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누구나 건강한 먹거리를 먹는 세상...소혜순 먹거리정의센터장
【인터뷰】 누구나 건강한 먹거리를 먹는 세상...소혜순 먹거리정의센터장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2.05.23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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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간 먹거리정의 운동한 활동가
4년 전부터 먹거리정의센터장 맡아

마을부엌, 환경복지 등 먹거리정의 활동
지속가능한 먹거리체계 구축 위한 제안

[한국뉴스투데이] 먹거리는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을 말한다. 누구나 신선한 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길 원하지만 현실은 유해물질이 검출되고 화학물질이 섞이는 등 불안전한 먹거리가 우리를 위협하는 실정이다. 어린이와 노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은 불안전한 먹거리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먹거리 기본권과 먹거리 정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사회적 약자에 나타나는 먹거리 불평등의 구조개선, 먹거리의 사회적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활동 중이다. 소혜순 먹거리정의센터장은 누구나 건강한 먹거리를 먹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22년째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계층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을부엌의 관리부터 지속가능한 먹거리 구축을 위한 제안까지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소혜순 센터장을 만났다.  <편집자주>

지난 18일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의 소혜순 센터장을 만나 누구나 건강한 먹거리를 먹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먹거리정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지난 18일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의 소혜순 센터장을 만나 누구나 건강한 먹거리를 먹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먹거리정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먹거리정의센터는 환경정의 소속이다. 다른 환경단체에서는 보기 힘든 먹거리 활동이 환경 단체에 포함된 이유를 소혜순 센터장에게 물었다. “2000년도에 산모의 모유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되는 사건이 있었어요. 신생아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모유를 통해 유해물질을 접하고 피해를 입게 되는 거에요. 어른들은 면역력이 어느정도 형성돼 있지만 아이들은 면역 체계가 미완성 상태로 유해물질에 그대로 노출돼 피해가 크다는 문제의식으로 ‘다음을 지키는 엄마 모임’이 만들어졌어요. 우리나라 환경단체들은 토지나 물, 대기, 원자력 등 굵직한 문제들을 다루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입장에서 할 수 있는 환경운동은 아이들이 접하는 유해물질 문제에요. 활동을 하다보니 아이들 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의 먹거리문제가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죠. 그래서 2007년 4월 먹거리정의센터를 만들게 됐어요.”

소혜순 센터장이 22년째 활동하고 있는 먹거리정의 운동이란 성별과 나이,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먹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모두가 건강한 먹거리를 먹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먹거리정의센터는 마을부엌 연구 조사 활동과 환경복지교육 활성화 활동, 생활 속 유해물질 반대 운동 등 크게 세 가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마을부엌은 서울시 협치사업으로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을 돌보는 형태부터 노인들의 반찬 지원, 혼자 사는 사람들이 모인 소셜 다이닝 등 다양한 모습으로 활동한다. (사진/먹거리정의센터 제공)
마을부엌은 서울시 협치사업으로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을 돌보는 형태부터 노인들의 반찬 지원, 혼자 사는 사람들이 모인 소셜 다이닝 등 다양한 모습으로 활동한다. (사진/먹거리정의센터 제공)

그 중 가장 성과를 보인 활동은 마을부엌 활동이다. “마을부엌은 1970년 후반 남미에서 시작된 자주모임으로 캐나다로 확대면서 저소득층 먹거리 불안정을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어요. 캐나다의 커뮤니티키친, 일본의 어린이식당, 브라질의 벨루오리존치라는 민중식당 등이 이름이 알려진 마을부엌이에요. 이런 마을부엌 활동은 먹거리 불안정을 겪은 사람들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탄력성을 회복시키는 등 정서적 케어까지 돌보는 프로그램이죠.”

우리나라도 다양한 형태의 마을부엌이 있다. “요리를 배우는 영양교육 프로그램부터 맞벌이 가정 아이들의 간식을 만들어주는 돌봄 형태, 1인 가구나 혼자 밥먹기 싫은 사람들이 함께 운영하는 소셜다이닝 등 공유부엌 형태, 독거노인들에게 반찬을 만들어 봉사하는 형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또 소농들이 농사지은 로컬푸드를 직거래 방식으로 연결해 마을부엌에서 소비하기도 해요. 이런 마을부엌은 먹거리 보장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까지 가져오죠.”

