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우면 지는 거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 정은경 방송작가
  • 승인 2022.08.05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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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우울했었다. 
의욕은커녕 그날 해야 하는 일들만 겨우 해치웠다. 

기쁨도 없고, 재미도 없었다. 
친구들을 만나도 별로 신나지 않았고, 하고 싶은 것도 하나 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었다.

마음의 병은 신체로까지 나타났다. 
뭘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고, 가슴은 답답하고, 속이 쓰렸다. 
신체로 나타나는 병은 다시 마음으로 이어져 의욕은 더욱 없어졌고, 악순환은 계속됐다. 
그 누구는 경증 우울증이라고 했다. 

일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 때문인 줄 알았다. 
최근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됐는데,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적지 않은 스트레스였다. 때문에 그들을 만나기가 무엇보다 싫었고, 그들이 무슨 말을 하면 반감부터 가지게 됐다. 나의 이유가 그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껏 일하면서 마음 맞지 않는 사람들을 만난 게 어디 한 둘인가?
아니다. 나의 경증 우울증은 그들로부터 온 게 아니었다. 
얼마 전 알았다. 나의 문제는 부러움에서 왔다는 걸.  

내가 아는 단란한 4인 가족이 있다.
부부는 입양한 아이나 친딸 할 것 없이 똑같이 사랑을 주고, 남편은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는 아내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준다. 아내 역시 남편의 배려에 지극히 고마워한다.  
난 지금껏 이들 가족처럼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리 넉넉하지는 않지만 걱정보다는 늘 행복이 가득한 가족이다. 
‘아, 소소한 행복이 이런 거구나’하며 그들 가족을 참 예뻐했다. 

그런데, 난 그들 가족을 예쁘게만 본 게 아니라 어느 샌가 부러워하고 있었다. 
‘저렇게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저렇게 살면 좋겠다.’ 
나의 여건과 상황이 이미 4인 가족이 될 수 없어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한데도 막연하게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루어지기 힘든 꿈을 꾸면서 실현되지 못한 현실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 

전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방송작가라는 일이 시들해졌을 때, 내 친구들은 경력을 쌓아 부장이 되고, 이사가 되고, 억대 연봉을 받는 걸 보며 한때 자괴감에 빠졌었다. 그들과 내가 다른 건 없는데……. 
나는 늘 제자리에 있는데 그들은 ‘발전’하는 것 같았다. 부러웠다. 

하지만 난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 있었다. 매일매일 출퇴근하는 걸 견딜 수 없기에 프리랜서를 택한 것인데, 이제 와서 그들의 직급을 부러워하다니……. 만약에 지금 누가 억대 연봉을  줄테니 직장을 다니라고 한다면 자신없어하며 못한다고 할 것을.. 

나의 경증 우울증은 할 수 없는 것과 될 수 없는 것을 부러워한 것이 원인이었다. 
어느 날 그것을 인정하자마자 나의 병(?)은 깨끗이 나았다. 병이 낫자마다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훨씬 줄어들었다.  

흔히,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한다. 
부러움이 발전의 동력이 되어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 수 있다면 
그 부러움은 긍정의 부러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나의 현실과 상황에선 이루어지기 힘든 것들을 부러워하는 것이니 
마음의 병이 생기고 신체의 병이 생길 수밖에. 

이제부터 지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져봐서 아는 데 기분만 상한다. 
남을 부러워하며 내 처지를 비관하기엔 내 몸과 마음만 상한다.  
이기고 싶다면, ‘이 세상에 내가 최고요, 지금 나의 상황이 가장 좋다’고 마음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삽화/박상미
삽화/박상미

 


정은경 방송작가 pdirow@naver.com

정은경 방송작가

20여 년 동안 시사, 교양 분야의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CBS <변상욱의 시사터치>,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 <생방송EBS FM스페셜> KBS <보고싶은얼굴, 그리운 목소리>, <월드투데이>, <라디오주치의> tbs <서울 속으로> 등 다수가 있고, 현재는 TBS <우리동네라디오>를 시민제작자와 함께 만들고 있다.
치열한 방송현장에서 일하면서 나만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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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자 2022-08-17 15:51:23
작가 님의 글을 읽다 보면 사람 냄새가 난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의 행동들도 유심히 지켜보게 됩니다. 그래서 저의 생각은... 인간이기 때문에 남이 부러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항상 이기려고 한다면 많은 스트레스가 따르리라 봅니다. 어떤 때는 져주는 경우가 이길 때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