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의 허상
몸무게의 허상
  • 정은경 방송작가
  • 승인 2022.06.10 11:3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사람들의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졌다. 
가벼워지다 못해 점점 짧아지고 있다. 

확실히 여름의 계절은 젊은 여성들로부터 오는 것 같다. 

20대의 아리따운 친구들은 벌써부터 더 짧게, 더 과감하게 입고 다닌다. 
‘정말 더위를 참지 못해서 저렇게들 입고 다니는 걸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그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올드한 것 같아 화들짝 놀라며 금방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발랄하다. 20대 시절이 당당히 계절을 앞서가는 모습이.
나도 저랬을까? 아직 오지 않은 여름에 벌써부터 한여름의 옷을 입었던 때가?

그런데 짧게, 과감하게 입은 그 친구들이 너무 말랐다. 근육은 하나도 없이, 너무 말라서 어깨는 툭 튀어나고, 쇄골은 움푹 파이고, 다리는 가늘고 길어 마치 걸어가는 모습이 황새를 연상케 했다. 툭 부러질 것 같아 안쓰럽다. 

예뻐 보이지 않았다. 날씬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쩐지 측은한 마음마저 들었다. 
그 친구를 보며, ‘너무 말랐다, 다이어트는 그만해도 된다’라고 말한다면 이 역시 올드한 걸까? 

다이어트가 시대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다이어트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1년 365일 다이어트에 관심을 가지며, 특히 여름이 다가오면 기를 쓰고라도 한다. 이른바 ‘다이어트 공화국’

한때 나도 다이어트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독히 신경을 썼다. 
20대만을 생각하며 한 해, 한 해 불어나는 몸무게가 그리 못마땅할 수가 없었다. 예전엔 이렇게 뚱뚱하지 않았는데, 예전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찌지 않았는데 왜 지금은 물만 먹어도 살이 찔까? 왜 나잇살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을까? 몸무게는 줄지는 않고, 늘기만 할까? 

나에게 살이 찌는 것은 불만 그 자체였다. 예전에 입은 옷이 맞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살이 찌니 보기에 볼품이 없어진 것 같아 우울해질 때도 있었다. 남들이 게으르다고 비난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불만인 이유 중엔 건강상 이유는 없었다.  
단지, 남들의 시선 때문에 자꾸만 늘어가는 1kg, 2kg에 민감했었다. 
   
그런데, 사실…. 몸무게 수치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얼마 전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근육이 많은 60kg이랑 지방이 많은 60kg의 여성 사진이었다. 지방이 많은 60kg은 우리가 생각하는 뚱뚱한 모습 그대로인데, 근육이 많은 60kg 여성은 보고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날씬했다. 기껏해야 50kg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건강해 보이는 모습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결과가 이렇다면 굳이 몸무게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그동안 나는 그깟 수치에 너무 연연했다. 오로지 겉모습만 생각하며 먹는 즐거움까지 멀리하는 건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 더구나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의 건강을 내팽개친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건강을 생각하는 나이가 돼서 생각이 바뀐 걸까?

이제 오르락내리락하는 몸무게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 대신 즐겁게 운동하고, 땀을 흘리며 50kg 같은 60kg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행동이 바뀌면서 날씬한 몸을 부러워하거나 몸무게를 빼겠다는 생각도 사라졌다. 이제 내 눈엔 건강한 근육질의 몸이 훨씬 멋있게 보인다. 너무 날씬한 몸은 좀 없어 보이지 않는가?


정은경 방송작가 pdirow@naver.com

정은경 방송작가

20여 년 동안 시사, 교양 분야의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CBS <변상욱의 시사터치>,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 <생방송EBS FM스페셜> KBS <보고싶은얼굴, 그리운 목소리>, <월드투데이>, <라디오주치의> tbs <서울 속으로> 등 다수가 있고, 현재는 TBS <우리동네라디오>를 시민제작자와 함께 만들고 있다.
치열한 방송현장에서 일하면서 나만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미자 2022-06-17 12:24:04
근육질의 몸이 아름답기는 한데 근육을 만드는게 쉬운 것이 아니더라구요. 아니, 그 만큼의 노력을 안 했다는 결과이기도 하지만... ^^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라는 화두가 필요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