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 정은경 방송작가
  • 승인 2022.05.13 09: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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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의 정체성은 그 사람과 관계를 맺는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다. 
자신의 이름 석 자로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누구의 딸, 누구의 아들, 누구의 엄마, 
아빠 등등으로 불리며 그 역할과 사회적 관계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있기에….

이를 두고 정신분석가 라캉은 ‘거울이론’이라 부른다. 자신의 전체모습은 자신의 눈이 아니라 거울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

그래서 그런가? 우리는 스스로 자신을 생각하는 것보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할 때가 많다.
내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으면 될 것을 굳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그럴싸하게 치장하기도 하고, 타인이 나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게 하려고 아니어도 그런 척할 때도 있다. 

아무리 주변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이상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고, 상처를 입고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정말 우리의 정체성은 타인에 의해서만 만들어질까? 사회적 관계 속에서만 규정될까?

내 눈으로 얼굴과 등은 볼 수 없지만 팔과 다리, 가슴과 같은 기관은 직접 볼 수 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거울을 통해 나의 전체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거울을 정면으로 마주할 때 볼 수 없는 등 부분은? 
어쩌면 전체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말 역시 과장된 거라는 생각이 든다. 

라이언 홀리데이의 『스틸니스』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군중의 아첨, 고급 자동차, 막대한 재산, 빛나는 상패와 같이 표면적인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건 건강한 영혼이 보내는 신호가 아니다. 

비난꾼이나 혐오자, 괴로움, 상처, 아픔, 상실 등 세상의 추악함 때문에 비참해지는 것 또한 건강하지 않다. 

그보다는 모든 곳과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아름다움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곳에 존재하고 우리가 허락하기만 한다면 그 아름다움이 우리를 살지게 할 것이다. 

살다 보면 겉으로 보이는 것에 신경 쓰고, 남들이 뭐라고 하는 데 흔들리고, 답이 나오지 않는 것에 고민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의지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땐 잠시 신경을 꺼버리는 것도 좋다. 어느 광고의 카피 문구에 나오는 ‘핸드폰을 잠시 꺼두는 것’처럼 신경도 잠시 꺼버리는 것. 

외부의 이러저러한 반응에 눈을 감고, 조금만 시선을 돌리고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면 
진정 나의 몸과 마음이 원하는 고요함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은 한정돼 있다. 
자잘한 곳까지 신경 쓰면서 정신을 분산시키기엔 우리의 인생이 너무 아깝다. 
잠시 스위치를 꺼버리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보듬어주자.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정은경 방송작가 pdirow@naver.com

정은경 방송작가

20여 년 동안 시사, 교양 분야의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CBS <변상욱의 시사터치>,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 <생방송EBS FM스페셜> KBS <보고싶은얼굴, 그리운 목소리>, <월드투데이>, <라디오주치의> tbs <서울 속으로> 등 다수가 있고, 현재는 TBS <우리동네라디오>를 시민제작자와 함께 만들고 있다.
치열한 방송현장에서 일하면서 나만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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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자 2022-05-29 10:49:16
글을 읽으면서 '남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살자' 라고 생각해도 전혀 그렇게 되지 않는 건 인간은 역시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일까요?^^ 저도 저의 내면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우려 나의 참 모습을 보려 노력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