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커스】 ‘대구 이슬람 사원 건축’ 주민 반대...무슬림 차별 논란
【위클리포커스】 ‘대구 이슬람 사원 건축’ 주민 반대...무슬림 차별 논란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8.27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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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청, 주민 반대 이유로 공사 중지 명령
무슬림 향한 주민들의 혐오적 발언도 만연

인권위 “이슬람 차별·혐오가 근본 원인...북구청 개입해야”
간담회서 북구청은 경북대 내부 등 대체지로의 이전 제안
지난해 7월 대구 북구 대현동 일대 한 골목에서 반대 측 주민들이 '이슬람 사람들은 주민이고 대현동 사람들은 개XX냐', '주민 죽이는 이슬람 사원 건축 결사반대한다' 등의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7월 대구 북구 대현동 일대 한 골목에서 반대 측 주민들이 '이슬람 사람들은 주민이고 대현동 사람들은 개XX냐', '주민 죽이는 이슬람 사원 건축 결사반대한다' 등의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대구 북구의 한 이슬람 사원 공사 현장이 승소 후에도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제대로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무슬림들을 향한 주민들의 폭력적 언행, 합법적 공사를 방해하는 위법성, 이를 방관하는 북구청 등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인근 주민들 반대 시위...갈등 지속

지난 22일 대구 북구 대현동의 한 이슬람 사원의 공사가 1년 6개월여 만에 재개됐다. 그러자 이날 공사 현장 앞에서는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허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반대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이슬람 사원 건축 결사반대’ 등이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고, 한 주민은 자재 반입 중인 인부들 앞에 드러누워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지난 6일에도 건축주 측은 자재 반입을 시도했지만, 주민들이 자재를 실은 트럭 앞에 드러눕는 등 가로막아 공사가 중단된 바 있었다. 이날 무아즈 라자크 경북대 무슬림 커뮤니티 대변인은 “공사가 가능하다는 법원 판단에도 매번 주민들이 공사를 방해했다”며 “앞으로 공사를 방해하는 주민들을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2일 공사 부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비대위는 “주택가 한 가운데 이슬람 사원이 들어오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생활권 보장을 위해 반대하는 행위를 혐오와 차별이라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대위는 “이슬람 사원 건축 허가는 처음부터 행정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 현장 답사를 했다면 주거밀집지역에 사원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대위는 배광식 북구청장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다른 곳에 부지를 마련해 이슬람 사원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점을 들며 사원 이전을 추진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90여 명에 달하는 경찰력을 시위 현장에 배치했다. 물리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 했다. 이날 건축주 측은 “우리는 합법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건축자재를 실은 트럭이 공사장에 진입하지 못해 40kg에 달하는 시멘트 50포대를 일일이 손으로 나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송 연달아 승소했지만 

해당 사원은 지난 2020년 12월 북구청의 건축 허가를 받고 공사에 착수했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지난 2014년부터 7년간 해당 부지의 주택에서 예배 활동을 해왔다. 그런데 주택이 낡고 좁아 유학생들을 모두 수용하기 점차 어려워지자 유학생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았고 이에 인근 주택을 추가로 사들여 건축 허가도 받게 됐다.

그런데 7년간 별다른 충돌 없이 지내온 이웃들은 사원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반발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대규모 민원을 접수했고 이듬해 2월에는 건립을 반대하는 탄원서도 제출됐다. 그러자 북구청은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무력 충돌이 우려된다며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다룰이만경북엔드이슬라믹센터 등 8명은 북구청장을 상대로 공사중지 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대구지법은 “당사자에게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 및 의견 제출 기회를 주지 않은 점, 공사 중지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등을 사전에 통지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루어 절차적·실체적 위법 사유가 있다”며 공사 중지 처분이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같은 해 12월 진행된 2심 역시 1심과 같이 판단했고, 건축주 측은 공사방해금지처분 인용 하에 상고 판결 전까지 공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도 반대 주민들의 공사 중단 시도는 끊이지 않아 공사 허가를 받은 시점으로부터 1년 6개월가량이 지난 현재까지도 공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한 이슬람 사원의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한 이슬람 사원의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무슬림 향한 차별 중단해야”

무엇보다 반대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혐오적 발언들이 문제가 됐다. 지난해 공사 현장 인근에는 “테러의 온상 이슬람 사원 절대반대”,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참수하는 무슬림은 당장 떠나라. 테러리스트들!”, “이슬람은 사람을 죽이는 악마 종교다” 등의 현수막과 피켓이 내걸렸다. 

또 주민들이 지나가는 무슬림들을 향해 ‘테러리스트들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등 구두로 벌어지는 혐오 발언도 잦았다. 뿐만 아니라 이슬람 사원의 건축 과정을 취재하고 있는 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주민들에게 폭행당했다는 증언, 주민들이 무슬림 학생을 때리는 것을 경찰이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미 앞서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주민들의 이슬람 사원 건축 반대는 단순히 생활상의 불편이나 재산권 침해의 우려를 넘어 이슬람교와 무슬림에 대한 혐오가 기저를 이루고 있다. 북구청이 비록 주민 민원이라는 중립적 이유를 근거로 공사중지를 통보했다고는 하나 결과적으로 이슬람교에 대한 주민들의 혐오와 차별이 근본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인권위는 북구청에 “법원의 결정과 같이 공사가 재개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한 인권위는 반대 측 주민들의 현수막 내용이 전형적인 이슬람 혐오 현상을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선동해 건축주 측의 인격권과 존엄성을 침해하고 있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옥외광고물법 제5조 제2항 제5호에 따르면 인종차별적 또는 성차별적 내용으로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것은 금지광고물로서 이에 해당되는 경우 신고된 적법한 집회에서도 게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구청장에게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적용해 주민들이 게시한 인종차별적 현수막과 피켓을 제거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차별 제재보단 갈등 회피하는 북구청

그러자 북구청은 인종차별적 현수막이 발견될 경우 철거하는 등 조치해 왔지만, 공사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않았다. 대구시 역시 북구청 차원에서 해결할 일이라며 물러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여러 차례 중재위원회가 열리기도 했지만 북구청은 주민들의 공사 반대 움직임을 제재하기보다는 경북대 내부에 종교 활동 공간을 마련하는 등 대체지 이전 방안을 건축주 측에 제안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주 측은 이미 해당 부지에 투자해 절차 상 문제 없는 공사를 방해받아 왔음에도 ▲경북대 도보로 접근이 가능하고 ▲200명 이상 수용 가능하며 ▲돔 등 사원 형태를 갖출 수 있고 ▲주민의 반대가 없는 곳 ▲추후 다시 옮겨 다녀야 할 필요가 없는 곳이라면 대체지 이전도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북구청 측은 그러한 부지는 찾기 어렵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건축주 측은 우선 반대 시위를 피하기 위해 공사 일정을 비공개로 두고 공사를 진행해 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 발표한 현황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이슬람 신자는 약 11만 명 수준이며 내국인 이슬람 신자도 4만여 명으로 총 15만 명에 달한다. 한국이슬람중앙회가 추산하는 국내 무슬림 인구는 18만여 명이다.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와 무살라는 각각 22곳, 100여 곳 존재한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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