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쓰레기 박사 홍수열 소장, 순환경제를 말하다
【인터뷰】 쓰레기 박사 홍수열 소장, 순환경제를 말하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2.04.2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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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쓰레기와 함께한 22년
"순환경제는 물질의 흐름, 새로운 상상력과 창의적 접근 필요"
지난 4월 21일 명동에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을 만나 순환경제 등 쓰레기 문제에 대해 물었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지난 4월 21일 명동에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을 만나 순환경제 등 쓰레기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들어봤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한국뉴스투데이] 버려지는 물건을 뜻하는 ‘쓰레기’, 인류는 꾸준히 쓰레기를 배출해왔다. 과거 쓰레기는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양이 늘고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지금은 생태계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재사용을 장려하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한창이고 우리 정부는 순환경제를 꺼내들고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가운데 그 선두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이 있다. 홍수열 소장은 22년간 쓰레기 문제를 연구한 쓰레기 박사다. 순환경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 홍수열 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쓰레기 박사로 통하는 홍수열 소장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환경대학원에 진학해 폐기물을 공부했다.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많은 물질을 소비하는데 여기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을지 생각하니 끔직했어요.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겠다는 생각에 공부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됐죠.” 홍 소장은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면서 쓰레기 문제를 더욱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에서 활동가로 활동했다.

홍 소장의 말대로 쓰레기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3월 자원순환정보시스템이 발표한 ‘2020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통계를 보면 음식물쓰레기를 포함한 생활쓰레기는 1730만톤, 사업장폐기물 8087톤, 건설폐기물 8644톤, 지정폐기물 561톤으로 총 발생 폐기물은 1억9546만톤에 달한다. 특히, 지난 2017년 1억5678톤에서 2018년 1억6283톤, 2019년 1억8149톤으로 쓰레기 발생량이 급증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날로 심각해지는 쓰레기 문제와 탄소중립을 위한 한국형 순환경제 이행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홍수열 소장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순환경제 이행 계획과 관련해 지금의 경제 구조에서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순환경제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홍수열 소장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순환경제 이행 계획과 관련해 지금의 경제 구조에서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순환경제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홍 소장은 순환경제를 물질의 흐름이라고 규정했다. “순환경제는 물질의 흐름이 계속적으로 반복해서 돌고 도아 재활용을 반복해서 할 수 있는 것을 말해요. 순환경제의 반대인 선형경제는 자원을 채굴해서 사용하고 바로 쓰레기로 버려지는 일직선상의 낭비적인 물질 흐름이라 자원고갈과 오염물질 배출 등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죠. 그래서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 물질 이용 방식을 전환하자는 거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물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율을 높여야 해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재생자원을 통해 대부분 조달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 순환경제로 가는 길이죠.”

순환경제는 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는 것을 뜻한다. 즉, 기존의 자원채취-생산-폐기에 자원절약과 재활용을 더한 개념이다. 홍 소장은 순환경제 이행이 쉽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경제 구조에서 물질의 소비를 줄이자는 것은 경제가 망가지는 것을 의미해요. 일례로 우리나라의 쓰레기 발생량이 줄어들었던 시기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때에요. 전세계적으로 쓰레기 발생이 줄었던 시기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고요. 그러니까 지금 경제 구조에서 쓰레기 발생량이 줄어들고 물질의 소비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마냥 행복한 상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홍 소장은 순환경제의 개념과 목표만 제시된 지금의 상황에서 앞으로는 구체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순환경제를 좋은 개념으로만 생각하는데 현실에서 달성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어떤 측면에서는 고통스러울 수 있어요. 앞으로 순환경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상력과 창의적인 접근법이 필요해요. 그러다보면 순환경제가 활성화되고 경제 체질도 바뀌게 되겠죠.”

홍 소장은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상상력으로 창의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사람과 기업들이 많아져야 해요. 이를 전문용어로 순환우위라고 하는데 순환우위 기술과 순환우위 기업들이 경제 체계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경제 구조로 바뀌어야 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 정부는 순환경제에 맞는 활동을 하는 기술과 기업에 대해서는 혜택을 주고 그렇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주는 방법으로 시장 경쟁력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어요.”

