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벌 한 마리가 세상을 바꾼다...박진 어반비즈 서울 대표
【인터뷰】 벌 한 마리가 세상을 바꾼다...박진 어반비즈 서울 대표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2.06.2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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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도시에서 양봉을 해온 10년차 양봉업자 박진 대표
"벌 한마리가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 아래 벌의 가치를 강조

[한국뉴스투데이] 국제연합(UN)은 생태계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매년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정하고 벌을 보호하고 있다. UN 식량농업기구는 세계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에 의존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꿀벌이 사라지면 우리의 식량도 사라져 벌은 대체불가능한 종의 대표적 예로 꼽힌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양봉용 꿀벌의 개체수가 급감하는 꿀벌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양봉산업 5개년 종합계획을 세우는 등 후속 조치에 들어간 상태다. 이처럼 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은 가운데 ‘벌 한 마리가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 아래 10년 전부터 도시양봉을 해온 젊은 도시양봉업자가 있다. 한국뉴스투데이는 박진 어반비즈 서울 대표를 만나 세상을 바꾸는 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주>

서울 상도동의 핸드픽트 호텔 옥상의 양봉장에서 박진 어반비즈 서울 대표를 만났다. 박진 대표는 지난 2013년부터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꿀벌을 키워 온 도시양봉업자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서울 상도동 핸드픽트 호텔 옥상의 양봉장에서 박진 어반비즈 서울 대표를 만났다. 박진 대표는 지난 2013년부터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꿀벌을 키워 온 도시양봉업자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꿀벌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초여름 서울 상도동 핸드픽트 호텔 옥상에 마련된 도시양봉장에서 박진 대표를 만났다. 박진 대표는 2013년부터 도시양봉을 시작한 10년차 양봉업자다. 양봉업계 평균 나이가 65세임을 미뤄볼 때 갓 서른이 넘은 나이에 도시에서 양봉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진다. “솔직히 말하면 특별한 것은 없어요. 새로운 취미가 가지고 싶었는데 그 취미가 업이 됐다고 할까요. 흔한 말로 덕업일치가 된거죠.” 박진 대표는 어쩌다 양봉을 시작했다고 말했지만 벌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수익 창출은 물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박진 대표가 운영하는 도시양봉장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만 25곳이다. “양봉장이 한 군데 생기면 벌은 반경 2km를 날아다니며 꽃을 잘 피게 만들어요. 이렇게 벌들이 발화율을 20% 높여주면 이를 통해 곤충이나 작은 새들이 인근으로 유입되는 효과가 있어요. 도시에 양봉장이 생기는 것만으로 도시 생태계가 좋아지는 거죠.” 

현재 박진 대표가 수도권에서 운영하고 있는 양봉장은 25곳이다. 크기와 규모는 조금씩 다르지만 꿀벌을 키우면서 도시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점은 같다. 사진은 핸드픽트 호텔 옥상의 도시양봉장. (사진/한국뉴스투데이)
현재 박진 대표가 수도권에서 운영하고 있는 양봉장은 25곳이다. 크기와 규모는 조금씩 다르지만 꿀벌을 키우면서 도시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점은 같다. 사진은 핸드픽트 호텔 옥상의 도시양봉장. (사진/한국뉴스투데이)

운영되는 도시양봉장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경기도 한국항공대학교 근처에 있다. 대부분의 도시양봉장에서 5군(양봉통을 세는 단위)을 키우고 있는데 이 곳은 무려 50군이 모여있다. "벌 한 통에서 보통 10kg의 꿀이 나와요. 그런 의미에서 항공대 근처 양봉장은 생태적 가치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가치도 있는 곳이죠."

핸드픽트 호텔 옥상의 양봉장의 경우 국내 호텔 중 도시양봉장 1호라는 의미가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5성급 호텔들 대부분이 도시양봉장을 운영해요. 호텔에서 양봉을 할 경우 꿀을 이용해 어매니티 제품을 만들 수도 있고 웰컴 키트를 제작할 수도 있죠.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꿀을 이용에 음료를 제조하기도 하고 숙박객들을 대상으로 양봉체험을 제공하기도 해요. 이런 이유로 도시양봉장을 운영하는 호텔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2016년 조성된 서울숲 내 꿀벌정원 양봉장도 박 대표에 의해 운영된다. “서울숲은 서울의 대표적이 숲이에요. 서울숲 내 양봉장은 공원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벌을 안전하게 볼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공간이죠. 서울숲과 함께 조성돼 있는 Bee호텔은 꿀벌 뿐만 아니라 야생벌들의 생태와 보호를 위해 운영되고 있어요.” 서울숲 내 양봉장은 종합 안내도에서 29번 구역에 위치해 있다.

어반비즈 서울은 도시양봉장 외에도 bee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bee호텔은 꿀벌 외의 야생벌들의 생태를 지키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어반비즈 서울 제공)
어반비즈 서울은 도시양봉장 외에도 Bee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Bee호텔은 꿀벌 외의 야생벌들의 생태를 지키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은 서울숲 내 꿀벌정원에 위치한 Bee호텔 전경. (사진/어반비즈 서울 제공)

이처럼 양봉으로 바쁜 와중에도 박 대표는 벌과 사람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교육에 매진 중이다. “2014년 쯤 어린이대공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4주간의 수업이 끝나는 마지막 날 한 어린이가 삐뚤빼둘한 글씨로 꿀벌에 대해 알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쪽지를 줬을 때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보람도 느꼈고요. 생태 감수성이 뛰어난 아이들은 성인이 돼서까지 좋은 영향으로 이어진다고 봐요. 교육으로 인식의 변화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요. 그래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생태 교육을 계속해 바꿀 수 있는 부분들은 바꿔 나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박 대표는 본업인 양봉 외에도 교육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저희 교육 과정은 Beegin Again(비긴어게인)이라고 합니다. 사람을 교육해 벌과 공존하려는 저희만의 방법이죠. 교육을 통해 벌을 잘 키울 수 있는 도시양봉가를 양성해 냅니다. 또, 척척박사 꿀벌강사들을 교육하고 있어요. 벌에 대해 교육을 받은 척척박사 꿀벌강사들은 아이들에게 벌이 중요한 이유와 도시와 벌이 공존해야 이유에 대해 알려주고 있죠.” 현재 어반비즈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척척박사 꿀벌강사는 6명이다. 이들은 유아부터 초등학생,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다.

