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산재사망’ 이동우씨 유족-사측 합의...공식사과 약속
‘동국제강 산재사망’ 이동우씨 유족-사측 합의...공식사과 약속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6.16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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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망 상습발생 기업’이었던 동국제강
공식사과·대책마련·손해배상 등 합의 도출
징벌적 손해배상 등 쟁점은 추후 협의 예정
지난 4월 28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건강권 보장 촉구 결의대회에서 고 이동우 씨의 장모 김기선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4월 28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건강권 보장 촉구 결의대회에서 고 이동우 씨의 장모 김기선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동국제강 비정규직 고 이동우 산재사망 해결을 위한 지원모임’(이하 지원모임)이 동국제강과 8차례의 협상 끝에 합의에 이르러, 유족들은 이동우 씨 사망 88일만에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됐다.

공식사과·대책마련·손해배상 등 합의안 도출

16일 동국제강 산재사망 지원모임은 서울 중구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돌아가신 지 88일이 지난 오늘에서야 사측과 유족이 여러 차례 협상 끝에 합의하고 조인식을 했다”고 밝혔다.

유족과 동국제강은 지난 4월 18일 협상을 시작해 총 8차례 협상 끝에 이번 합의에 다다랐다. 도출된 합의안의 내용은 ▲동국제강 경영책임자의 공개 사과 ▲사고조사보고서 및 재발방지 대책 제공 ▲민사배상금·위로금 지급 등이다.

이에 동국제강은 장세욱 부회장과 김연극 대표이사의 명의로 된 사과문을 회사 홈페이지에 일주일간 게시하고, 장치 고장 시 전원을 차단하는 ILS를 설치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며, 유족에게 민사상 배상금과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

협의의 쟁점이 돼왔던 징벌적 손해배상 여부는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추후 판결 내용에 따라 별도 협의하기로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고의로 혹은 중대한 과실로 중대재해를 발생하게 했을 때 피해자에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유족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배상하라고 요구해왔지만, 동국제강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제외한 합의안을 요구하며 대치해왔다. 

아울러 유족들은 앞서 사측이 합의안에 ▲합의 전 수사 중인 임직원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하고 ▲합의 후에는 손해배상 및 민형사 소송 등 일체의 법률적 권리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했다며 해당 합의안을 거부하고, 동국제강의 책임 인정 및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지난 4월부터 동국제강 본사 앞 분향소에서 농성을 이어왔다.

이날 유족의 대리인을 맡은 권영국 변호사는 “여러 난관과 어려움 끝에 오늘 드디어 동국제강과 합의를 하고 조인식을 하게 됐다. 지금까지 고인의 목숨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유족들에게 깊은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이날 조인식에서 사측은 “철저한 사고 예방 대책, 안전조치를 준비해 또다시 회사 내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자원을 투입해 안전을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13일 서울 중구 동국제강 본사에서 이동우씨의 유족들과 시민단체 등이 동국제강의 사과와 책임, 재발방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4월 13일 서울 중구 동국제강 본사에서 이동우씨의 유족들과 시민단체 등이 동국제강의 사과와 책임, 재발방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망 88일 만에 치르는 장례

이번 합의안 도출로 지금까지 고인의 장례를 치르지 않고 농성해온 유족들은 이날 오후 7시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고 이동우 노동자 시민사회장’ 영결식을 진행한다. 이어 17일 포항성모병원에 차려진 장례식장에서 추모문화제가 열리며, 발인은 오는 18일로 예정됐다.

이날 고인의 부인 권금희 씨는 “억울하게 죽은 남편에게 뭔가를 풀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이런 날이 다가오니 이 (합의문) 종이가 남편을 대신하는 건지, 우리 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고 너무 허무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권 씨는 “다시는 남편 같은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게 꼭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한 사람과 한 가정을 파괴한 사람들의 죗값을 꼭 치르도록 하겠다. 그때까지 이동우의 이름을 잊지 말아 주시고, 끝까지 싸울 수 있도록 우리의 편에서 연대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3월 21일 오전 9시 30분경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이동우 씨는 천장 크레인의 브레이크를 교체하던 중 크레인의 오작동으로 추락 방지용 안전벨트가 몸에 감겼고, 이 때문에 철제 안전 구조물 사이에 몸이 끼어 끝내 숨졌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신호수가 배치되어 있지 않았고, 작업 전 전원을 차단하는 등의 기본적인 사고 예방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용노동부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동국제강의 원·하청 관계자들을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지만, 동국제강의 경우 2대 주주인 장세욱 부회장이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로 파악되고 있어 고용노동부는 사고의 책임자를 누구로 정할지를 두고 보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국제강의 최대 주주는 13.94%를 보유한 장세주 회장이지만, 지난 2016년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징역형 복역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상태다. 또한 장세욱 부회장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연극 대표 역시 최고안전책임자를 맡고 있으나 지분율은 0.01%에 그쳐,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는 장세욱 부회장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동국제강은 최근 5년간 ▲2018년 7월 부산 배관 폭발 ▲2020년 1월 부산 유압기 끼임 ▲2021년 1월 포항 승강기 끼임 ▲2021년 2월 부산 코일 끼임 등 거듭 산재 사망사고를 내, 중대재해 상습 발생 사업장으로 꼽혀왔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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