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집】 역대급 물가 인상 속 추석...달라지는 명절 식탁
【추석 특집】 역대급 물가 인상 속 추석...달라지는 명절 식탁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9.0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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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 맞게 차리는 게 예법” 차례상 간소화
전통보단 간편하고 특색 있는 음식이 인기
역대급 물가 상승에 태풍 후유증까지 겹쳐
지난 5일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대국민 차례 간소화 기자회견'을 통해 간소화 된 차례상 예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5일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대국민 차례 간소화 기자회견'을 통해 간소화 된 차례상 예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전통에 따라 무리하는 대신 간단하면서도 특색 있는 음식을 찾는 추세인 가운데, 역대급 물가 상승에 태풍 힌남노의 후유증까지 겹쳐 이번 명절 식탁은 더욱 단출해질 것으로 보인다.

성균관, 차례상 간소화 방안 발표

지난 5일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예의 근본 정신을 다룬 유학 경전의 예기의 악기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고 한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된다. 각 가정의 형편에 맞게 음식을 하는 것이 전통 예법”이라며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다. 

해당 표준안은 전을 부치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다는 점과 음식 가짓수는 최대 9개면 족하다는 점을 골자로 했다. 표준안에 따르면 간소화된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로, 육류, 생선, 떡 등 3가지를 더 놓을 수도 있다. 밥이나 국을 따로 올리지 않아도 되며 상차림은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 결정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또 위원회는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도 차례상에 꼭 올릴 필요가 없다”며 밀과나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라고 기록된 사계 김장생 선생의 사계전서를 소개하기도 했다. 붉은 과일을 동쪽에 놓고 흰 과일을 서쪽에 놓는 ‘홍동백서’나 대추·밤·배·감을 차례로 놓는 ‘조율이시’ 등도 예법 관련 옛 문헌에는 없는 표현으로 따르지 않아도 된다.

앞서 성균관이 지난 7월 28일부터 3일간 20세 이상 일반 국민 1000명과 성균관 유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일반 국민의 40.7%와 유림의 41.8% 모두 차례상 간소화를 꼽았다. 또 차례를 지낼 때 사용할 음식의 적당한 가짓수로는 일반 국민 중 절반 수준인 49.8%가 5~10개를 꼽기도 했다. 이에 성균관은 설문조사 결과와 예법 문헌 등을 두루 고려해 이번 표준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최영갑 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의 불화가 초래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라며 “명절만 되면 명절증후군과 남녀차별이라는 용어가 난무했다. 이번 표준안 발표가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녀갈등과 세대갈등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차례를 지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명절 식탁

이외에도 명절의 식문화는 특색을 찾으면서도 간편한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가령 전통적인 명절 선물인 굴비·찜갈비보다 새우·랍스터·구이용 한우 등의 매출이 급증하고, 사과·배 등 전통적인 명절 과일보다 샤인머스켓·애플망고 등 이색적인 과일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21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추석 선물 예약 판매기간 동안 구이용 한우 매출 신장률은 50%로, 한우 찜갈비 신장률(15%)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 새우·랍스터의 신장률(45%)은 굴비의 신장률(35%)을 넘어섰고, 샤인머스켓·애플망고의 신장률(75%)은 사과·배의 신장률(30%)의 2배를 훌쩍 넘겼다. 

이에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명절 기간 대규모 모임 대신 캠핑이나 여행을 떠나는 문화가 유행하며 여행지에서 편하게 먹기 좋은 구이용 한우나 스테이크 등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며 “명절 문화가 바뀌면서 식문화와 선물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대백화점은 입맛이 서구화된 젊은 층이 30~40대가 되면서 집안 명절 분위기를 주도한 영향도 있다고 보고 있다. 조리 과정이 복잡한 전통음식보다 조리가 간편한 음식들을 적극 수용하는 경향도 이러한 변화의 주요 원인이다. 명절에 직접 음식을 만들기보다는 반찬 전문점을 이용하거나 밀키트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 역시 같은 맥락에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명절 전날 반찬 전문점을 이용하는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빅데이터연구소가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명절 기간 신한카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올해 설 전날 기준 반찬 전문점 이용 건수는 전년보다 21.9%나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던 지난해 설과 추석에도 증가세는 계속됐다.

특히 지난 설 전날 반찬 전문점을 이용한 인원 가운데 41.7%는 50~60대였다. 지난 2019년 설 전날 반찬 가게를 찾은 50~60대가 28.5%였던 것에 비교하면 그간 13.2%포인트나 늘어난 셈이다. 젊은 주부들 뿐만 아니라 50~60대 주부들 역시 명절 음식을 반찬 가게에서 구매하고 있어, 명절에는 당연히 직접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관념은 옛말이 되는 모양새다.

먹거리 물가는 전년 대비 8.4% 상승했고, 특히 채소류의 가격이 전년 대비 30% 가까이 올랐다. (사진/뉴시스)
먹거리 물가는 전년 대비 8.4% 상승했고, 특히 채소류의 가격은 전년 대비 30% 가까이 올랐다. (사진/뉴시스)

태풍 후유증과 고물가 속 맞이하는 추석

다만 이번 추석은 역대급 물가 상승세 속에서 치러지는 만큼 명절 식탁은 더욱 단출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먹거리 물가는 전년 대비 8.4% 상승하며 약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채소류는 전년 대비 27.9% 올랐고, 호박(83.2%), 배추(78%), 오이(69.2%), 무(56.1%), 열무(54.3%), 파(48.9%), 가지(46.4%) 등 주요 채소들의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올해 추석 상차림 비용이 평균 약 31만7142원 들어 지난해보다 6.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자 정부는 20대 성수품 공급을 평시 대비 1.4배 확대하고, 배추·무·양파·마늘·감자 등의 공급량을 4000톤가량 늘리는 등 조치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역시 명태·오징어·고등어·갈치 등 정부 비축 수산물을 1000톤까지 방출하고 있다.

그러나 태풍 ‘힌남노’로 인한 농경지 침수 피해로 물가 상승은 계속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7일 오전 8시까지 집계한 농작물 피해는 1320ha로, 이 중 농작물 침수가 713ha, 벼 등이 쓰러진 것이 256ha, 과일 등이 떨어진 규모가 351ha로 각각 파악됐다. 22개 시장 1562개 점포가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미 앞서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 탄저병 등 병충해 확산 등으로 농산물의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태풍 피해까지 더해져, 추석 뿐만 아니라 김장 철을 앞두고 ‘김장 대란’이 발생할 거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9일까지 계획한 물량을 초과한 8만5000톤을 공급한 데 이어 이번 태풍 이후로도 배추·무·양파·마늘·감자 등을 4000톤 추가 공급 중이다.

한편, 이번 추석은 코로나19의 국내 상륙 뒤 3년 만에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없이 보내는 명절이다. 이에 정부는 9일부터 나흘간 전국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면제하기로 했고, 서울·부산·광주·울산도 이번 주말 시내버스와 지하철 막차를 새벽 시간대까지 연장 운영하는 등 특별교통대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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