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킨텍스·요진 의혹’ 10년 만에 진실 밝히다…김영선 前 고양시의원
【인터뷰】 ‘킨텍스·요진 의혹’ 10년 만에 진실 밝히다…김영선 前 고양시의원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4.15 17: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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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텍스 부지 매각, 요진건설 기부채납 등 의문점 발견
시의회 회의서 당시 현직 시장에 문제 제기하며 논쟁

고발 담은 책 출간해 명예훼손·공직선거법 등으로 실형
피선거권 박탈에 정치생활 중단...의혹은 사실로 드러나
지난 7일 3호선 주엽역 근처의 국민의힘 지역사무소에서 김영선 전 의원을 만났다. 김 전 의원은 고양시의원이었던 당시 현직 시장에 문제를 제기하며 치열한 공방을 이어간 바 있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지난 7일 3호선 주엽역 근처의 국민의힘 지역사무소에서 김영선 전 의원을 만났다. 김 전 의원은 고양시의원이었던 당시 현직 시장에 문제를 제기하며 치열한 공방을 이어간 바 있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한국뉴스투데이] 김영선 전 의원은 고양시의원이었던 지난 2014년, 당시 현직 시장의 각종 의혹들을 고발하는 내용으로 책을 출간했다. 이에 시장으로부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뒤 징역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실형을 받은 탓에 현재까지 약 7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상태로 지냈다. 그러나 고양시장이 바뀐 지난 2018년을 기점으로, 감사 및 수사가 진행되면서 당시 김 전 의원이 제기한 내용들은 점차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홀로 긴 싸움을 이어온 김 전 의원은 “느리더라도 진실은 밝혀진다”는 믿음으로 견뎠다고 말한다. 김 전 의원의 고향이기도 한 고양의 국민의힘 지역사무소에서 김 전 의원을 만났다. <편집자 주>

고양시 토박이 시의원, 의문을 발견하다

김영선 전 고양시의원은 고양시에서 나고 자란, 고양시 토박이다. 부모님은 고양시에서 땅을 일구셨고, 김 전 의원 역시 고양시에서 아이들을 길렀다. 숙명여대 재학시절 총학생회 활동을 하기도 했던 김 전 의원은 어느샌가 삼남매를 키우는 주부가 됐지만, 주변으로부터 정치하자는 제안을 받곤 했다. 

이에 김 전 의원은 진보 색을 띠는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에서 정치를 배운 뒤, 2006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소속으로 고양시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계에 발을 들였다. “진보 세력의 문제를 느낄 계기들이 있어서, 공천 받을 시점에 한나라당을 선택했더니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사람들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런데 또 한나라당에 가니까 거기선 제가 진보 출신이라고 그러고요. 제가 그런가봐요. 진보에서 보면 보수고, 보수에서 보면 진보고. (웃음)”

시의원이 된 뒤, 어느 날 자동차를 몰고 백석역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김 전 의원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신도시이자 계획도시인 이 고양시에서, 꼭 백석역 앞을 지나칠 때면 길이 막혔다. “이곳 일산은 계획신도시인 만큼 길이 잘 뚫려 있어서 막히는 일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백석동은 개발을 앞두고 있어서 빈터가 많았는데, 그런 곳이 막히는 거예요. 벌써부터 막히면 개발 이후에는 도로계획이 어떻게 돼있을지, 저도 고양시에 사는 주민이니까 궁금하잖아요. 거기에서부터 시작된 거죠.” 

그런데 의회에 찾아가 자료를 살펴보던 김 전 의원의 의구심은 더 커졌다.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지금도 막히는데, 건물이 들어오면 지금보다 더 교통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영향평가를 받았다는 거예요. 개선책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찾아봤더니, 문제상황이 아예 빠져있는 자료를 보게 된 거죠.” 이에 김 전 의원은 백석동의 개발 문제를 몇 년에 걸쳐 주시하게 된다.

