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신덕저수지 물 골프장에 팔아...농민들 허덕
농어촌공사, 신덕저수지 물 골프장에 팔아...농민들 허덕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2.08.31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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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3년마다 계약, 올 상반기 24톤 팔아
농민들 “저수지에 물 없어, 올해 농사 망쳐” 호소
공사 측 “금년 논농사 영농급수는 문제가 없다”
예년보다 부족한 강수량으로 올해 농사지을 물이 부족한 농민들의 한숨에도 농어촌공사가 농업용수로 우선 사용되야 하는 저수지물을 골프장에 팔아 논란이다. (사진/뉴시스)
예년보다 부족한 강수량으로 올해 농사지을 물이 부족한 농민들의 한숨에도 농어촌공사가 농업용수로 우선 사용되야 하는 저수지물을 골프장에 팔아 논란이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예년보다 부족한 올해 강수량 때문에 농사지을 물이 부족한 농민들의 한숨이 깊다. 이 와중에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농어촌공사가 농업용수로 우선 사용되야 하는 저수지물을 골프장에 팔아 논란이다.

신덕저수지 인근 주민 농수 부족 호소

지난 30일 MBC뉴스 보도에 따르면 농어촌공사 해남지사가 농업용수로 마련된 전남 해남에 위치한 신덕저수지의 물을 인근 골프장에 팔아 주변 농민들이 봄부터 현재까지 농사지을 물이 부족한 곤란을 겪고 있다.

신덕저수지는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면 신덕리 595-1에 위치한 저수지로 지난 1986년 인근 428.5헥타르 농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농업용수용 저수지다. 

신덕저수지 인근 화원면 주민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한다. 벼농사 뿐만 아니라 겨울 배추와 양배추 등 밭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이 대부분으로 농업용수 확보는 농민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다.

하지만 농민들은 올해 봄부터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작물들이 타죽었다고 호소했다. 일부 농민은 밭을 갈아엎기까지 했다. 실제 인근 밭들은 작물이 마르고 땅이 갈라진 농지가 수두룩하다. 

농민들은 봄부터 저수지의 물이 말라 제때 농수 공급이 되지 않았다며 한해 농사를 망쳤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신덕저수지 물 어디로 갔나

그럼 농민들에게 농수를 공급하는 신덕저수지 물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농어촌공사는 신덕저수지 인근의 파인비치골프장에 저수지 물을 팔았다.

농어촌공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신덕저수지 물 24만톤을 파인비치골프장에 팔아 약 1억원의 이익을 거둬 들였다. 물을 사들인 골프장은 인근 밭이 말라가는 상황에도 푸른 잔디를 유지하고 골프장 내 폰드(인공호수)에 물을 가득 채웠다.

신덕저수지의 물이 골프장으로 흘러간 것은 비단 올해만이 아니다. 현재 농어촌공사 해남지사는 파인비치골프장과 2007년부터 3년마다 계약을 통해 물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계약은 오는 2024년까지 유효하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저수지 물이 골프장에 팔려나간 규모는 141만톤에 달한다. 인근 농민들은 저수지물이 골프장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면 신덕리 595-1에 위치한 신덕저수지는 1986년 인근 428.5헥타르 농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농업용수용 저수지다. 하지만 농어촌공사는 2007년부터 인근 골프장에 신덕저수지 물을 팔아왔다. (사진/농어촌공사)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면 신덕리 595-1에 위치한 신덕저수지는 1986년 인근 428.5헥타르 농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농업용수용 저수지다. 하지만 농어촌공사는 2007년부터 인근 골프장에 신덕저수지 물을 팔아왔다. (사진/농어촌공사)

이와 관련해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농업용수의 타용수 공급은 영농급수에 지장이 없도록 관련 규정을 준수해 계약과 용수공급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매월 15일 기준 평년 저수율의 60% 이하인 경우 용수공급 제한 또는 중단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덕저수지의 경우 지난 5월 27일 평년 대비 저수율 58.7%를 기록해 농업용수공급 중단 조치를 했다”면서 “타용수 공급으로 징수된 사용료는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유지·관리비 및 개수·보수를 위한 비용, 손괴에 대비한 적립금으로 재투자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남군 황산과 문내, 화원면 인근 밭작물 재배의 경우 개인용 양수시설로 저수지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면서 “농업용수 부족시 금호호 화원양수장을 통해 용수를 공급해 금년 논농사 영농급수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덕저수지 저수율 전라남도서 꼴찌

이처럼 농어촌공사가 골프장에 물을 팔아 넘긴 데다 강수율이 낮아지며 신덕저수지 저수율은 전라남도 해남군에서도 가장 낮은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월 31일 기준 전국 평균 저수율은 저수지 78개를 보유한 강원이 9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충북(저수지 187개) 87.7%, 경기(11개) 86.7%, 충남(233개) 86.4%, 제주(9) 73.3%, 경남(653개) 58.7%, 전북(418개) 56.5%, 경북 (694개) 55.88%, 전남(1055개) 42.6%로 나타났다.

신덕저수지가 포함된 전남은 9개 지역 중 가장 많은 저수지를 보유하고도 저수율은 가장 낮은 셈이다. 이는 강수율과도 연관이 있지만 농업용수 저수지는 이런 가뭄을 대비해서 물을 저장하는 곳으로 비가 오지 않을 것을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신덕저수지는 해남군 저수지 81개 중 가장 낮은 22.2%의 저수율을 보였다. 이는 전년 저수율 75.2%에 3분의 1 수준으로 평년 저수율 73%에도 한참 모자라는 저수율이다. 신덕저수지 인근의 화원1저수지의 저수율은 59.6%, 화원2저수지는 51.4%, 화원3저수지의 저수율은 89.4%다.

물 끌어다 쓰는 골프장도 문제

일각에서는 많은 물을 필요로 하는 골프장이 물 확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에 따르면 (기후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18홀 기준, 골프장에서 하루 평균 800~900톤의 물​이 사용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국 골프장 1만77개가 하루동안 사용한 물은 44만7867톤에 달한다.

환경부 상수도 통계 기준 같은 2020년 한해에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이 295리터인 것을 감안하면 골프장에서 하루 사용되는 물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에 상수원 고갈과 수질 오염을 초래하고 이번 사례처럼 농업용수로 마련된 저수지 물까지 끌어다 쓰는 골프장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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