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연...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강수연...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2.05.08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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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 '정이'가 유작이 됐다
2015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기자회견 ,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2015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기자회견,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5월 7일 오후 3시.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린 첫 번째 배우 월드스타 강수연(1966)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55세. 네 살에 아역으로 데뷔해 50여 년을 한국의 대표 영화인으로 살아온 강수연.

아역배우로 시작해 <고래 사냥 2>(1985),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1987) 등에 출연하며 청춘스타로 떠올랐던 그녀는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1986)로 1987년 제4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영화 최초의 월드스타가 됐다. 

이어 삭발을 하며 연기혼을 보여준 임권택 감독의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로 1989년 제16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월드스타로 명성을 떨쳤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한 최초의 한국 배우였다. 당시 모스크바영화제에 참석한 강수연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만큼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는 생소했던 시기였다.

이후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89), <경마장 가는 길>(1991), <그대 안의 블루>(1992),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 숱한 화제작을 내놓았다. 2001년 TV 드라마 [여인천하]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미국의 통상압력에 맞서 한국영화를 지키기 위해 스크린쿼터 수호천사단 (단장, 안성기) 부단장을 맡으며 스크린쿼터사수 운동에 애썼다. 

아울러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초기부터 심사위원·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2015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사태로 부산국제영화제가 정부의 간섭으로 위기에 처하자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제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 2017년까지 가장 어려운 시기에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제를 위해 헌신했다. 뛰어난 배우를 넘어 전 세계에 한국영화를 알린 스타였고, 강력한 리더이자 여성 영화인의 롤모델이었다.

그녀는 최근 연상호 감독의 신작 <정이>(가제)에 출연하며 스크린 복귀를 알렸지만 안타깝게 타계했다. 영화 <정이>는 기후변화로 더 이상 지구에서 살기 힘들어진 인류가 만든 피난처 쉘터에서 내전이 일어난 22세기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다. 승리의 열쇠가 될 전설의 용병 '정이'의 뇌 복제 로봇을 성공시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강수연은 극 중 연구소 팀장 서현 역을 맡았다. 9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이 안타깝게도 그녀의 유작이 됐다. 

부산영화제 뒷풀이에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폼)가 없냐"던 그녀다. 끝까지 배우의 '가오'를 지키고 싶었을까. 그녀는 끝내 눈을 뜨지 않았다. 

고 강수연 영정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고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제공

고인의 장례식은 영화인장으로 치르며 장례위원장은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이다. 

장례고문으로는 김지미, 박정자, 박중훈, 손숙, 신영균, 안성기, 이우석, 임권택, 정지영, 정진우, 황기성. '

장례위원으로는 강우석, 강제규, 강혜정, 권영락, 김난숙, 김한민, 김호정, 류승완, 명계남, 문성근, 문소리, 민규동, 박광수(여성영화제), 박기용, 박정범, 방은진, 배창호, 변승민, 변영주, 봉준호, 설경구, 신철, 심재명, 양익준, 예지원, 원동연, 유인택, 유지태, 윤제균, 이광국, 이용관, 이은, 이장호, 이준동, 이창동, 이현승, 전도연, 장선우, 정상진, 정우성, 주희, 차승재, 채윤희, 최동훈, 최재원, 최정화, 허문영, 허민회, 홍정인.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이며, 조문은 8일(일)부터 10일(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가능하다. 영결식은 11일(수) 오전 10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장례식은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며, 영결식은 영화진흥위원회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 될 예정이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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