어반비즈 서울은 Beegin Again을 통해 벌을 키우는 양봉가와 아이들을 교육하는 척척박사 꿀벌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박진 대표는 양봉 외의 대부분의 시간을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사진/어반비즈 서울 제공)
어반비즈 서울은 Beegin Again을 통해 벌을 키우는 양봉가와 아이들을 교육하는 척척박사 꿀벌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박진 대표는 양봉 외의 대부분의 시간을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사진/어반비즈 서울 제공)

그 외에 벌들을 구조하는 Bee119도 빠질 수 없는 활동 중 하나다. “생명체인 벌은 사람들이 정해준 장소에만 살지 않아요. 때로는 벌들이 사람들의 주거 지역까지 침범해 집을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방관들이 벌집 제거를 위해 출동하면 집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물을 뿌리거나 불을 사용해 태우게 되죠.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벌들이 죽어요. 저희 Bee119 구조대는 벌을 구조하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해 벌을 안전한 장소로 옮기거나 도시양봉장으로 다시 데려오는 일을 하고 있어요.”

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올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꿀벌 실종 사건으로 자연스레 이야기가 흘러갔다. “다행히 저희 양봉장 중에는 크게 이번 꿀벌 실종으로 타격을 입은 곳은 없어요. 하지만 예의주시하고 있죠. 양봉을 하다보면 유난히 추운 겨울을 나지 못하는 벌들이 죽거나 여러 문제로 벌들이 죽는 일은 매년 조금씩 일어나요. 이번 꿀벌 실종 사건은 전국적으로 규모가 커지면서 문제가 된건데 급격한 기후변화나 농약 문제 등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돼요.”

박진 대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벌의 중요성과 공존의 이유를 설명하는 교육을 통해 인식의 변화와 미래가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말했다. (사진/어반비즈 서울 제공)
박진 대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벌의 중요성과 공존의 이유를 설명하는 교육을 통해 인식의 변화와 미래가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말했다. (사진/어반비즈 서울 제공)

“예를 들면 봄이 일찍 와서 꽃이 너무 빨리 피면 벌의 먹이가 부족해져요. 날씨가 너무 더우면 꽃대가 제대로 꽃을 맺지 못해 꽃이 꿀을 만들지 못하죠. 비가 너무 안 오면 꽃이 말라서 꿀이 부족하고 비가 너무 많이 올 경우에는 벌들이 날개가 젖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죠.” 박 대표는 날씨의 급격한 변화와 이상 날씨가 벌에게 큰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농약도 문제다.

“직접 벌통에 농약을 치는 방법은 당연히 문제가 돼요. 또 독일 바이엘크롭사이언스가 제조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이미다클로프리드 같은 농약들은 니코틴이 다량 함유돼 벌들이 중독 현상을 보이죠. 이런 농약에 노출된 벌들은 중독 현상으로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거나 그런 농약만 찾아 다니게 돼요. 농약의 또 다른 문제는 실험실에서만 이뤄진 임상실험이 현실과는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면 A농약과 B농약이 벌이나 곤충을 대상으로 각각 임상실험을 할 때는 안전했을지 몰라도 바깥에서 동시에 사용했을 때 독성이 수백배로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박 대표는 소비자들이 농약이 사용된 농산물을 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벌이나 생태계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도시양봉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면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도시에서 양봉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해외에서는 도시 양봉이 자리를 잡으면서 양봉에 관련된 조례가 생긴 곳이 많아요.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법령이나 조례가 없어 마찰이나 분쟁이 생길 수 있죠. 양봉을 하기 위해서는 주변 이웃에게 피해를 안주는 공간이 필요하고 이웃집과의 적당한 거리 확보, 벌통수 제한 등 살펴볼 점이 많아요. 벌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은 필수죠.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난 만큼 관련 조례가 만들어지는 것도 필요하고요.”

어반비즈 서울은 벌의 생태와 보호를 위해 양봉은 물론 벌 구조와 교육자 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벌과의 공존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어반비즈 서울은 벌의 생태와 보호를 위해 양봉은 물론 벌 구조와 교육자 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벌과의 공존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벌 한 마리가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 아래 박 대표는 내년부터는 지자체와 손잡고 귀농이나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양봉 교육은 물론 실습까지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는 지역 활성화는 물론 귀농인들의 성공적인 안착과 나아가 일자리까지 창출까지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에서 양봉 교육을 받은 예비 귀농‧귀촌인들을 대상으로 연계된 지역에서 1년 정도의 실습까지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에요. 현재 전라북도와 협의 중으로 귀농인들이 거둬들인 꿀은 저희가 전량 사들여 판매할거에요.특히 그 지역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척척박사 꿀벌강사 교육을 해서 지역 일자리 창출은 물론 아이들과 학생들에게 벌에 대한 교육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에요." 양봉은 물론 벌 구조와 교육자 양성 등 선한 영향력으로 벌과 공존을 하겠다는 박진 대표의 계획이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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