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故이외수...파격과 소통의 인생사
소설가 故이외수...파격과 소통의 인생사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4.26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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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뇌출혈·폐렴 등 긴 투병 생활 끝 별세
강원을 터전으로 왕성한 집필...방송생활도
가감없는 정치적 발언에 ‘트통령’으로 소통
지난 2017년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외수 소설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7년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외수 소설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독특한 문체의 괴짜 소설가이자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는 정치적 논객이고,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을 이어온 이외수 소설가가 별세했다.

긴 투병 끝 별세...향년 76세

25일 이외수 소설가가 긴 투병 끝에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 2014년 위암 2기 판정으로 수술을 받은 뒤 회복했으나 2020년 3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최근까지 재활에 힘써왔다.

그러다 올해 3월 초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후유증으로 폐렴을 앓아왔다. 고인은 중환자실에 입원해 투병하던 중 25일 오후 8시경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빈소는 춘천 호반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5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29일로, 장지는 춘천 안식원이다.

고인의 장남인 이한얼씨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5일 저녁 사랑하는 아버지께서 소천하셨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임종을 지키는 가운데 외롭지 않게 떠나셨어요. 마치 밀린 잠을 청하듯 평온하게 눈을 감으셨습니다”라고 별세 소식을 전했다.

이어 이씨는 “‘존버’의 창시자답게 재활을 정말 열심히 하셨는데 여러분들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하늘의 부름을 받은게 너무 안타깝다”며 “지금이라도 깨우면 일어나실 것 같은데 너무 곤히 잠드셔서 그러질 못하겠다”고 심경을 전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달 21일 “아버지께서 사흘째 응급실에서 홀로 사투 중이시다. 폐렴이 오셨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 춘천에 마련된 빈소에는 각계각층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의 감성을 대변하시던 분”이었다며 “그런 분이 돌아가셔서 그 중심을 잃었다고 할까, 앞으로 저런 분을 다시 찾기는 상당히 힘들 것 같아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고 심정을 밝혔다.

고인과 인연이 깊었던 가수 조덕배, 마임이스트 유진규, 화백 정태령 등도 빈소를 찾았으며,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진선미 국회의원 등 정치권의 근조화환도 속속 도착했다. 이외수의 작품을 감명깊게 읽어 안타까움에 찾았다는 일반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강원의 작가, 이외수

1946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강원도 인제군의 본가에서 자랐다. 특히 2006년 이후에는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도목리의 감성마을로 이주해 투병 전까지 거주했다.

이에 고인은 화천군의 홍보대사로도 활동해왔다. 구제역으로 산천어축제가 취소됐던 지난 2011년에는 SNS를 통해 지역산 농산물 판매를 홍보하기도 했다. 현재 감성마을에는 화천군이 조성한 고인문학관이 들어서있다. 이날 최문순 화천군수는 빈소를 찾아 “화천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아끼던 작가인데 큰 손실”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인제고 졸업 후 춘천교대를 중퇴한 고인은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견습 어린이들’로 당선됐다. 이어 1975년 중편소설 ‘훈장’으로 잡지 세대(世代)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정식으로 등단했다.

이후 ▲장편소설 ‘들개’, ‘장수하늘소’, ‘벽오금학도’ ▲시집 ‘풀꽃 술잔 나비’,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산문집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 ‘하악하악’,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뚝’ 등 왕성한 집필을 이어왔다. 독특하고 개성있는 문체로 괴짜라는 수식어를 달았던 그는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방송 활동 역시 활발히 했다. 고인은 예능 프로그램, 시트콤, 라디오 프로그램, 광고 등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특히 가감없는 정치적 발언으로 177만명 규모의 트위터 팔로워를 보유해 ‘트통령(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렸다.

지난 2013년 이외수 소설가의 모습. (사진/이외수 페이스북 제공)
지난 2013년 이외수 소설가의 모습. (사진/故 이외수 페이스북)

정치적 예술인으로서의 입지

26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2017년 어느 날, TV로만 뵙던 분을 직접 만나 팬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밝은 에너지가 넘치셨고, 즐거운 이야기도 한껏 나눴었다. 젊게 늙는다는 것이 이런거구나를 느끼게 해주신 분”이라는 내용의 추모글을 올렸다.

생전 고인은 활발한 SNS 소통을 이어와 젊은 청년층에게도 친숙한 아이콘이 됐다. 유행어가 된 ‘존버’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2012년 혜민스님의 저서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혜민스님이 힘들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그가 “존버(존X게 버티는) 정신을 잃지 않으면 된다”고 답한 것이 시초가 됐다.

특히 고인은 정치적인 발언을 꺼리는 예술계의 분위기 가운데에서도 정치적 발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2011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대책위원회의 멘토로 활동했고, 투병 중이었던 지난해 대선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에게 “힘내십시오, 저도 힘내겠습니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응원의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이후 거물 정치인들이 모두 찾아 영입을 시도할만큼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자리잡았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안철수 당시 무소속 후보 모두 한 달 간격으로 고인을 찾은 일화가 유명하다. 

그는 산천어축제의 동물 학대 옹호, 외도와 혼외 자녀 문제, 화천군 집필실 사용 문제 등으로 논란을 겪기도 했다. 2018년에는 시 ‘단풍’이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으나 표현력 부족에서 기인했다며 사과해 일단락됐다.

한편, 지난 2018년 고인은 아내인 전영자씨와 결혼 44년만에 ‘졸혼’을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2020년 그가 뇌출혈로 쓰러지자 전씨는 병원으로 달려와 졸혼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슬하에 이한얼·진얼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졸혼 발표 직후 전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누가 이외수라는 인간을 이만큼 사랑할 수 있을까. 지금도 나는 남편에게 내 목숨이 필요하다면 줄 수 있다”면서도 “(그와 함께 한) 지난 43년은 다 행복했고 다 지겨웠다”고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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