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커스】 정은경 질병청장 물러나고 ‘과학방역’ 백경란 취임
【위클리포커스】 정은경 질병청장 물러나고 ‘과학방역’ 백경란 취임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5.21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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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취임...4년 10개월간 헌신
2020년 질병관리청으로 승격 후 코로나19 방역 이끌어

백경란 신임 질병청장, 과학에 기반한 방역 정책 강조
“정치방역-과학방역 이분법 부적절...근거 누적됐을 뿐”
17일 4년 10개월간 팬데믹 속 한국의 방역 상황을 이끌어온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퇴임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 당시 정은경 전 청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17일 4년 10개월간 팬데믹 속 한국의 방역 상황을 이끌어온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퇴임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 당시 정은경 전 청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한국의 방역을 이끌어온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퇴임했다. 정치방역과 과학방역의 이분법에 대한 논쟁이 오가는 가운데 백경란 신임 질병관리청장은 누적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방역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방역 수장’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퇴임

지난 2년간 코로나19의 방역 정책을 이끌어온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7일 퇴임했다.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진행된 이임식에서 정 전 청장은 “코로나19 유행 극복과 질병 관리 발전에 기여해 커다란 보람이자 영광이었다”고 직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이어 정 전 청장은 직원들에게는 “코로나19 유행 중인데 무거운 짐을 남기고 떠나 마음이 무겁다. 질병청의 책임이 막중해졌다. 국민 신뢰는 전문성에서 나오는 만큼 역량을 키워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직원들과 정 전 청장은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 출신인 정 전 청장은 1995년 질병청의 전신인 국립보건원에서 역학담당관으로 공직을 시작한 뒤, 28년간 질병·방역 현장에서 일해왔다.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질병관리본부의 질병예방센터장으로 부임했지만, 사태 확산의 책임을 지고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후 정 전 청장은 지난 2017년 7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았다. 2020년 9월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으로 인해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된 후로는 초대 청장을 지내며 한국 방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간 머리 감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른 일, 검은 머리에서 흰 머리로 바뀌는 과정, ‘1시간도 못 잔다는 얘기가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1시간보단 더 잔다”고 답한 일화 등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불안정한 방역 상황 가운데에서도 담담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일관하며 국민의 큰 신뢰를 얻어왔다.

또, 3T(검사·추적·치료) 전략을 기본으로 확진자를 빠르게 찾아냄으로써 한국 방역 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검사, 무증상·경증 환자 치료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등 한국형 방역체계는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정 청장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한 ‘202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과 영국 BBC 방송이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 등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과학방역-정치방역 이분법 구분은 부적절”

17일 이임식에 앞서 진행됐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현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과학방역’과 ‘정치방역’의 구분에 관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부터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의 방역 정책을 정치방역으로 규정하고, 과학적인 방역을 해가겠다고 강조해왔다.

가령 지난달 27일 ‘코로나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 발표 당시 안철수 인수위 위원장은 ▲전국 단위 항체 양성률 조사 ▲확진·사망·치료·접종 데이터 관리에 인공지능·빅데이터 활용·구축 ▲감염확산 위험도 평가 등 근거로 환기 설비 기준 마련 등을 설명하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이날 회의에서 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이러한 구분이 적절한지 묻자 정 전 청장은 “질병관리청은 과학적인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공중보건기관이기 때문에 항상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해왔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다만 코로나19가 신종 감염병이라 초기에는 여러 알려지지 않은 지식들이 많았고, 최근에는 좀 더 많이 알려진 지식을 근거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정 전 청장은 “백신·치료제의 경우 엄밀한 임상실험을 거쳐 근거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는데, 거리두기 등의 사회적 정책들은 사회적 합의나 정치적 판단이 들어가는 정책이라서 그걸 (과학과 비과학으로) 구별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정 전 청장은 “항체 양성률 조사나 후유증 조사는 2020년부터 진행됐다. 다만 최근 오미크론 유행이 컸기 때문에 좀 더 조사 규모를 키워서 대규모 조사를 진행할 예산이 필요하다”며 문재인 정부 당시부터 해당 조사가 진행돼 왔으며 규모의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끝으로 정 전 청장은 “코로나19 위기를 맞아서 가장 어려운 건 불확실성이었다. 불확실성이 많아서 정책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도 있고 한계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상임위에서 법률, 예산, 정책 지원을 많이 해주셔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감사드린다. 아직 코로나19 위기가 진행 중이라 해결해야 할 숙제가 굉장히 많다. 방역당국이 옳은 방향, 올바른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마지막 소회를 밝혔다.

18일 백경란 신임 질병관리청장이 취임했다. 백 청장은 질병관리청을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보건의료 연구개발 중추기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히는 등 과학적인 방역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8일 백경란 신임 질병관리청장이 취임했다. 백 청장은 질병관리청을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보건의료 연구개발 중추기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히는 등 과학적인 방역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백경란 신임 질병청장 취임...과학적 방역 강조

이어 18일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가 신임 질병관리청장으로 취임했다. 앞서 인수위에서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해온 백 청장은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 작성에도 참여했다. 안 위원장의 서울대 의대 1년 후배이자, 안 위원장의 배우자인 김미경 교수의 동기 및 40년 지기 친구로도 알려져 있다.

이날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비공개 취임식에서 백 청장은 “보건안보가 사회안보의 기본이 되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일상을 안착시켜야하는 소임에 대해 엄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정 전 청장에 대해 “불확실성이 큰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국민의 건강과 사회 안전을 위한 최선책을 찾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노력하신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출범한 지 2년이 채 안 된 질병관리청을 단기간에 여기까지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오신 정은경 청장님 정말 고생 많으셨다. 그간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이날 백 청장은 ‘건강한 국민, 안전한 사회’라는 슬로건 아래 ▲질병청의 감염병 재난위기대응 컨트롤타워 역할 재정립 ▲과학적 근거 기반의 국가 공중보건 및 보건의료연구개발 중추기관 위상 정립 ▲보건의료 연구개발 강화 ▲질병청의 글로벌 위상 강화 등 역점 과제를 발표했다.

특히 과학적 근거에 기반할 것이라는 점이 여러 차례 강조됐다. 가령 백 청장은 “(컨트롤타워 역할 재정립을 위해) 그간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과학적 근거를 생산하고 이에 기반한 방역 정책을 수립하는 등 감염병 대응체계를 정비해가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질병청을 전문가 인재 양성 기관으로 발전하게 하고, 백신·치료제 포함 유전체·줄기세포 등 각종 의료 연구의 인프라 확충 역시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과학적이고 학술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과학과 정치의 이분법을 둘러싼 지적에 관해서는 19일 백 청장은 “(과학방역과 정치방역의) 이분법적인 구분은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백 청장은 “코로나19는 전례 없는 신종 감염병으로서 초반 대응 때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었고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 정 전 청장께서 정치방역과 과학방역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하신 데에 저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백 청장은 “지금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돼 있기 때문에 이를 기본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더욱 근거 중심으로 방역정책을 시행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판단한다”며 “어떤 성과를 부정하거나 폄훼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전 정부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앞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의무를 내달 20일까지 4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신규 확진자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신규 변이가 국내에서 발견된 점, 백신효과 저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점 등이 고려됐다. 방역당국은 4주간의 추가 이행기를 거친 뒤 2급으로의 감염병 등급 하향 조정을 재차 검토할 방침이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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