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미’... 北 정치범수용소에서 생긴 일
‘리멤버 미’... 北 정치범수용소에서 생긴 일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2.06.24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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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얼마나 알고 있나

2010년부터 10여 년간 40여 명의 한국과 일본, 미국에 거주하는 탈북민을 취재하여 제작한 <리멤버 미>는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잔혹함과 잔혹할수록 빛나는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처연하게 보여 주는 영롱한 수정 같은 영화다.

'리멤버 미' 스틸, 박수엔터테인먼트 제공
'리멤버 미' 스틸, 박수엔터테인먼트 제공

시미즈 에이지 한 감독의 <리멤버 미, 원제 : True North>(2020)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상을 극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감독은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잔혹함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지만,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성에 초점을 맞춰 제작했다고 전했다. 재일교포 4세로 북한의 인권에 관심이 컸던 시미즈 에이지 한 감독은 탈북민이 쓴 책을 통하여 정치범수용소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 참상을 영화로 알리고 싶었던 감독은 한국과 일본 미국 등에 거주하는 40여 명의 탈북민을 취재하며 세밀한 자료 조사를 토대로 영화를 제작했다. 2010년부터 준비하여 2020년에 완성됐다.

'리멤버 미' 스틸, 박수엔터테인먼트 제공
'리멤버 미' 스틸, 박수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2020년 현재 시점으로 탈북민의 증언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극의 배경은 19954.15 태양절을 기점으로 좀 더 앞선 시대를 포괄한다.

1959년부터 1984년까지 25년 동안 총 186회의 북송선이 니가타항에서 북한의 청진항으로 향했다. 당시 북송선을 타고 북으로 향했던 재일 한인은 모두 93,339. 일본인도 2,000여 명 이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북으로 향했던 재일 한인 98%의 고향은 남쪽이었다. 일본에서 북한으로 이주한 '지상낙원'이라는 송환 프로그램은 북한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은 북한 이주를 장려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정작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교포들이 간첩 누명을 쓰고 약 12만 명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다. 그리고 여전히 정치범수용소에 잡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영화는 이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인권이 어떻게 유린당하는지 처참하게 보여 준다.

가족들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평양에 사는 9살 소년 요한은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사라지고, 그 이후 집에 들이닥친 정부 관리자에 의해 남은 가족들과 함께 어디론가 끌려간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죽음의 땅으로 일컬어지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 그곳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모든 것을 잃은 절망 속에서도 끝내 놓을 수 없는 삶과 미래에 대한 희망의 간절함과 절박함을 경험하지 않고서야 어찌 다 헤아리고 짐작할 수 있을까만.

'리멤버 미' 스틸, 박수엔터테인먼트 제공
'리멤버 미' 스틸, 박수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년 제44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리멤버 미>2020년 제36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 경쟁부문 특별언급을 비롯하여 그해 제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 장편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33회 도쿄국제영화제 월드포커스 부문 후보로 선정되기도 하며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어 찬사를 받았다.

영화는 스톱 모션(stop motion, 정지하고 있는 물체를 1프레임마다 조금씩 이동하여 카메라로 촬영하여 마치 자신이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영화 촬영 기법)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시각적으로 극적인 효과를 극대화했다. 움직임과 정지로 주인공의 다양한 표정과 내면의 갈등까지 섬세하게 표현하여 실사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에 더 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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