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첫날...업계 곳곳에서 여파 속출
화물연대 총파업 첫날...업계 곳곳에서 여파 속출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6.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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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 일몰제로 12월 폐지 예정...유지·확대 요구
주요 항만 등에서 화물차 진입로 막는 등 파업 시작

제철·시멘트·주류 등 화물연대 소속 비율 높은 업계서 여파 속출
주류 출고 평소 60% 수준 하락 등 심각...정부는 엄정 대응 고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화물차 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조합원들이 총파업 출정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예고대로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해 업계 곳곳에서 파업 여파가 시작된 가운데 정부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화물연대, 안전운임제 유지·확대 요구하며 총파업 돌입

7일 화물연대는 “총파업 돌입 직전까지도 정부와 국토교통부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과 대화 창구 개설을 기대했지만 정부는 대화와 협의 지점을 모색하기보다는 엄정 대응 방침만을 반복적으로 표명하며 화물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며 예고대로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이날 0시를 기해 화물연대 조합원 2만5000여 명이 운송을 멈췄고, 오전 10시에는 부산, 인천, 경남 등 전국 16개 화물연대 지역본부에서 총파업 출정식이 진행됐다. 충남과 제주에서도 오후 2시 출정식이 열렸다. 출정식에는 전체 조합원 중 60%인 1만5000여 명이 참여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출정식 이후 주요 항만, 산업단지, 사업장 등 전국 50여 개 거점에서 화물차들이 물류터미널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출입구를 봉쇄하는 방식 등으로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평택항,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 울산 석유화학단지, 전남 여수산업단지, 컨테이너 부두, 포스코 등 주요 시멘트 출하기지 등에서도 비조합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운송이 멈췄다.

전체 화물노동자 약 42만 명 중 화물연대 조합원은 2만5000여 명으로 6% 수준이다. 다만 컨테이너와 시멘트 화물차 비중이 높아 파업의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화물노동자 전반이 안전운임제의 영향 아래 있는 만큼 비노조원들의 파업 동참 규모도 큰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제 전차종·전품목 확대 ▲유가 급등 대책 마련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촉구해왔다. 안전운임제는 운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화주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화물노동자들의 적정한 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특히 화물노동자들의 경우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만큼, 일종의 최저임금제인 안전운임제의 필요성은 꾸준히 강조돼왔다. 그런데 지난 2018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안전운임제는 2020년부터 3년간 일몰제로 시행돼, 오는 12월 만료를 앞둔 상황이다.

엄정 대응 강조하는 정부...곳곳에선 파업 여파 속출

이번 파업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대규모 파업인 만큼 정부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사용자의 부당 노동행위든 노동자의 불법행위든 간에 선거운동을 할 때부터 법에 따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계속 천명해왔다”고 파업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아직까지 유통에 큰 차질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국토부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12개 항만이 모두 정상 운영 중이며, 항만별 컨테이너 장치율은 68.1%로, 평상시(65.8%)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토부는 “집회 참여인원은 화물연대 조합원의 37% 수준으로, 현재까지 집회과정에서 경찰과의 충돌 등 특이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파업으로 인한 여파가 속출하는 모양새다. 이날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하루 물동량 약 4만9000톤 가운데 약 2만톤 출하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고,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하루 출하량 9000톤이 전면 중단됐다고 밝혔다.

국내 시멘트 가루를 운반하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 2700여 대 중 절반가량이 화물연대에 소속된 만큼, 시멘트 업계의 파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연대는 수도권으로 시멘트를 공급하는 경기 의왕 유통기지를 비롯해 충북 단양·제천, 강원 영월·옥계 등 주요 내륙 시멘트 공장의 진입로를 막고 있다. 이에 한국시멘트협회 측은 이날 시멘트 업계 출하량이 평소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화물 운송 위탁사의 화물차주 상당수가 화물연대에 소속돼있어, 주류 업계의 대란도 예상되고 있다. 전체 소주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하이트진로의 이천·청주 공장에서 현재 주류 출고 물량은 평소 대비 60%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러자 지난 4일부터 각 편의점은 소주 발주량을 제한하고 나섰다. 미니스톱은 360㎖인 참이슬병, 참이슬 오리지널병, 진로병은 1박스씩, 640㎖인 참이슬페트, 참이슬 오리지널페트, 진로 소주페트는 각 10개씩만 발주하도록 했다. 세븐일레븐도 참이슬·진로를 점포당 각 1박스씩 발주하도록 했고, 이마트24는 각 3박스로 제한했다.

이에 현재 국토부는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수송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비상수송대책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별 비상수송위원회를 통해 주요 물류 거점에 군 위탁 차량 등 관용 컨테이너 수송차량을 투입하는 등의 대책도 내놓고 있지만, 화물연대 측 역시 강경한 파업으로 맞서고 있어 파업 추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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