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난감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코끼리공장 이채진 대표
【인터뷰】 장난감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코끼리공장 이채진 대표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04.20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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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장난감 기부 받아 소독 · 수리 후 단체 기부 업체
10년째 선행… 아동 관리 서비스와 소독수 제조로 수익
버려지는 장난감 한 달 10톤…“기업의 EGS경영이 도와야”

[한국뉴스투데이] 장난감은 대형마트나 문구점에서 흔히 살 수 있다. 한 아이가 쓰는 놀이방 속 장난감의 양은 실로 엄청나다. 한 번만, 한 아이만 쓰고 버려지는 장난감이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만들지 상상해 본 적 있는가? 쉽게 고장 나고 쉽게 버려지는 장난감을 수거해 고치고 재탄생시키는 곳이 있다. 울산에 위치한 코끼리공장이다. 이채진 대표는 이 장난감을 다시 판매하지 않고, 저소득 아동들에게 기부하는 역할을 한다. 장난감의 선순환을 돕고, 결과적으로 모든 아이들이 장난감만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코끼리공장의 이채진 대표를 만났다. <편집자주>

(사진/ 코끼리공장)
코끼리 공장을 7년 째 운영하고 있는 이채진 대표. (사진/ 코끼리공장)

동네 장난감이라도 고쳐보자고 시작

“남성이 아동학과를 나오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어요. 그나마 아동학과를 졸업한 소수의 남성은 부모님이 아동센터를 운영해 물려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저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죠.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사명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동복지 시설의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시작한 이채진 대표는 어린이집과 가정양육을 하는 기관에서 일하던 시절, 장난감이 너무 많이 고장 나고 버려지는 것을 보게 됐다. ‘이 동네 장난감이라도 고쳐보자’라고 마음먹고 시작한 자원봉사는 우연하지 않은 기회로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하게 됐고, 7년째 운영 중이다.

코끼리공장은 불필요하거나 고장난 장난감을 기부 받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수리, 소독, 포장해 장난감이 꼭 필요한 취약계층 아동에게 나누는 활동을 하고 있다. 기관이나 가정에서 고장난 장난감을 수리하기도 하고 다양한 주제의 장난감 리사이클 체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폐창고를 이용한 코끼리공장의 공간을 대여하기도 한다.

그중 코끼리 공장의 가장 큰 수익사업은 아동기관 관리 서비스다. 아동기관에 가서 장난감을 고치고 수거해오면서 그 기관의 위생관리를 함께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8년째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코로나 19가 터지고 아동기관의 위생에 경각심이 늘어나며 최근 계약이 더 늘었다. 소독 서비스와 위생관리를 통해 장난감 기부를 끌어내기도 한다. 고정적으로 수익이 들어오면 그 돈으로 다시 예산이 부족해 위생 관리를 못 하는 아동복지 기관에 무상으로 서비스를 해준다.

(사진/ 코끼리공장)
이채진 대표는 모든 아이들에게 장난감만은 평등하길 원한다. (사진/ 코끼리공장)

코로나 19, 가습기 사태마다 주목받아

“7년 전부터는 소독수 제조업을 하고 있어요. 기부 받은 장난감을 소독하기 위해 소독약을 구입했는데, 안정성을 중요시하다 보니 꽤 값이 나갔어요. 우리가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대차그룹을 통해 받은 1억 원의 지원금을 소독수 제조 기계 구입에 사용했어요. 이후 직접 만든 소독수를 관리하는 기관에 판매하며 수익을 내기 시작했어요.”

이 역시 최근 판매량이 늘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당시 소독수의 안정성에 대한 사회적 화두가 있었을 때, 식품의약품안전처 KFDA와 미국 FDA에서 식품첨가물 인증을 받은 코끼리 공장의 소독수가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안정성에 대한 사회적 화두가 일어날 때마다 코끼리 공장은 주목받고 있지만 수익의 절반 이상을 다시 사회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이채진 대표의 철학 덕분에 코끼리 공장은 여전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사업은 원래 쉽지 않아요. 이 사업 역시 돈이 될 수 없죠. 대신 세상을 밝게 할 수 있어요. 민간 경제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어요. 3만원짜리 장난감의 경우 4~5시간을 고쳐요. 인건비가 많이 들죠. 노동과 자본의 가치가 없어요. 하지만 다시 쓰였을 때는? 그땐 가치가 있어요. 그것들을 통한 복지 기관의 예산절감효과가 있죠. 돈을 보면 고려할 수 없는 요소지만 이것을 하지 않으면 국가적, 사회적, 환경적 손실을 가지고 오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결론이고, 그것이 코끼리 공장입니다.”