전·현직 시장과 요진건설의 기부채납 분쟁

당초 백석동의 해당 부지는 1991년 일산신도시 개발 당시 출판단지로 기획됐던 곳이다. 그러나 파주시에 출판단지가 들어서면서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 그러다 1998년 요진건설산업(이하 요진)이 해당 부지를 유통업무시설 용도였던 만큼 저렴하게 매입했고, 요진은 복합단지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양시 측에 용도변경 요구를 지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용도변경으로 개발을 허용하는 경우 막대한 이익이 요진에 돌아가게 될 만큼, 특혜 의혹 등 문제될 소지가 많았다. 따라서 2010년 강현석 당시 고양시장은 요진 측과 협약서를 작성하기로 하고, 용도 변경을 해주는 대신 이후 해당 부지의 1/2 수준(약 1만6500평)을 기부채납하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요진 측에서는 1/3 수준(약 1만1000평)의 토지를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토지(약 5500평)에 대해서는 그에 준하는 학교시설과 업무시설 등을 기부채납하겠다고 제안했다. 강 전 시장이 이를 대부분 수용하면서, 용도를 변경해주는 대신 ▲1만1000평의 토지 ▲학교건물과 학교부지 ▲업무빌딩 등의 시설물을 기부채납 받는 내용으로 최종 협약이 체결됐다. 

그런데 문제는 최성 시장이 취임한 뒤 2012년 추가협약서가 작성되면서 불거졌다. 최성 시장의 추가협약을 통해 기부채납의 범위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기부받을 업무시설의 규모를 정하지 않았고, 업무용 부지 대금 기한을 유예해 주기도 했다. 특히, 학교부지의 소유권을 요진의 학교법인인 휘경학원에 무상으로 넘긴 점이 문제가 됐다.

이에 관해 당시 최성 시장은 “고양시에서 학교용지를 기부채납 받는다면 자체적으로 사학재단을 별도로 설립해 학교를 고양시가 운영하거나 임대·위탁해야 한다. 이는 자금 문제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됐다. 이에 주상복합시설 입주와 동시에 학교가 개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하고 최초협약에서 검토됐던 휘경학교법인이 학교시설을 설치·운영하도록 협약했다”고 설명했다.

책 출간 이후 시장으로부터 명예훼손,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당했다. 실형을 받으면서 정치인으로서의 삶은 중단된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의 각종 감사와 수사를 통해 하나둘씩 김 전 의원의 고발 내용이 사실이었음이 드러났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책 출간 이후 시장으로부터 명예훼손,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당했다. 실형을 받으면서 정치인으로서의 삶은 중단된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의 각종 감사와 수사를 통해 하나 둘씩 김 전 의원의 고발 내용이 사실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또 그 얘기’ 하는 사람

이러한 내용을 두고 김 전 의원은 고양시의회 회의를 통해 2011년부터 2년간 최 시장과 논쟁했다. 긴 문답으로도 시간이 부족해 서면으로 마저 질의할 만큼 10여 차례에 걸친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당시 김 전 의원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김 전 의원의 문제 제기에 동조하는 사람이 없었다. “처음에는 이 문제가 어려워서 그런가? 그랬어요. 저도 처음부터 잘 알았던 게 아니라 하나씩 알아가게 된 거니까요. 그래서 자료를 잘 만들려고 애도 정말 많이 썼어요. 자료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한테 뿌렸겠어요. 그런데도 아무도 저한테 맞장구치는 사람이 없었어요.”

오히려 시장과의 공방이 이어질수록 사람들의 피로감은 김 전 의원을 향했다.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하니까 언젠가부터는 제가 이상한 사람이 되더라고요. ‘또 그 얘기야? 아니 시장이 줄만 하니까 줬겠지. 당신이 이 문제에 매달리는 이유가 뭐냐’, 그런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당 안팎으로 욕을 먹었죠. 저는 사람들이 이 정황을 이해하기만 하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반응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 취급을 받을 때면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막막했죠.”

2년간의 논쟁 끝에 의회 내에서의 문제 제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김 전 의원은 2014년 1월 ‘최성 시장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판했다. 위와 같은 요진과의 학교용지 기부채납 문제 등에 더불어 킨텍스 지원부지의 헐값 매각 문제 등을 당시 회의 속기록과 함께 엮어, 시장의 직권남용 및 배임 혐의를 고발하는 내용의 책이었다.

같은 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최 시장은 고양시장 재선을 준비하던 시점이었고, 김 전 의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최 시장은 “출판물에 명백한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일방적인 비방 토론을 진행하는 등 고양시민의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는 흑색선전이라는 점에서 단호한 법적 대응을 하게 됐다”며 ▲후보자 비방 등 공직선거법 위반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김 전 의원을 고소·고발했다. 

