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세월호 보고 거짓 답변’ 김기춘에 무죄 취지 파기환송
대법, ‘세월호 보고 거짓 답변’ 김기춘에 무죄 취지 파기환송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8.19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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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에 20~30분 간격 실시간 보고’ 증언
실제로는 2차례만 대통령에 전달돼 허위공문서작성 혐의 적용
대법원 “보고 자체는 실시간 이뤄져...주관적 의사 표명했을 뿐”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되지 않았음에도 실시간으로 보고됐다고 답변해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를 받아온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상고심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사진/뉴시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되지 않았음에도 실시간으로 보고됐다고 답변해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를 받아온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상고심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했다고 답변서를 작성해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를 받아왔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19일 대법원은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던 김장수·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게도 무죄가 확정됐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 2014년 4월 16일 박 전 대통령에게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한 것처럼 답변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한 혐의를 받았다. 김 전 실장은 그해 8월 국회에 낸 답변서에서 “비서실에서는 시시각각 20~30분 간격으로 보고했고, 대통령은 대면보고를 받는 것 이상으로 사고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검찰 조사 결과 답변서 초안에는 ‘부속실 서면보고’라고 기재됐던 내용이 김 전 실장에 의해 ‘대통령 실시간 보고’로 바뀌어 문제가 불거졌다. 또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은 부속비서관에게 이메일로 상황보고서를 11차례 발송했지만, 해당 비서관은 보고서를 취합해 오후와 저녁 총 2차례만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이에 1심은 “비서실장으로서 보고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20~30분 간격으로 보고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은 허위”라며 “세월호 사고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김 전 실장은 대통령이 제때 보고받지 못했다는 게 밝혀질 경우 논란이 될 것을 우려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해 행사했다. 청와대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을 기만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가볍지 않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역시 “수시로 보고해 대통령이 대면 보고를 받은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했다는 취지로 국회 서면 답변서에 기재했다.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모호한 언어적 표현을 기재해 허위적 사실을 썼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1심과 같이 판단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 재판부는 실제 대통령비서실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부속비서관 및 관저에 발송한 보고의 횟수, 시간, 방식을 고려할 때 ‘20~30분 간격 대통령 실시간 보고’라는 표현은 거짓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김 전 실장이 ‘박 전 대통령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적은 대목 역시 그의 주관적 의견을 표명한 것뿐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하는 문서의 기능을 훼손해 그 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해야 하지만, 김 전 실장의 경우 의견을 표명한 것일 뿐이어서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날 무죄가 확정된 김장수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박 전 대통령과 첫 통화를 했다는 답변서를 제출한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를, 김관진 전 실장은 국가 위기관리의 컨트롤타워가 청와대라는 내용의 대통령 훈령을 무단으로 변경한 공용서류손성 혐의를 받아온 바 있다. 

한편,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는 공동성명을 통해 “세월호 참사 당시 재난 컨트롤타워의 책무를 방기해 304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국가범죄 주요 책임자들에 대해 죄를 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당일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활동이 포괄적으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검증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구조책임을 방기하고 이를 은폐하려 했던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이 잇따라 면죄부를 얻는 것에 대해 강한 규탄의 의견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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