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용산 대통령 집무실, 관저 아니다”...인근 집회·시위 허용
법원, “용산 대통령 집무실, 관저 아니다”...인근 집회·시위 허용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5.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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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행동 집회신고에 경찰은 집회시위법 근거로 불허
재판부, 관저·집무실 달라 집회 금지장소 아니라고 판단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시위 허용될 듯...경찰은 항고
법원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의 시위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놨다. 사진은 이전된 서울 용산의 대통령 집무실 외관. (사진/뉴시스)
법원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의 시위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놨다. 사진은 이전된 서울 용산의 대통령 집무실 외관.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은 청와대와 달리 집회 금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하 무지개행동)이 서울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금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앞서 무지개행동은 오는 14일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해 대통령 집무실 인근을 지나 이태원의 만남의 광장까지 2.5km 행진하겠다는 내용으로 집회신고를 냈다.

그러나 경찰은 ‘대통령 관저 100m 이내에서 옥외집회를 금지한다’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무지개행동의 집회 신고를 불허했다. 여기에는 ‘관저에는 집무실도 포함된다’는 자체 해석이 작용했다. 

이에 무지개행동은 대통령의 생활 공간인 관저와 업무를 보는 집무실은 구분돼야 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결국 재판부는 “대통령 집무실이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대통령 관저에 포함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지개행동의 손을 들어줬다. 대통령의 관저와 집무실이 구분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관저의 사전적 정의는 ‘정부에서 장관급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들이 살도록 마련한 집’이라는 뜻”이라며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집회시위법 11조의 입법 취지와 목적,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같은 공간에 있었던 입법 연혁 등을 고려해 이같이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경찰이 집회시위법을 근거로 대통령 집무실 인근 시위를 금지하기 어렵게 돼, 향후 용산 집무실 부근에서 이뤄지는 다른 시위들도 허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이날 재판부는 무지개행동의 행진이 1시간 30분 내에 집무실 앞을 통과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행진을 제한 없이 허용하면 집무실과 국방부 인근의 교통·경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지개행동의 해당 행진은 오는 17일인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기념한 행사다.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공동행동’은 “대통령 집무실 인근을 자의적으로 금지한 경찰의 유권해석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집무실 인근 집회를 보장한 것으로서 의의가 크다”고 환영하며 “혐오를 끝내고 세상을 바꾸며 시대를 만드는 성소수자들의 거침없는 행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법원의 인용 결정에 항고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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