홍 소장은 순환경제를 위해 상상과 창의를 바탕으로 한 순환우위 기술과 기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홍 소장은 순환경제를 위해 상상과 창의를 바탕으로 한 순환우위 기술과 기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아직은 개념 단계인 순환경제를 구체화하는 방법 중 하나로 홍 소장은 기업의 변화를 꼽았다. “디지털의류를 판매하는 DRESSX(드레스엑스)를 예로 들어볼께요. MZ세대는 SNS문화에 익숙해요. 친구들에게 공유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려면 항상 새로운 옷이 필요하죠. 그러다보니 옷을 자꾸 구매하게 되는게 MZ세대의 소비 트렌드에요. 여기에 착안해 드레스엑스는 디지털의류를 팔기 시작했어요. 홈페이지를 보면 일반 의류 쇼핑몰하고 비슷해요. 일반 쇼핑몰과의 차이라면 옷을 구매했을 때 집으로 배달이 오는게 아니라 내 휴대폰에 저장이 된다는 점이에요. 내 사진에 저장된 의류를 붙이면 감쪽같이 새 옷을 입은 내 모습이 있는거죠.” 새로운 디지털기술이 우리의 물질 소비를 줄일 수 있고 이런 순환우위가 늘어나면 순환경제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역할이 중요한 순환경제에서 개인이 실천하고 참여하는 방법은 없을지 궁금해졌다. 홍 소장은 “기업들이 변하기 위해서는 결국 소비자의 영향이 커요. 소비자의 실천을 개인의 실천으로 가두지 말고 개인의 실천을 넘어선 소비자의 행동으로 발전시키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기업의 문제에 대해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항의하고 문제를 제기해 기업이 바뀌게끔 해야하는 거죠. 순환경제로 가는데 있어 소비자의 돈초리가 큰 역할을 할거에요.” 실제 일부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는 플라스틱 용기를 생략하거나 친환경 용기로 대체하는 등 변화를 모색 중이다.

그러면서 홍 소장은 개인의 실천을 강조하는 제로웨이스트 문화와 관련해서 쓴소리를 던졌다. “지금 제로웨이스트 문화는 개인의 실천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제로웨이스트는 시스템과 인프라의 문제에요. 개인들이 물건을 재사용 할 수 있게 만드는 플랫폼이나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고, 각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재사용 물건을 선별하고 분류하고 수선하는 공장들이 늘어나는 등 시스템이 갖춰져야 해요. 이를 위해서 지자체나 기업들은 투자를 해야 하고요. 시스템과 인프라가 부족한데 개인의 실천만 강조하는 현재의 제로웨이스트 문화는 묘하게 본질을 가리고 있는 셈이죠.”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홍수열 소장을 찾는 강연이 늘고 있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홍수열 소장을 찾는 강연이 늘고 있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홍 소장은 재활용에 대해서도 좀 더 구체적인 솔루션이 제시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재활용은 일종의 유기적인 흐름이고 순환이에요. 기업은 재활용이 잘 되는 소재로 만들고, 소비자들이 분리배출하면 지자체는 이를 선별해서 다시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 기업들이 다시 사용해야 하죠. 지금은 소비자들이 분리배출을 하더라도 재활용이 안되는 것이 많아요. 또, 소비자들은 정확하게 분리배출하는게 중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하는데 학교때부터 꾸준한 교육을 한다던지 분리배출 정보 시스템을 지금보다 체계적으로 만드는게 필요해요.”

“지금 내손안의 분리배출이라는 앱이 있긴 하지만 전용앱이라 사용이 어렵죠. 분리배출 전용 홈페이지 마련이 시급하고 나아가서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쓰레기를 찍으면 분리배출 정보를 주는 기술까지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분리배출과 관련해서 소비자를 탓하지 말고 소비자들에게 정확하고 빠르고 편리한 정보를 주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선별이 중요한 재활용 시스템 마련을 위해 홍 소장은 특별분리체계를 제안했다. “선별장에서 부피나 양이 작은 쓰레기들은 일일이 선별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선별 과정도 지금처럼 부피가 큰 쓰레기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선별하고 부피가 작은 쓰레기들은 따로 관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활성화시키거나 지하철 물품보관함 같은 시스템을 마련해서 플라스틱 뚜껑, 빨대, 칫솔, 일회용 커피캡슐처럼 모으면 재활용되지만 모으기가 힘들어 그냥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 재활용품을 모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해 나가는게 중요합니다.”

쓰레기 문제와 관련해 홍 소장은 올 상반기 중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책 제목은 아직 안 정해졌지만 순환경제에 대한 내용이에요. 그 외에도 일회용 쓰레기 문제와 플라스틱, 음식물, 전자, 건설쓰레기, 폐기물 처리 시설을 둘러싼 주민 갈등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쓰레기 문제들을 조금 더 깊게 구체적으로 담았어요. 책을 읽으면 누구나 쓰레기 박사가 될 수 있다고 할까요."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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