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롬멜의 반만 닮았더라면!
푸틴, 롬멜의 반만 닮았더라면!
  • 송은섭 작가
  • 승인 2022.05.17 18: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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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에서 롬멜은 적군에게까지 존경을 받는 리더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은 세계의 비난을 받고 있는 전쟁범죄자가 되었다. 

<사막의 여우> 롬멜, 적군에게까지 존경 받았던 리더!  

“부관, 지금 당장 장갑차에 식수를 싣고 백기를 달아라!”
“장군, 어디를 가시려고 합니까?”
“영국군 야전병원으로 간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영국군 야전병원에 부상자가 먹을 식수가 떨어졌다고 한다. 적이지만 그냥 죽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사막의 여우’라고 불렸던 롬멜 장군의 일화다. 대치 중인 영국군의 야전병원에 부상자가 먹을 식수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그는 곧장 장갑차에 백기를 달고 식수를 실어다 영국군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영국군이 지프에 백기를 달고 와인을 실어다 독일군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전장에서조차 대단히 신사적인 롬멜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 한 번으로 적에게까지 존경을 받을 리 없다. 

▲적에게도 찬사를 받았던 롬멜은 진정한 군인이라는 찬사가 뒤따랐다. (히틀러와 롬멜이 악수하는 장면)
▲적에게도 찬사를 받았던 롬멜은 진정한 군인이라는 찬사가 뒤따랐다. (히틀러와 롬멜이 악수하는 장면)

“사격 중지! 각 지휘관들은 지금부터 아군, 적군을 불문하고 모든 부상자를 구하라!”

롬멜은 전투가 끝나면 총격을 멈춘 뒤 아군, 적군을 불문하고 부상자를 구했다. 이런 모습은 공공연하게 포로를 학살하던 당시 지휘관들과 분명히 비교되었다. 아군이 먹을 식량과 식수도 부족한데 포로까지 먹인다는 것은 지휘관으로서 상당한 부담이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그냥 내버려 두면 죽게 될 부상자까지 구한다는 것은 신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롬멜이 전장에서 보여준 인간적인 면모를 당시 영국 수상 처칠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우리에게는 대담하고 솜씨 좋은 적(敵)이 있습니다. 나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전쟁의 재앙인 그는 그러나 장군으로서 더없이 위대하고 훌륭하다.’라고.”

아군에게도 적에게도 롬멜은 훌륭한 장군이었다. 거칠지만 자비로웠던 롬멜, 부하들의 존경은 물론, 자신의 적에게도 찬사를 받았던 그는 진정한 군인이었다.

롬멜의 신사적인 태도와 인간적인 성품은 확고한 신념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신념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43년 3월 9일, 롬멜은 북아프리카에서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에게 패하고 건강 악화로 지휘권을 넘긴 후 독일로 귀국했다. 그는 히틀러를 제거하는 것만이 독일을 재앙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참모들 앞에서 말했었다. 요양 중인 그를 만슈타인 장군이 찾아왔을 때 롬멜은 그의 신념을 재치있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나는 여기서 일광욕 치료 중이오. 햇빛과 신념을 흡수 중이지요.” 

이후 클라우스 대령에 의해 진행된 히틀러 암살 사건이 실패로 돌아가고, 수많은 관련자가 체포되었다. 롬멜을 시기하던 나치 당직자 보르만은 롬멜의 관련성을 히틀러에게 보고했고, 히틀러는 자신의 본부로 롬멜을 불렀다. 롬멜은 히틀러의 초청을 거절했다. 그러자 히틀러는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자살하여 귀관과 귀관의 가족이 공개재판의 수치를 면하게 하라. 재판을 택한다면 귀관의 가족은 강제 수용소로 보내질 것이다.” 롬멜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했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았던 그는 독일군과 연합군 모두에게 찬사를 받는 유일한 독일군 장군으로 남아 있다. 그는 군인의 전형이었고 신사였다. 

푸틴, 롬멜의 반만 닮았더라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러시아군이 한 일, 러시아 연방이 평화로운 우크라이나에서 한 일을 세계에 보여주길 바란다. 이들이 민간인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의해 대량 학살이 자행된 ‘부차’를 방문해서 한 말이다. 이후 영국 BBC 보도에 의하면 ‘시신으로 발견된 1천 명 중 650명이 폭격이나 파편에 맞아 숨진 게 아니라 러시아군이 쏜 총에 맞았다’라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뉴스를 보는 내내 충격과 안쓰러운 마음이 가득해진다. 넘쳐나는 시체를 매장하기 위해 교외에 판 대규모 무덤이 보이는가 하면, 처참하게 학살된 장면이 모자이크 처리되어 방송되기도 한다. 

푸틴이 롬멜의 반만 닮았더라도 이런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 2위의 군사 대국을 자랑하던 러시아군의 모습은 전투에서 패배하니까 민간인에게 화풀이하는 모양새다. 전쟁에서 대의명분을 상실하거나 점령지 주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금방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훌륭한 리더는 점령지에서 약탈, 강간, 학살을 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군기를 세운다.

▲롬멜은 전투가 끝나면 총격을 멈춘 뒤 아군, 적군을 불문하고 부상자를 구해 군인들로부터 존경을 받기도 했다. (영화 ‘롬멜:사막의 여우’)
▲롬멜은 전투가 끝나면 총격을 멈춘 뒤 아군, 적군을 불문하고 부상자를 구해 군인들로부터 존경을 받기도 했다. (영화 ‘롬멜:사막의 여우’)

푸틴은 점점 히틀러를 닮아가는 듯하다. 전쟁상대국의 민간인 피해는 물론이고 자국 병사들의 목숨 또한 아깝지 않게 생각한다. 과거 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는 소련침공 시 수십만 명이 얼어 죽고 굶어 죽어도 후퇴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사상자를 내고 독일패망으로까지 이어졌다. 2022년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3주 만에 7천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계속 병력과 장비를 새롭게 갈아 넣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쟁 속의 영웅들은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아군은 물론 적군도 존경심을 갖는 굳건한 신념이 그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백성과 부하를 위하는 신념이 있었고, 롬멜 장군은 전투가 끝나면 적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신념이 있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모습으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역사에서 교훈을 찾는다면 푸틴은 적국은 물론이고 자국에서도 비난을 받는 리더로 남게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송은섭 작가 seop2013@hanmail.net

송은섭의 리더십이야기

인문학과 자기계발 분야 전문 작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마흔, 인문고전에서 두 번째 인생을 열다>, <지적대화를 위한 인문학 고전 읽기> 등이 있다. 경기대 외교안보학 석사, 고려대 명강사 최고위과정을 수료했다. 유튜버(작가 조바르TV), 팟캐스트(책 읽는 시간)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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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중 2023-08-13 09:34:31
롬멜이 차에 식스를 싣고 영국군 야전병원에 전달 —-제발 출처없는 얘기 좀 퍼뜨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