬리 지느러미가 잘려나간 오래, 등지느러미에 숫자 2번 표식이 있는 춘삼이와 두 번째 새끼 돌고래, 꼬리지느러미에 낚시줄로 추정되는 페어구가 걸린 채 유영하는 꽁이 등 수많은 돌고래를 꾸준히 관찰하고 추적한다. 관광선박과 낚시선박 등의 온갖 위협에도 바다를 떠날 수 없는 돌고래를 위해 제주 남방돌고래들의 서식지를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핫핑크돌핀스가 당면한 가장 큰 목적이다.

“이와 동시에 현재 내 5곳의 고래류 수족관에서 감금된 22마리의 고래류 동물들을 5년 이내에 넓은 바다로 모두 돌려보내는 것도 큰 목표입니다. 우리가 좀더 해양생태계의 중요한 가치를 인식하고, 바다의 개발이나 바다의 이용보다는 바다의 보전에 초점을 맞추도록 정책을 변화하려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 구성원 모두가 바다의 소중함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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