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커스】 일회용컵 보증금제 유예...환경부 후퇴에 비판 빗발
【위클리포커스】 일회용컵 보증금제 유예...환경부 후퇴에 비판 빗발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6.04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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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자원재활용법 개정으로 준비 기간 2년 있었음에도
보증금제 실행 위한 비용·인력 부담 가맹점주 몫으로 방치

시행 앞두고 소상공인 반발 이어지자 간담회 후 6개월 유예
현장 목소리 듣겠다며 TF 꾸리고 경총·전경련과 핫라인 구축
환경부가 지난달 20일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시행을 환경부가 6개월 미루겠다고 밝혀 비판과 환영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환경부가 지난달 20일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시행을 환경부가 6개월 미루겠다고 밝혀 비판과 환영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환경부가 2년 간의 준비기간이 있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시행을 6개월 미루겠다고 발표해 새 정부와 환경부의 소극적인 환경 정책 추진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 일회용컵 보증금제 6개월 유예

지난달 20일 환경부는 “순환경제 및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준비해왔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견뎌온 중소상공인에게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오는 10일로 예정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12월 1일까지 6개월간 유예한다고 결정했다.

아울러 환경부는 “유예기간 동안 중소상공인 및 영세 프랜차이즈의 제도 이행을 지원하는 한편, 제도 이행에 따르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행정적·경제적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커피전문점 등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소비자가 보증금 300원을 지불한 뒤,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당초 구매했던 매장이 아니어도 반납할 수 있으며, 컵에 붙은 라벨이나 애플리케이션의 바코드를 직원에게 보여주고 보증금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앞서 2003년에도 환경부는 패스트푸드 7개 업체, 커피전문점 24개 업체 등과 자발적 협약을 맺어 컵당 50~100원의 보증금을 받는 식으로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실시한 바 있다. 이에 2003년 기준 19%였던 일회용 컵 회수율은 2007년 37%까지 올랐다. 그러나 당시 일부 업체가 환불되지 않은 보증금을 기업 홍보비 등으로 유용한 사실 등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고,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업계의 판단에 맡기자고 공약한 뒤 2008년 결국 폐지됐다.

그런데 이후 일회용 컵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회수율은 매우 저조해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2018년 기준 연간 1인당 일회용 컵 사용량은 500개를 넘는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07년 프랜차이즈 매장의 일회용 컵 사용량은 약 4억2000만개에 회수율은 37% 수준이었으나 2018년 기준 일회용 컵 사용량은 25억~28억개에 달했음에도 회수율은 5%에 그쳤다.

이에 기후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만큼 플라스틱 사용량도 빠르게 저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면서 지난 2020년 5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의 개정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가 우선 설립됐고, 제도의 시행은 2년 뒤로 예정됐다. 

소상공인 강한 반발...가맹점주와 대화 부족

그런데 보증금제의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제도 시행을 위한 실질적인 대비가 사실상 소상공인에게 떠맡겨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보증금제 운영 전반에 필요한 비용 및 인력 부담 대부분이 가맹점주의 몫으로 넘겨졌기 때문이다. 가령 반환할 때 필요한 바코드를 위해서는 컵마다 라벨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데, 개당 약 7원인 라벨 구입비는 점주가 떠안는다.

아울러 회수한 컵을 회수업체에 보내는 비용도 점주의 몫으로 남았다. 회수하기 쉽게 규격과 색상을 통일한 표준 컵은 개당 4원, 나머지 비표준 컵은 10원이다. 보증금 300원에 대한 카드 결제 수수료 역시 1잔당 1.5원 수준으로 지불해야 한다. 이에 환경부는 뒤늦게 미반환 보증금 등으로 비용 부담을 대부분 보전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바코드를 찍어 보증금을 반환하고, 돌려줄 보증금을 동전으로 준비하는 등의 업무량 증가도 반발을 샀다. 제도 시행 대상 점포는 3만8000여곳에 이르는 데 비해 수거업체는 100곳에 불과해, 수거 업체의 방문 시점까지 반환된 컵을 보관할 장소도 필요하다.

이처럼 소상공인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자 환경부는 지난달 20일 전국가맹점주연합회, 전국카페연합 등과 간담회를 연 뒤 6개월간 유예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환경단체 거센 반발에도 친기업 유지하는 환경부

환경부의 보증금제 유예 결정에 환경단체들은 강제력을 쥔 정부가 재차 시장 논리에 따라 환경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대부분 매립·소각되었던 일회용 컵의 재활용률을 높이고, 다회용기 사용확대를 통한 자원절약과 쓰레기 감소를 위한 좋은 정책이다. 그런데 제도가 시작하기 전에 업체들의 반발로 보증금제는 표류하고 있다. 폐기물 문제는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녹색연합 등이 소속된 한국환경회의 역시 “윤석열 정부가 임기 11일만에 환경 정책 포기를 선언했다”며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2년 전부터 준비돼왔다. 준비 기간으로 충분한 기간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는 소상공인 죽이기라며 가맹점주 피해를 핑계로 삼고,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환경 대신 기업을 선택했다.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에서 살고 싶은 국민은 환경 정책을 포기한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환경부는 유예가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지난달 27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고려했을 때 예정대로 시행되면 혼란스럽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게 됐다. 남은 6개월 동안 회복 기간을 주고 사전 준비를 더 철저히 하겠다”며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없앤다고 하면 환경정책은 후퇴겠지만, 조금 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 6개월 후 제대로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니 후퇴라고 보기는 어렵다. 보증금제는 반드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경부는 지난 30일 ‘환경규제 현장대응 태스크포스(이하 TF)’를 출범하고 현장과 소통하며 환경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TF는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6대 경제단체와 핫라인을 구축해 산업계 의견을 상시로 수렴하겠다는 의도로 환경단체 의견수렴 체계는 마련돼있지 않아 환경부의 현장이란 산업계에 국한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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