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31년 만에 ‘경찰 통제 조직’ 신설...인사 번복에 길들이기 의혹
행안부, 31년 만에 ‘경찰 통제 조직’ 신설...인사 번복에 길들이기 의혹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6.22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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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위원회 통해 통제 조직 신설 등 발표
같은 날 인사 단행한 후 2시간 만에 번복
행안부의 통제 본격화에 경찰 반발 이어져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소진 경찰청 직장협의회 위원장이 행안부 경찰국 신설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소진 경찰청 직장협의회 위원장이 행안부 경찰국 신설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행정안전부가 31년 만에 내부 경찰 통제 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혀 경찰 안팎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행안부가 경찰 고위직 인사 발표 후 2시간 만에 내용을 번복해 논란은 증폭됐다.

전례 없는 인사 번복...‘경찰 길들이기’ 의혹

지난 21일 오후 7시 14분경 정부는 경찰 치안감 28명에 대한 보직 인사를 단행했다. 그런데 2시간여 뒤인 9시 30분경 7명의 인사가 수정된 새 명단을 다시 내놨다. 

새로운 명단에서 보직이 바뀐 대상자는 김준철 광주경찰청장(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경찰청 생활안전국장), 정용근 충북경찰청장(중앙경찰학교장→경찰청 교통국장), 최주원 경찰청 국수본 과학수사관리관(경찰청 국수본 사이버수사국장→경찰청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 윤승영 충남경찰청 자치경찰부장(경찰청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경찰청 국수본 수사국장), 이명교 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첫 명단 없음→중앙경찰학교장), 김수영 경기남부경찰청 분당경찰서장(경찰청 생활안전국장→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 김학관 경찰청 기획조정관(경찰청 교통국장→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 등이다.

골프장 예약 특혜 의혹을 받았던 이명교 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은 애초 명단에는 포함돼있지 않다가 수정된 명단에서는 중앙경찰학교장으로 포함되기도 했다.

경찰의 해명도 번복됐다. 경찰청은 당초 “협의 과정에서 나오는 인사 명단에는 여러 가지 버전이 있는데, 실무자가 최종 버전이 아닌 중간 버전을 잘못 올렸다. 뒤늦게 오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치안감 인사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으로, 여러 결재 과정을 거치는 만큼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언론에 보도자료가 배포된 지 2시간 만에야 수정된 점, 경찰 내부에도 같은 내용으로 전체 공지된 점 등 의문점들로 인해 논란은 증폭됐다.

그러자 경찰청은 “행안부로부터 최종본을 통보받아 내부망에 게시했는데, 시간이 흘러 행안부가 구버전이었던 다른 안이 최종본이라며 다시 인사안을 보내왔다”며 경찰 측 실수가 아닌 행안부 측 책임이라고 해명을 번복했다.

이날 행안부는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을 발표하며 경찰 통제 조직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경찰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사태인 만큼, 경찰 안팎에서는 행안부가 이른바 ‘경찰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행안부, 31년만에 경찰 통제 조직 구성

이날 자문위원회는 “최근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과 불송치 결정권이 부여됐다”고 견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31년만의 ‘경찰국’ 부활이라는 여론을 의식한 듯 경찰국이나 경찰정책관 등 구체적인 명칭 사용은 피했으나 ▲행안부 장관의 소속 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 ▲행안부 장관의 경찰 인사 제청 관련 위원회 설치 ▲경찰 외부감사 실질화 ▲경찰 징계 관련 절차 개선 ▲가칭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설치 등을 포함하며 통제의 의미를 명확히 밝혔다.

이는 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이라는 형식이었지만, 자문위원회에 한창섭 행안부 차관과 이용철 행안부 기획조정실장이 포함된 만큼 행안부의 발표안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 차관은 이날 “장관 보고 후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사항은 일정한 절차를 거쳐 바로 시행하고, 법률 개정 사항은 경찰제도발전위원회에 상정해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의 권한과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민주적 관리·운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행안부의 기본전제에 공감한다”면서도 “민주성·중립성·책임성이라는 경찰제도의 기본정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회 각계 전문가를 비롯해 정책 실행자인 현장경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범사회적 협의체를 통해 폭넓은 논의를 이어갈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날 경찰청 경찰수사 심의위원회 역시 “경찰국 신설을 통한 경찰 통제 방안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헌법의 권력분립 원칙에 반하고 모든 국가작용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법률유보 원칙 등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하는 등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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