먹거리정의센터는 서울시와 함께 마을부엌을 연구하고 조사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서울시 내에서 운영 중인 모든 마을부엌 현황과 운영상의 애로사항 등을 조사해서 지원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지도를 만들었어요. 지도를 보면서 마을부엌 운영자들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하거나 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있게 되는 등 마을부엌 운영자 네트워크로 도움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마을부엌에 관심있는 다른 지역에서도 저희와 서울시가 만든 마을부엌 지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고요.” 서울시와 협치해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는 마을부엌은 개인의 문제에서 출발해 사회적 이슈의 대안을 마련하고 다양한 계층에서 발생하는 먹거리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서울시와 함께 서울시에 위치한 모든 마을부엌을 연구하고 조사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사진/먹거리정의센터 제공)
먹거리정의센터는 서울시와 함께 서울시에 위치한 모든 마을부엌을 연구하고 조사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사진/먹거리정의센터 제공)

마을부엌 지도에 담긴 마을부엌은 다양한 형태로 먹거리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맞벌이 가정 아이들에게 간식을 제공하고 반찬도 공유하는 은평구의 ‘신나는 마을공동부엌’은 대표적인 모범사례에요. 또, 언니네텃밭이라는 토종 농산물로 반찬을 만들어 회원들에게 반찬을 배달하는 강북구의 ‘우리밥상공동체 짓다’도 소농과 연계하는 마을부엌의 대표적인 사례에요. 금천구 지역시장에서 구매한 국산 농산물로 아이들에게 밥을 제공하는 건강한농부사회적협동조합의 어린이식당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마을부엌이에요.”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을부엌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은평구의 신나는 마을부엌 외에도 많은 마을부엌들이 활동을 중단했어요. 모여서 활동해야 하는데 거리두기로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고 지원이 끊어진 곳도 생겨 문을 닫은 곳이 많아요. 코로나로 학교 급식이 중단되고 복지관이 문을 닫아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과 노인들은 다 흩어졌죠. 이처럼 코로나 팬데믹이 저소득층 먹거리 불안정을 굉장히 심화시켰어요. 그래서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는대로 마을부엌을 되살리는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을부엌 지도를 만들어 성과를 낸 반면 아쉬운 점도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아동급식카드, 바우처카드라는게 있어요.” 바우처카드는 저소득층이 정해진 이용처에서 서비스나 물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이용권이다. “아이들은 바우처 카드를 대부분 편의점에서 사용해요. 건강한 먹거리를 먹어야하는 성장기 아이들이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만 먹는 현실이 안타까워 바우처카드를 마을부엌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자고 서울시에 제안했지만 거절됐어요. 마을부엌 사업 담당부서와 아동급식카드 담당부서가 달라 연계가 힘들다는게 이유였죠. 이 점은 무척 안타까워요.”

매년 5월 셋째 주 토요일 전 세계적으로 GMO(유전자변형 작물)을 생산하는 대표적 기업 몬산토-바이엘에 항의하고 GMO에 반대하는 시민행진이 열린다. 이들은 거리 행진 후 새 정부와 국회에 시민 요구로 GMO 반대 등을 전달했다. 사진은 지난 21일 먹거리정의센터 등 먹거리 시민단체들의 몬산토-바이엘 GMO반대시민 행진 모습. (사진/한국뉴스투데이)
매년 5월 셋째 주 토요일 전 세계적으로 GMO(유전자변형 작물)을 생산하는 대표적 기업 몬산토-바이엘에 항의하고 GMO에 반대하는 시민행진이 열린다. 사진은 지난 21일 먹거리정의센터 등 먹거리 시민단체들의 몬산토-바이엘 GMO반대시민 행진 모습. (사진/한국뉴스투데이)

먹거리정의 활동은 최근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도 활동한다. 소혜순 센터장은 기후위기는 곧 식량위기로 직결된다고 우려했다. "재작년 쌀 생산량이 최저였고 작년에는 배추무름병으로 배추값이 많이 올랐었죠. 올해는 식용유 대란과 밀 수출중단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어요. 전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보니 작물의 생산량에도 타격이 오는 거죠.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이 30%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식량을 외국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앞으로는 먹거리의 안정적인 수급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요. 이 경우 먹거리 확보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어 저소득층은 더욱 위협을 받게 되는 거죠. 그래서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절대 농지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농사를 지어야 하는 절대 농지를 보존하지 않고 규제를 풀어 다른 용도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막아야 해요. 개인이 토지를 보유할 경우 농사를 안 짓고 다른 용도로 변경할 가능성이 크니까 공공농지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외국의 경우 정부가 공공농지를 확보해서 유기농 농장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기후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먹거리정의센터는 지속가능한 먹거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농정 대전환 ▲ 학교급식에서 공공급식으로 인식 확대 ▲로컬푸드 활성화를 통한 지역순환경제 발전 지원 ▲지속가능한 식생활 구축을 위한 교육 의무화 ▲저탄소 먹거리체계 구축을 위한 재공급품 먹거리 자원화 도입 등 5가지 제안을 내놨다.

