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던 시각장애인, 새벽 화재 속 빠져나오지 못해 숨져
혼자 살던 시각장애인, 새벽 화재 속 빠져나오지 못해 숨져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8.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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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지원 없는 새벽 시간 화재 발생에 탈출 못해
서울 은평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시각장애인 1명이 탈출하지 못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서울 은평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시각장애인 1명이 탈출하지 못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서울 은평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홀로 살던 시각장애인 A씨가 사망하고 주민 4명이 중상을 입었다. A씨는 화재 발생 후 탈출을 시도했지만 빠져나오지 못해 끝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은평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12시 27분경 서울 은평구 역촌동의 한 4층 규모 빌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빌라 내 2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약 1시간 만에 진압됐지만 한 세대를 모두 태웠다. 

이 불로 50대 시각장애인 A씨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돼 심폐소생술 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다른 주민 4명도 연기 흡입 및 화상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1명도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건물에는 자동화재탐지설비나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았지만, 의무 설치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각 호실마다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단독 경보형 감지기가 설치돼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힐 계획이다.

은평구청 등에 따르면 A씨는 중증 수준의 1급 시각 장애인으로, 함께 생활해오던 아버지가 올해 초 숨진 뒤 지난달에 해당 건물 4층으로 이사해 혼자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기초생활급여와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아왔다.

A씨가 받은 활동지원서비스는 월 120시간으로 제한돼 있어, 하루에 4시간가량만 지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활동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시간이었다.

A씨는 집 안 현관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는데, 주민들 대부분이 건물에서 빠져나오던 때 A씨 역시 탈출을 시도했지만 끝내 문을 열고 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관해 은평구가 지역구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두 눈으로 확인한 현장은 참혹했다. 또다시 반복된 비극 앞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재난이 약자에게 더욱 가혹함을 또 한 번 아프게 깨닫는다”며 “재난에 취약한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국회가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화재 사고에서 장애인이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는 사건은 여러 차례 반복돼온 바 있다. 지난해 6월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에서도 불이 나 70대 지체장애인이 숨졌고, 지난 2020년 12월 서울 장안동의 아파트 화재 사고에서도 10대 발달장애인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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