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제】 국민제안 투표 1위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갈등 재점화
【지금 경제】 국민제안 투표 1위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갈등 재점화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2.08.0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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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제안 TOP10 투표에서 1위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대통령실, "투표 과정에서 어뷰징 확인돼 순위 선정 안한다"

유통업계 "국민 의중 반영된 결과" 규제 완화에 기대
소상공인 "골목상권 최후의 보호막을 없애는 것"반발
윤석열 정부의 소통창구인 국민제안 투표에서 1위를 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문제를 두고 갈등이 재점화됐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소통창구인 국민제안 투표에서 1위를 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문제를 두고 갈등이 재점화됐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국민소통창구인 국민제안 ‘TOP10’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대통령실은 당초 국민제안 1위 사안을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 약속했지만 투표 결과가 나오자 투표 절차에 오류가 있었다는 이유로 순위를 선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생긴지 10년 만에 의무휴업 규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던 유통업계와 이를 반대하는 소상공인과 마트 노동자간의 갈등은 다시 불이 붙었다.

정부가 불붙인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앞서 지난 6월 대통령실은 1만3000여건의 접수된 민원 중 정책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10건을 선정하고 7월 21일부터 7월 31일까지 10일간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정된 상위 3가지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투표가 시작됐고 최종적으로 생활경제 분야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좋아요' 57만7415표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이에 유통업계는 10년 동안 묶였던 의무휴업이 폐지될 가능성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골목상권 최후의 보호막을 없애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마트 노동자들 역시 ”휴식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양 측이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투표 결과 발표 직후 "투표 과정에서 어뷰징(중복 전송)이 확인돼 순위를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국민제안이 바로 정책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1위라고 해서 바로 정책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민감한 사안이 국민투표에 올라온 점과 결과 발표 후 말을 바꾼 점 등을 싸잡아 "정부가 오히려 분란을 가중시킨 꼴"이라며 비난했다. 대통령실은 이를 의식한 듯 "본인 인증제도 도입 등 제도 개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투표 결과가 나오자 대통령실은 "투표 과정에서 어뷰징(중복 전송)이 확인돼 순위를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국민제안 갈무리)
투표 결과가 나오자 대통령실은 "투표 과정에서 어뷰징(중복 전송)이 확인돼 순위를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국민제안 갈무리)

유통업계 VS 소상공인마트 노동자 갈등 재점화

이번 논란의 중심인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의무휴업은 2012년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영업시간 제한과 함께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해 도입돼 이듬해인 2013년부터 ▶매월 2회 의무휴업과 ▶매일 0~10시 영업제한이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투표 결과는 국민의 의중을 반영한 결과라며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이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 새벽 배송을 하는 온라인 쇼핑몰과 달리 대형마트는 새벽배송을 제한한 점을 역차별로 보고 있어 유통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진 상황이다.

반면 전통시장 소상공인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폐지를 반대한다는 플랫카드를 내걸고 폐지가 될 경우에는 집단행동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내놨다. 사단법인 자영업소상공인중앙회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을 폐지하는 것은 전통시장과 자영업자의 피해를 초래하는 동시에 마트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은 이미 2018년 대형마트 7곳이 낸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이 나온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마트 노동자들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골목상권 보호 뿐만 아니라 종사 노동자의 건강권·사회권을 보장하는 차원으로 만들어낸 소중한 성과”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은 지난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인근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은 지난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인근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윤 정부 첫 규제심판회의 논의 대상에 올라

이처럼 양측의 갈등이 다시 시작된 가운데 대형마트 영업제한 문제가 첫 번째 규제심판회의 논의 대상으로 선정돼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규제심판회의를 열고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규제심판회의는 윤석열 대통령의 110개 국정과제 중 하나로 분야별 민간 전문가를 구성해 규제개선 권고안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이날 회의에는 위원장인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의 주재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과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소관부처가 참석했다.

이들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 육성과 의무휴업 규제 효과성, 온라인 배송 허용 필요성, 지역 특성을 고려한 의무휴업 규제 등을 논의하고 대형마트와 소상공인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대안에 합의할 때까지 회의를 열 계획이다.

여기에는 일반 국민들의 의견도 반영된다. 오는 5일부터 18일까지 규제정보포털 '규제심판 국민참여' 페이지를 통해 댓글을 남기는 방식으로 참여가 가능하다.

한편, 국무조정실은 업계 의견 수렴을 거치고 온라인 토론이 종료된 오는 24일 두 번째 규제심판회의를 예정하고 있어 대형마트 영업제한 폐지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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