가장 먼저 소혜순 센터장은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농전의 전환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관행농법이라고 석유에 의존하는 농사 방식이 대부분이에요. 화학비료나 농약, 제초제 등 석유에 의존하는 관행농법을 탈피하고 친환경이나 유기농으로 전환하면 탄소 배출을 절감할 수 있어요. 물론, 유기농법이 쉬운 건 아니에요.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려면 토양에 3년간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뿌리지 않고 땅부터 만들어 하고 자체적으로 만든 거름을 쓰는 등 힘든 과정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렇게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던 곳이 팔당 상수원 지역과 충남 홍성 유기농 단지인데 지금은 4대강 사업으로 땅을 다 갈아엎으면서 농민들이 뿔뿔이 흩어졌죠.”

“그럼에도 탄소보조금 제도가 생겨 탄소를 사용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주는 등 유기농법에 대한 지원은 이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무경운농법이나 살충제를 쓰지 않기 위해 벌레가 싫어하는 작물을 같이 심는 혼작농법, 화학 사료를 먹이지 않은 가축과 농업을 병행하는 경축순환농법 등을 권장하고 있어요. 이런 탄소배출을 줄이는 농법을 확대하기 위해 지원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한 거죠.”

지난 21일 먹거리정의센터 등 먹거리 시민단체들의 몬산토-바이엘 GMO반대시민행진을 열고 새 정부와 국회에 GMO 반대 등을 전달했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지난 21일 먹거리정의센터 등 먹거리 시민단체들의 몬산토-바이엘 GMO반대시민행진을 열고 새 정부와 국회에 GMO 반대 등을 전달했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친환경 급식 확대와 아이들에게 식생활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도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 구축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공공급식으로의 인식 확대도 필요해요. 현재 초등학교의 친환경 급식 비중은 80~90%인데 중고등학교의 경우 20%도 안됩니다. 성장기의 중고등학생들의 급식을 친환경으로 확대하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대학교, 관공서, 경로당, 복지관 등 공공시설에도 친환경 급식을 확대해 사회 전반에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요즘 아이들의 입맛은 패스트푸트와 조리를 안하고 먹는 음식, 배달 음식에 익숙하죠.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고 조리되는 지를 몰라요. 먹거리에 대한 귀함을 모르니까 쉽게 버리게 되고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게 돼요. 생산에서 유통, 조리, 폐기, 환경과의 관련까지 식생활 교육을 정규 교육 과정에 편성해야 해요. 식생활 교육을 시스템화해서 아이들부터 노인들에게까지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몸 건강 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살리는 길입니다.”

지역순환경제를 위한 로컬푸드 활성화도 탄소 저감에 역할을 한다. 지역에서 나는 먹거리를 같은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지방에서 생산한 먹거리가 서울의 가락시장까지 갔다가 다시 지역으로 내려오는 현재 유통 시스템은 탄소 배출 문제 뿐만 아니라 여러 불필요한 과정이 많지만 변하기가 쉽지 않죠. 시청이나 관공서, 병원 등 공공기관에서 앞장서서 지역 로컬푸드를 사용하면 어떨까요. 지역 생산 제품을 같은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늘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면 지역 경제 자체가 발전하게 되겠죠.”

마지막으로 탄소 먹거리체계 구축을 위한 재공급품 먹거리 자원화 도입에 대해 소혜순 센터장은 “먹거리의 유통기한과 가용기간은 다릅니다. 현재 우리는 유통기한만 표기하고 있어 대부분 사람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다 버려요. 유통기간이 지나도 품질은 변화가 없는데 말이죠. 이에 유통기한에 임박한 음식을 싸게 판매하는 법안이 통과만 돼도 음식물 폐기를 줄일수 있어요. 또, 가용기간을 함께 표기하는 방법도 합법화해야 하고요.”

소혜순 센터장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저소득층의 먹거리 안전성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먹거리정의센터 제공)
소혜순 센터장은 아이들과 노인들까지 식생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우리 건강과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먹거리정의센터 제공)

22년간의 시민단체 활동을 바탕으로 소혜순 센터장은 시민들의 참여가 정부와 기업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시민단체는 시민없는 시민단체라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고 있어요. 외국의 경우 시민단체 참여가 일상화돼 한 명의 시민이 여러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후원하고 지원하는 단체 활동에 익숙치 않은 게 현실이에요. 회원수가 곧 시민단체의 힘인데 단체들은 지지하는 회원들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는 탄소를 줄이는 다시만드는 밥상 챌린지를 펼치고 있다. 친환경, 저탄소 식재료를 구입하거나 직접 농산물을 재배하는 모습, 음식물을 남기지 않고 실천한 사진을 SNS에 공유하고 참여하는 활동이다. 소혜순 센터장은 "우리의 문제와 미래 아이들의 문제까지 바꿀 수 있는 활동에 귀를 기울이고 많이 참여해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이 기업과 정부를 바꾸고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힘입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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