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애경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정안’ 거부...사실상 무산
옥시·애경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정안’ 거부...사실상 무산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4.0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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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보상 총액, 기준, 분담비율 등 문제 들며 반대
조정안 상 보상액 옥시 53.93%, 애경 7.42% 차지
피해자단체 측 “조정위, 빠르게 재조정 시도해야”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산업이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안에 거부 의사를 밝혀 최종 조정안은 사실상 무산됐다. 사진은 가습기살균제 노출로 2010년 사망한 故김철호 군과 문제가 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의 모습. (사진/환경보건시민센터 홈페이지 제공)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산업이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안에 거부 의사를 밝혀 최종 조정안은 사실상 무산됐다. 사진은 가습기살균제 노출로 2010년 사망한 故김철호 군과 문제가 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의 모습. (사진/환경보건시민센터 홈페이지 제공)

[한국뉴스투데이]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산업이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안에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11년만에 도출된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정안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 

6일 가습기살균제 피해보상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와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에 따르면 조정에 참여했던 가습기살균제 제조·유통 9개 업체는 4일 조정위 측에 최종 조정안 동의 여부를 전달했다.

9개 기업 중 옥시·애경, 조정안 거부

9개 업체 중 SK케미칼와 SK이노베이션·LG생활건강·GS리테일·롯데쇼핑·이마트·홈플러스 등 7개 업체는 조정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산업 두 곳은 조정안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정안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알려진 뒤 11년 만에 나온 조정안이다. 피해자의 구제 조정은 기업들과 피해자 단체가 모두 동의해야 최종 성립되는 만큼, 두 기업의 거부로 피해 보상은 다시 난관에 놓였다.

앞서 조정안에서 정한 피해보상액은 초고도 피해자에 8392만원(84세 이상)~5억3522원(1세), 고도 피해자에 7093만원~4억730만원, 사망자 유족에 2억원(60세 이상)~4억원(1~19세) 수준이다. 간병비와 고도 치료비 등을 제외하면 9개 기업의 부담금은 최대 9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옥시와 애경 두 기업은 ▲피해보상 총액 ▲각 기업의 분담 비율 ▲피해보상 기준 ▲종국성 담보 문제 등 이유로 조정안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습기살균제 살인기업들의 책임을 촉구하고 조정위가 올바른 조정안을 내놓도록 요구하는 1인시위 및 캠페인' 16일차인 지난 3월 11일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더 이상 억울한 가습기살균제 죽음을 만들지 마라!'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환경시민보건센터 홈페이지 제공)
'가습기살균제 살인기업들의 책임을 촉구하고 조정위가 올바른 조정안을 내놓도록 요구하는 1인시위 및 캠페인' 16일차인 지난 3월 11일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더 이상 억울한 가습기살균제 죽음을 만들지 마라!'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환경보건시민센터 홈페이지 제공)

옥시·애경 제품 피해자 가장 많은데...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에 따르면 해당 조정안에서 판매량 및 피해자발생 1위였던 옥시는 피해보상액의 53.93%를, 2위였던 애경은 7.42%를 분담하게 돼있다.

지난달 말 기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법 상 피해자 4291명이 가장 많이 사용한 제품은 옥시의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과 애경의 ‘가습기메이트’다. 특히 옥시의 제품은 전체 피해자의 83%가 사용했다.

해당 제품의 살균원료 PHMG는 SK케미칼이 만들어 공급한 것으로, 애경의 해당 제품 역시 SK케미칼에서 공급한 원료 CMIT를 사용했다. SK케미칼은 이번 조정안에 동의한 바 있다.

문제가 됐던 제품들의 판매량은 각각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415만개, ‘고체형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56만개, ‘애경 가습기메이트’ 164만개, ‘애경 파란하늘 맑은 가습기’ 8만여개에 이른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구제기금 내도록 강제해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피해자 유족들은 “이들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는 전체 894만명으로 추산되며 이중 건강피해자는 95만명, 사망자는 2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니까 현재의 피해신고자는 전체 피해자의 1%도 안 되는 0.8%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옥시와 애경은 0.8%의 피해에 대해서 조차도 책임지지 않겠다며 자신들이 참여했던 사회적 합의기구인 조정위의 조정안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옥시가 그동안 배상한 피해자는 405명에 불과하고, 애경이 배상한 피해자는 11명에 불과하다”며 “지난 10년간 옥시, 애경, SK 등 가해기업은 자신들의 제품을 사용했던 소비자 피해를 조사하지 않았다. 단 한 명의 소비자들도 찾아내지 않았고 자체신고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정위는 빠른 시일 내에 모든 기업들이 참여하도록 추가적인 조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기어이 기업들이 자율적 조정에 응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조정안의 피해지원 내용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에 담도록 법을 개정하고, 기업들이 구제기금을 내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안 거부에 대해 옥시 측은 “이미 폐 손상을 입은 피해자와 가족들에 3640억원을 지급했다.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애경 측은 “조정위 발표 전 구체적 회사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옥시와 애경의 조정안 거부와 관련해 조정위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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