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커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본격화...尹정부 친기업 움직임
【위클리포커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본격화...尹정부 친기업 움직임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6.18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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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처벌로 선량한 기업인 억울한 피해” 중대재해법 개정 추진
원청 범위·책임 축소, 책임자 처벌 감경...법 제정 취지와 전면 충돌해
한국노총 “윤 정부, 정경유착 포문 열었다...중대재해법 핵심 사문화”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국민의힘의 개정안 발의에 더불어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의 개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서면서, 위험한 노동환경에서의 산재사망 재발 방지를 목표하는 중대재해법 취지의 훼손 우려는 심화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중대재해법 개정 본격화

지난 10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중대재해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권성동·김상훈·박덕흠·이명수·이종성·이주환·정진석·조명희·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의 공동발의자로 나섰다.

해당 개정안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처벌 규정만으로 모든 재해를 예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중대재해 예방에 관한 기준을 고시하고 ▲이를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권고하며 ▲예방 조치 인증을 받은 경우 처벌 형량을 감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또한 이들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확보를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였음에도 재해가 발생한 경우 법률 적용의 다툼이 있을 수 있고 과도한 처벌로 인한 선량한 자의 억울한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며 제안 이유를 밝혔다.

이어 지난 15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경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중대재해법으로 인해 경영책임자의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중대재해법 시행 과정에서 경영자가 느끼는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지난 16일 윤석열 정부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오는 7월부터 경영책임자 의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제고하겠다”며 개정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동자 사망 막자는 제정 취지 흐려져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비 50억 원 이상)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 미이행이 확인되는 경우 최고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의 제정은 2016년 서울 구의역에서의 김 모 군의 사망과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의 김용균 씨의 사망 등으로,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다가 죽는 하청업체 노동자의 비극을 막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이에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 제한, 원청의 책임 강화 등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이 통과돼 2020년 1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당시 노동자 38명이 숨졌음에도 관계자가 단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징역 1~3년에 그치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자, 실질적으로 안전한 노동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권한을 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며 중대재해법 입법이 추진된 바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경제계는 중대재해법의 규정이 모호하고, 처벌이 과도하며, 법 시행 이후 산재 사망이 줄어들지 않으므로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주장을 이어왔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영책임자의 대상과 질병자·사망자 범위를 구체화하고 ▲임대·발주 형태는 원청 사용자에서 제외하며 ▲재발방지책 의무를 중대재해로 판명된 사고에만 한정하는 등 기업의 경영 부담을 줄여달라고 요구해왔다.

야당·노동계 중심 거센 반발

이러한 경제계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기업주 처벌이다. 기업주에 대한 처벌을 감경해주자는 것은 법 취지를 허무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해야 할 일은 중대재해법을 안착시키는 것이지, 이를 무력화하려는 경제계의 소원 수리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개악을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광주 학동 참사와 화정동 붕괴 참사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은 대표적인 안전인증제도인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 기업이었다. 이에 산업안전공단이 지난 1월 인증을 취소하고 인증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을 밝힌 사실을 국민의힘은 알고도 법안 발의를 한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노총은 “위험한 작업이라는 노동자의 제기를 무시하고, 작업허가서를 조작해 대형 폭발 참사로 이어지게 했던 여수국가산단의 대림산업 정문에는 안전인증과 녹색인증 등 각종 인증 표지가 걸려있었다. 노동자들은 분노에 차 인증 표지를 떼어내기도 했다. 시민 참사 때마다 형식적인 안전점검 문제, 안전인증기관과 기업의 비리 결탁 사례는 수도 없이 널려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대산업개발과 같은 안전인증 기업이 법 위반을 밥 먹듯이 하고, 제2, 제3의 참사를 일으켜도 대표이사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법안을 어떻게 버젓이 발의할 수 있단 말인가? 국민의힘은 기업 대표이사의 형사처벌 면제에 급급해 노동자 시민의 생명안전을 내팽개치는 후안부치한 법 개악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 역시 “윤석열 정부와 윤핵관, 경영계의 삼각편대가 노동자 목숨 팔아서 사용자 배를 불리겠다는 정경유착에 포문을 연 것으로 규정하고,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저지를 위해 강력히 투쟁할 것임을 밝힌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이어 “기존 안전보건 관계 법령은 최소한의 위하력조차 갖추지 못했고, 그로 인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결국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그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이유다. 이번 발의안은 수천 수만명의 목숨으로 최소한의 법정 형을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중에서도 핵심을 사문화시키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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