(사진/ 코끼리공장)
장난감을 수리하는 고령 직원 (사진/ 코끼리공장)

사회적 기업으로서 취약계층 취업 지원

코끼리 공장에는 약 40여 명의 직원이 있다. 이 중 고령자와 발달장애 직원이 절반 정도다. 직원들은 가족 손님들의 장난감을 기부 받고 환경교육과 더불어 폐장난감을 이용한 수공예 작품 체험을 지도한다.

또 다른 직원들은 개인이나 단체로부터 기부 받은 많은 양의 장난감을 소독한 뒤 사용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한다. 한쪽에선 분류된 장난감을 고치고 사용 불가능한 장난감을 해체한다. 또 다른 직원들은 보육원이나 유치원 등의 단체로 가서 기부할 장난감을 수거해온다.

이렇게 기부받은 장난감의 양은 일주일에 10톤이 넘는다. 이 중 70%가 재사용될 수 있을 만큼 멀쩡하다. 나머지 30%는 분리해 재생 소재로 쓰인다. 이마저 너무 많아 코로나 19가 터진 뒤부터는 개인으로부터 소형 인형의 기부는 장점 중단했다. 국내에서는 소량 순환되지만, 다량의 인형들은 해외 기부를 기다리고 있다. 취약계층 아동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부피가 큰 장난감이나 나무, 대형, 탈것 같은 무게가 많이 나가는 장난감은 기부 받기 어렵다.

코끼리 공장에서 재탄생한 장난감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드림스타트를 비롯해 보육진흥원 산하기관들, 다문화가정지원을 통한 국내 아동에게 전달된다. 국제개발협력기구를 통해 해외로 가기도 하지만, 코로나 19가 터지고 2년간 발길이 묶인 장난감이 많다.

(사진/ 코끼리공장)
발달장애 체험 (사진/ 코끼리공장)

버려지는 장난감 플라스틱 리사이클

얼마 전부터는 폐플라스틱을 리사이클해 친환경 교규재를 출시하기도 했다. 친환경 교구재 ‘코봇(co-bot)’은 코봇은 7-10세 아동의 창의성 향상을 위해 개발한 장난감으로 주 이용자인 아동의 안전 강화를 위한 KC인증을 취득했다. 또한 블록 형태를 적용한 조립 과정에는 코딩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아이들의 상상력 자극은 물론 논리력 신장에도 도움을 줄 예정이다.

코봇과 더불어 친환경 콘텐츠로 구성된 동화책 교재도 함께 발매된다. 교재에는 코봇 조립 방법과 약 8주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자연환경 보호 활동 내용이 수록되어 있어 아이들의 친환경 교훈 습득과 의식 함양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봇은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함께일하는재단의 사회적 지원사업인 MG희망나눔 소설성장 지원사업을 통해 개발됐어요. 코봇 교구재는 도덕성 향상이 이루어지는 아동 시기에 환경분야 창의 교육 제공을 목적으로 기획됐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내용을 접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친근한 동화 스토리와 일러스트를 적용했죠.”

얼마 전부터는 현대차그룹과 함께 그린무브공작소를 설립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울산에 위치한 코끼리 공장의 한계를 극복해 수도권 지역의 장난감 순환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다.

“비즈니스와 복지논리의 핵심적인 차이는 확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전체 판을 바꾸는 ‘빅웨이브’를 일으키고 싶습니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게 얼토당토않아 보일 수 있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린무브공작소가 그 대표적인 예이죠. 지금은 전국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특히 몇 년 새 기업들의 ESG 경영에 확실한 변화가 있어요. 진정성 있는 사업에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이 늘었고 협력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해요. 이것이 우리에게 기회로 다가올 것이고 우리의 가치를 확장해 줄 것입니다.”

(사진/ 코끼리공장)
장난감 소독하는 직원의 모습. (사진/ 코끼리공장)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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