가처분 인용부터 법정 구속까지

당시 의정부지방법원은 “행정행위에 대한 수사 결과나 감사 결과 등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채 도서에서 ‘직권남용이나 배임에 해당한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한 것은 채권자가 시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마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오해하게 할 소지가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서를 판매, 배포할 경우 채권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최 시장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어 2015년 8월, 1심에서 의정부지법은 ▲킨텍스 부지 매각의 경우 감정평가가 적법하게 처리돼 헐값 매각이라는 주장은 허위사실이며 ▲지방자치법에 따라 학교부지는 중요재산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중요재산 처분 문제를 시의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 법률 위반이라는 주장 역시 허위사실이라고 판시하며 김 전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후 2015년 11월에 열린 2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돼 풀려났지만, 1심에서의 법정 구속 이후 김 전 의원은 약 3개월간 구치소 생활을 했다. “제가 구속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죄를 지은 사람이 저라고 생각하질 않았으니까요. 부모님이 법정에 와 계셨는데, 차마 뒤를 돌아보질 못 했어요.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구치소에 들어가서도 한 일주일은 그 상황이 이해가 안 됐어요. 내가 왜? 왜 내가? 그런 생각만 계속 들고요.”

문제는 정치인으로서의 생활이 중단됐다는 점에 있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실형을 받은 김 전 의원은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이에 2015년 이후 현재까지 김 전 의원은 출마하거나 투표하지 못하는 상태로 지냈다. 지난해 국민의힘으로부터 제안을 받아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에서 운영위원으로 일하기 전까지, 해당 사건으로 인해 약 6년간 정치생활이 중단된 셈이다.

‘실체적 진실’에 대한 믿음

김 전 의원의 문제 제기가 하나둘씩 사실로 밝혀진 것은 지난 2018년부터다. 이재준 현 고양시장이 취임한 뒤, 고양시는 킨텍스 매각과 요진 기부채납 등의 문제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요진이 기일을 지나고도 기부채납을 이행하지 않자, 고양시는 기부채납 지연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 요진으로부터 약 15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가압류하기도 했다.

이어 2019년에는 고양시가 요진과의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최초 협약에 따라 학교부지·업무빌딩 기부채납을 돌려받았다. 아울러 2021년에는 요진에게 넘어갔던 학교용지의 소유권도 돌려받았다. 이러한 과정 내에는 김서현·송규근 등 몇몇 고양시의원들이 김 전 의원의 문제 제기를 이어서 제기한 맥락이 있었다.

특히 JTBC와 MBC 등 각종 언론사에서 해당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현재 고양시는 감사를 진행한 뒤 ‘요진 게이트 및 킨텍스 지원부지 헐값 매각’에 관련된 공무원 9명에 업무상 배임 혐의를 들어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정치적인 꿍꿍이 때문에 의혹을 제기했다’고 내몰렸던 김 전 의원의 주장이 하나둘씩 사실로서 공식화된 셈이다.

“그 당시 제가 홀로 싸울 때 제 목소리가 사람들한테 들리고 있는 게 맞나? 그런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러니 지금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기도 해요. 제가 책에서 실체적 진실이라는 말을 썼어요. 실체적 진실을 봐달라는 호소도 많이 했었고요. 진실이니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밝혀질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제게 힘이 없으니 시간이 참 오래 걸렸지만, 그 믿음이 흔들린 적은 없어요.”

현재 김 전 의원은 다문화가정과 소외계층에 기회를 제공하려는 목적의 문화나눔재단을 통해 ‘카페 솔롱고스’ 운영을 돕고 있다. 카페 솔롱고스는 일자리 문제로 한국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취지에서 운영되는 카페다. 또 김 전 의원은 이화여대 공공정책대학원에 입학해 정치를 배우고도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못 했던 공부도 시작했고, 문화나눔재단 활동도 하고, 국민의힘 지역사무소에서 일도 하면서 매일 바쁘게 지냅니다. 조금씩 밝혀지니 기쁘지만, 아직도 이 문제에 제대로 책임지고 벌 받은 사람들은 없는 상태에요. 그러니 제가 두 발 딱 짚고, 눈 부릅뜨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도 정신 차리자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견뎌왔어요. 느리더라도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다 질 때까지, 계속 지역정치인으로서 당당하고 기쁘게 나아가려고 합니다.”

한편, 지난 2019년 9월 대한민국옴부즈맨총연맹은 요진 특혜 의혹 등에 관련해 최 시장을 ▲직무유기 ▲직권남용에 따른 독직행위 ▲업무상 배임 ▲권리행사 방해 ▲위계에 따른 업무방해 ▲지방자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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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eyj2831 2022-04-15 22:33:17
이게 진정한 정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