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을 좀먹는 불안 
자신감을 좀먹는 불안 
  • 정은경 방송작가
  • 승인 2022.09.02 12: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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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송 일을 그만뒀다. 
함께 하던 사람들과 너무 마음이 맞지 않았고,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기에 

스스로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그 프로그램을 그만두는 것이었다.

스스로 일을 그만두는 건 또 다른 스트레스를 가져올 수 있다.  
프리랜서이기에 이후 누군가 불러주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백수가 될 수 있으니…….  
더욱이 나 스스로 경제적 책임을 다 져야 하는 상황에선 
어느 날 갑자기 수입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더 큰 불안이 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일을 그만뒀다. 지금은 그 모든 불안을 넘어서는 것이 스트레스였기에…….
홀가분했다. 그동안 무려 8개월을 견뎌왔으니 참을 만큼 참았고, 스스로에게 비겁하게 피했다는 낙인을 찍지 않아도 될 듯했다.  
 
생각해보니 이제는 일요일에 원고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남들은 다 쉬는 일요일에 나는 25년 동안 원고를 써야 했다. 
늘 주중의 생방송을 맡았기에 일요일은 휴일이 아니라 한 주를 시작하는 날이었다. 
25년 만에 스스로에게 준 휴가는 정말 달콤했다. 머리가 텅 비게 지내면서 마음도 들떴다. 

그런데, 평화로운 휴식은 얼마가지 못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언니가 내 소식을 들으며 이만저만 걱정을 하는 게 아닌가?

“지금 일을 그만두면 어떡해? 나가라고 할 때까지 꼭 붙어있어야지. 나이도 많은데 누가 다시 널 불러준대? 돈 모아둔 것도 별로 없잖아, 앞으로 뭐 먹고 살 거야? 아는 피디들에게 연락 끊지 말고 꾸준히 안부전화 해.”   

나를 걱정하는 언니의 말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 
때문에, 언니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아무 대책 없이 그만둔 게 잘못된 선택 같았다. 
자신감을 가지고 호기롭게 그만둔 내가 스스로 대견한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했던 내가 너무 나약하다고 느껴졌다. 
‘먹고 사는 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여유로운 마음이, 
‘정말 아무 일도 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으로 바뀌었다. 

상대방의 말에 이렇게 금방 마음이 바뀌는 것이 나였던가?
어느새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날아갈 듯 홀가분한 마음은 무거운 불안으로 바뀌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 언니를 만나면 만날수록 불안은 계속 커졌다. 선택에 대한 나의 확신도 점점 없어졌다. 
그때부터인가? 나를 걱정하는 언니를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았다.  
쓴 약이 몸에 이롭다고 하지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쓴 약이 아니다.   
지금은 안일하게 보일 수도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 이 순간을 최대한 즐기는 것이다. 
후회(지금도 전혀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와 불안한 마음을 가진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어느 한 친구에게 똑같이 일을 그만뒀다는 얘기를 했을 때 그 친구의 말은 간단명료했다. 
“지금 만족하고, 홀가분하면 됐어.”
나에게 필요한 말은 바로 이거다. 
무심해보일 수도 있지만, 나의 선택이 옳았다는 무조건적인 응원!!!

지금 나의 선택이 남들이 보기에 무모할 수도 있고, 대책 없이 보일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른 후에 정말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이고, 지금은 무조건적인 응원이 필요하다.  
누군가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다 아는 지금의 상황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스스로 불안으로 내몰 필요는 없다.
 
내일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미리 걱정하거나 불안해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잘 해 나갈 수 있다는 스스로를 믿는 마음, 자신감만 있다면 분명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나를 걱정하는 마음은 너무나도 감사하지만, 이제 걱정은 그만…….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정은경 방송작가 pdirow@naver.com

정은경 방송작가

20여 년 동안 시사, 교양 분야의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CBS <변상욱의 시사터치>,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 <생방송EBS FM스페셜> KBS <보고싶은얼굴, 그리운 목소리>, <월드투데이>, <라디오주치의> tbs <서울 속으로> 등 다수가 있고, 현재는 TBS <우리동네라디오>를 시민제작자와 함께 만들고 있다.
치열한 방송현장에서 일하면서 나만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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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자 2022-09-02 13:47:22
잘 될 거예요~ 걱정 말아요.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