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 산재사망 故이선호씨 1주기 “일터에서 죽지 않게 해달라”
평택항 산재사망 故이선호씨 1주기 “일터에서 죽지 않게 해달라”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4.22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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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오늘 평택항서 컨테이너 벽면에 깔려 숨져
안전장비·안전관리자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 없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이전 발생해...1심서 전원 집행유예
22일 평택항 항만작업장에서 1년 전 오늘 숨진 청년 노동자 고 이선호씨의 추모제가 열렸다. 사진은 지난해 6월 9일 이씨의 49재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22일 평택항 항만작업장에서 1년 전 오늘 숨진 청년 노동자 고 이선호씨의 추모제가 열렸다. 사진은 지난해 6월 9일 이씨의 49재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는 모습. 영정사진 앞 지방에 '亡청년노동자이선호영가'라고 쓰여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평택항 항만작업장에서 지난해 숨진 청년 노동자 故이선호씨(23)의 1주기를 맞아 추모제가 진행됐다.

22일 진행된 기자회견은 이씨의 아버지인 이재훈씨를 비롯한 유족과 이씨의 친구 10여명, ‘고 이선호님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이하 대책위)’ 관계자 30여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재훈씨는 이날 “이곳 일터로 함께 출근했던 아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돈의 소중함을 알라고 일터에 데려왔는데 나보다 먼저 떠났다”며 “원청 최고 책임자에게 사고 책임자의 엄중 문책을 약속받고 59일 만에 장례를 치렀으나 1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사고 책임자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미루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더 이상 일터에서 죽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김기홍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여전히 평택항에서 위험한 업무가 비정규직에게 전가되고 있다. 안전관리조차 하청에 위탁하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 안전한 평택항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규협 민주노총 수석본부장은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기업을 엄하게 처벌해야 예방효과를 낼 수 있다. 윤석열 신임정부와 경영계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씨가 안장된 추모공원으로 이동해 1주기 추모제를 지냈다. 

지난해 4월 22일 이씨는 천장이 없는 개방형 컨테이너에서 작업하던 중 300kg가량의 컨테이너 한쪽 벽체에 깔려 숨졌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사전 계획에 따라 필요한 안전조치를 해야 하지만, 사고 당시 작업은 사전 준비 없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당시 이씨는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로 작업에 투입됐고, 배정됐어야 할 안전관리자나 신호수도 없었으며, 컨테이너 날개를 고정하는 안전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에 사고 관련 책임자들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 재판부는 컨테이너 노후로 사고를 예견하기 어려웠다는 등의 이유로 이들 전원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당시 1심을 맡은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1월 13일 ▲원청업체인 ㈜동방의 평택지사장에 징역 1년 ▲㈜동방 팀장에 금고 5월 ▲㈜동방 대리에 금고 6월 ▲하청업체 소속 직원에 금고 4월 ▲지게차 운전기사에 금고 8월 등을 선고하고, 이들 모두에 대한 형 집행을 2년간 유예했다. ㈜동방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피고인 전원과 검찰 측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현재 해당 재판은 2심을 기다리고 있다. 당시 피고인 측은 항소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검찰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 발생해 동종 유사사건의 양형을 참작했다”고 판시한 데 대해 대책위는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이라는 핑계로 형량을 깃털로 바꿨다. 유가족의 요구는 간단하다. 다시는 산업현장에서 일하다 죽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책은 간단하다. 꼬리 자르기 식으로 현장 노동자만 처벌하지 말고, 사업자와 경영책임자를 형사 처벌해야 산재사망을 줄일 수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더불어 강경한 양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사고 4개월 만인 지난해 8월 제정된 항만안전특별법은 오는 8월 4일부터 시행된다. 항만안전특별법은 ▲항만운송 근로자에 대한 사업자의 안전확보 의무 ▲사업자의 위험 최소화 의무 ▲안전교육 의무 ▲사업자·근로자·정부 등으로 구성된 항만안전협의체의 운영 ▲자체안전관리계획 수립 등을 정하고 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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