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하청 노동자 감전사...대법 “한전도 책임있다"
한전 하청 노동자 감전사...대법 “한전도 책임있다"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4.20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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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전 하청업체 노동자...안전장비 없어 감전으로 숨져
한전 “도급 사업주 아니다”, 한전 본부장 “안전관리의무 없어”

재판부는 각각 도급 사업주와 안전책임자로 판단
안전관리 책임 있는데 방치했다...실형 선고 유지
한국전력의 하청업체 노동자가 감전 사고로 숨진 사건에 관련해 대법원이 한전에 유죄를 확정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한국전력의 하청업체 노동자가 감전 사고로 숨진 사건에 관련해 대법원이 한전에 유죄를 확정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한국전력(이하 한전)의 하청업체 노동자가 감전 사고로 숨진 사건에 관련해 대법원이 한전에 유죄를 확정하는 등 도급 사업주에도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20일 대법원 2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전 법인의 상고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더불어 산업안전보건법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전 한전 지역본부장 A씨와 하청업체 B사의 간부에도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11월 28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지장철탑 이설공사 현장에서 비계(높은 곳에서 공사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하는 가설물)를 조립하던 노동자 C씨(당시 57세)가 사망한 사고로 재판을 받아왔다. 2017년 6월 한전 충북본부가 해당 공사를 전기설비업체 B사에 맡긴지 5개월만에 발생한 사고다.

C씨는 고압전류에 감전돼 14m 아래로 추락한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감전에 의한 쇼크사 등으로 숨졌다. 수사 결과 C씨는 절연용 보호구나 안전대 등 추락 방지용 장비를 지급받지 않았으며, 따라서 사고 당시에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한전 측은 자신들이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아 예방 조치의 의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전 지역본부장 A씨 역시 “한국전력 본부장으로서 충북 지역 소속 직원 900여명과 2017년 기준 1일당 공사 73건의 관내 공사를 모두 관리·감독할 수 없다”며 “구체적 안전관리의무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한전을 도급 사업주로 인정하고 A씨를 안전관리책임자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전이 공사 일부인 지장철탑 이설공사를 분리해 도급하는 등 사업을 하도급한 사실이 있어 도급 사업주에 해당한다. 수급인이 사용하는 노동자에 대한 산재예방을 위한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한전은 해당 공사의 실질적인 이익 귀속 주체로, 상당한 자금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공사를 하도급한 점 등을 핑계로 법에 정한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지정하지 않는 등 안전관리의무를 사실상 방기했다”며 “이 사고는 원청사인 한전이 종합적인 안전관리를 하지 않은 책임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이어 A씨에 관해서는 “사업장 규모가 방대해 관리능력 범위를 초과하는 경우 사업장별로 선임된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해당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있으나, 별도의 책임자를 선임하지 않은 만큼 A본부장이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 행위자”라고 판단했다. 

이후 2심 재판부 역시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판단을 유지했으며, 이날 대법원도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취지와 도급인에게도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조치 의무를 지우기 위한 법 개정의 목적·경위 등을 종합해 볼 때 원심판결에는 법리나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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