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커스】 자립준비청년 극단 선택 이어져...정부 대책 마련
【위클리포커스】 자립준비청년 극단 선택 이어져...정부 대책 마련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9.03 0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주일 만에 자립준비청년 2명 극단 선택 잇따라
2명 중 1명 ‘죽고 싶다는 생각한 적 있다’고 응답
금전 문제 더불어 심리적 고립감 대책 마련 시급
최근 자립준비청년들의 극단 선택이 잇따라 발생해, 보건복지부 등 정부는 각종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나섰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최근 자립준비청년들의 극단 선택이 잇따라 발생해, 보건복지부 등 정부는 각종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나섰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지난달 18일과 25일 광주에서 보육원의 보호가 종료된 청년 2명이 극단적인 선택 끝에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자 정부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책 마련 및 확대를 발표하고 나섰다. 특히 자립준비청년들의 심리적인 고립감 및 우울감 문제가 부각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잇따른 자립준비청년 극단 선택

지난달 21일 광주의 한 대학교 강의동 건물 뒤편에서 A(18)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학교 내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A군은 지난 18일 오후 4시경 건물 옥상에 올라가 스스로 뛰어내렸다. A군이 남긴 쪽지에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등의 글도 발견됐다. 

A군은 보육원에서 자라 생활해오다가 올해 초 대학에 합격한 뒤 거처를 기숙사로 옮겼다. 다만 보호기간을 연장해 소속은 보육원에 남아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주변인 조사를 통해 A군이 보육원을 나오면서 받은 700만 원을 대부분 소진한 후 금전적인 고민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어 지난 25일 오전 7시경 광주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B(19)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B양은 이날 오전 2시경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 고층으로 올라가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A군의 소식이 알려진 지 나흘만의 일로, 경찰은 사망 시기와 위치가 가까우나 두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밝혔다.

B양은 장애인 부모를 두고 있어 어린 시절부터 보육원에서 자랐으며, 만 18세가 된 지난해 아버지의 아파트로 거처를 옮겨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연금 등에 의지해 생활해왔다. 평소에도 우울증을 앓고 있어 청소년복지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기도 했던 B양은 “삶이 너무 가혹했다. 최근 친구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았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 

보호종료청년 지원 정책 확대

이렇듯 보육원 출신 청년들의 극단 선택이 잇따라 벌어지자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1일 “청년들의 연이은 죽음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회에 나설 준비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국가와 사회가 따뜻한 안전망을 마련해 차질 없이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 사회 책임 있는 어른 세대로서 정말 미안하고 가슴 아픈 일이다. 국가가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자립준비청년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부모의 심정으로 챙겨달라”며 “교육받고 싶고 일자리를 얻고 싶고 안정된 주거지를 갖고자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의 바람이 꺾여선 안된다. 부모 없이 사회에 나와 학업, 일자리,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가족을 대신하는 책임감으로 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월 30만 원씩 5년간 지급되던 자립수당을 월 35만 원으로 인상하고, 내년부터는 월 4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각 지자체가 현재 보호종료시점에 지급하고 있는 최소 500만 원가량의 정착지원금 역시 상향되고, 건강보험에 가입된 자립준비청년에게 본인부담금을 기초의료보장수준으로 지원하는 등 의료급여 문제도 개선할 방침이다.

관계부처 역시 ▲(고용노동부) 도약준비금 등 구직의욕 고취 프로그램 ▲(고용노동부) 국민내일배움카드 지급 및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지원 ▲(교육부) 대학 기회균형선발 대상자에 추가 포함 ▲(교육부) 근로장학생, 국가장학금 Ⅱ유형, 행복기숙사 입주 등에 우선 선발 ▲(국토교통부) 청년 월세 지급과 주거급여 분리 지급 ▲(국토교통부) 공공임대주택 우선 공급 등 자립준비청년 지원책을 시행 및 확대하고 있다.

체계화 시급한 심리·정서 지원책

특히 보건복지부는 심리·정서적 사후관리를 위한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연말까지 17개 시도에 설치하고, 자립지원기관의 전담 인력 역시 현재 120명에서 180명으로 확충하고 맞춤형 사례관리 지원 대상자도 올해 1470명에서 530명 확대해 총 2000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3개월간 10회에 걸쳐 전문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청년마음건강바우처’도 지속 운영된다. 이는 많은 자립준비청년들이 금전적인 지원에서 나아가 고립감과 우울함을 호소하는 만큼 금전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심리·정서적 지원도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자립준비청년의 정신 건강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20년에 실시해 최근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 3104명 중 50%인 1555명은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자립준비청년 2명 중 1명은 극단적 선택에 대한 충동을 경험한 적이 있는 셈으로, 19~29세 일반 청년들을 대상으로 2018년에 실시됐던 실태조사에서 같은 항목에 대한 응답이 16.3%였던 것을 고려하면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 중 23.1%는 보호 종료 후 정부·지자체와 연락이 끊겼다. 높은 극단 선택 충동을 보이고 있음에도 4명 중 1명은 연락이 두절돼 국가의 사후관리체계가 무용한 셈이다. 이외에도 금전적인 문제로 인한 낮은 대학 진학률, 이로 인한 열악한 취업 요건,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인한 생활고 등의 악순환은 숱하게 지적돼 왔다. 

자립준비청년들의 실태조사를 진행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역시 2020년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죽고 싶다고 생각해본 청년의 비율이 높고, 이런 생각에 건강하게 대처한 비율도 낮아 보호종료 청년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며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복지서비스가 확대됐지만 신청주의에 기초하고 있어 연락이 두절되면 지원할 방법이 없다. 보다 체계적인 사후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2017년부터 4년간 보호가 종료된 청년은 총 1만2256명이며, 지난해 보호종료청년은 2102명에 달했다. 매년 평균 2450여명이 자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는 지난 6월부터 본인 의사에 따라 보호 종료 시점을 만 18세에서 만 24세로 연장할 수 있도록 아동복지법을 개정한 바 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