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장애부모단체 무기한 단식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장애부모단체 무기한 단식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4.20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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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555명 삭발식에 이어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부모 없이도 발달장애 자녀 자립해 살 수 있어야”

24시간 활동지원, 의료체계, 맞춤형 일자리 등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촉구...관련 의원 참여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선포하고 있다. 전날 열린 삭발식 이후 모두 삭발된 상태로,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이라고 쓰인 몸자보를 입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선포하고 있다. 전날 열린 삭발식 이후 모두 삭발된 상태로,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이라고 쓰인 몸자보를 입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등을 촉구하며 이날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전날 진행된 555명 삭발 결의식에 이어 발달장애인 자녀가 부모 없이도 자립해서 살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부모연대,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장애인의 날인 20일 부모연대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단식농성 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발달장애인 지원체계와 관련해 인수위 측의 책임 있는 답변이 올 때까지 오늘부터 단식농성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법의 제정과 발달장애인 지원에 대한 종합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 책임은 전적으로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듯 국가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이 온전히 떠안게 되면서 부모가 발달장애자녀를 살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매년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연대는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서는 ‘발달지연·장애 영유아를 위한 국가 조기 개입’ 외에 ‘발달장애인 하루 최대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방안을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은 단식농성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낮 시간 활동지원 서비스 개편·확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발달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3만개 도입 및 제도화 ▲지원주택 도입 및 주거지원 인력 배치 ▲공공의료지원체계 구축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등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윤석열 당선인 인수위에서 국정과제로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 부모연대의 핵심 요구안이다.

이에 부모연대는 이날부터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을 비롯한 4인의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하고, 21일부터는 단식 중단 시점까지 매일 오전 인수위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며, 각 지역에서도 24시간 릴레이 단식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555명 단체 삭발...“발달장애인 자녀, 부모 없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부모연대는 청와대 앞에서 500여명의 단체 삭발식을 진행했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요구하며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 연대자 등 555명이 삭발에 동참했다. 주최 측이 추산한 집회 참여자는 2500여명 수준이다. 

윤종술 부모연대 대표는 “당장 우리(부모)가 없어지면 자녀 혼자 이 세상에 지원 없이 내동그라지는데, 부모와 형제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게 무리한 요구냐”며 “발달장애인 부모와 그 자녀는 여전히 죽어 나가고 있는데 인수위는 검토해보겠다는 말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 발달장애자녀 부모는 “평생 ‘우리 아들보다 하루만 더 살면 좋겠다’고 소망해왔다. 이제는 이런 소원 품지 않는다. 내가 이 세상에 있든 없든 자식이 당당하고 평등하게 사는 게 나의 첫 번째 소원”이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해 2월, 4월, 5월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생활고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연달아 벌어진 바 있다. 같은 해 11월에는 발달장애자녀와 노모를 돌보던 남성이 둘 모두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달에도 부모가 발달장애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이 2건 발생해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참석자들은 이날 삭발식을 마친 후 인수위 앞까지 1.1km 가량 행진한 뒤, 탁미선 부모연대 부회장의 잘린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와 면담요청서, 정책요구안 등을 인수위 관계자에 전달했다.

이번 삭발식은 4년만에 진행된 것으로, 지난 2018년 4월에도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200여명의 삭발식을 진행한 바 있다. 2017년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 대통령은 부모연대와 정책 협약을 맺고 발달장애인 정책 추진을 약속했으나, 취임 이후 발달장애인 지원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부모연대는 이에 항의하며 삭발식과 삼보일배 행진을 진행했다.

장애인 당사자·가족인 의원들 참여도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때부터 하던 말이 ‘문재인 정부에서 하던 좋은 정책들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었다”며 “추진해오던 활동지원 확대, 방과후 활동 지원 확대 등이 더 견고하고 촘촘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역시 화상을 통해 동참하며 “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은 공정과 상식의 문제”라며 “사회 돌봄 체계 구축은 새 정부에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발달장애인 동생을 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삭발에 동참하며 “발달장애인이 24시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만드는 게 제가 국회에 들어 간 가장 중요한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며 “2년이 흘렀지만 여러분이 다시 이 자리에 나오셔야 할 정도로 정치를 제대로 못해서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권리보장법, 탈시설지원법 등 매우 중요한 법안이 심의되고 있지만 많은 동료 의원님들께서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항의의 의미로 동료 의원님들께 여러분과 함께 삭발한 머리를 보면서 우리가 진짜로 지금 해야 하는 일을 상기시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삭발을 한다”고 전했다.

한편, 장 의원은 이날 ▲24시간 활동지원 보장 근거조항 포함 ▲활동지원 본인부담금 폐지 ▲주간활동 중복수급 급여삭감 폐지 등이 담긴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장 의원은 “가장 절실한 것이 24시간 활동지원 보장을 위한 근거조항을 만드는 것”이라며 “활동지원을 비롯해 필요한 범위의 활동지원을 온전히 제공하는 것이 바로 자립의 핵심 전제이자, 가족에게 돌봄의 책임을 전가해왔던 사회가 이제는 그 책임을 받아안겠다는 선언이며, 장애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절박한 생존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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