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커스】 태풍 ‘힌남노’ 남해안 직격탄...특별재난지역 선포
【위클리포커스】 태풍 ‘힌남노’ 남해안 직격탄...특별재난지역 선포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9.10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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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머물렀으나 낮은 기압, 높은 강수량에 피해 속출
시간당 110mm 폭우 쏟아지는 등 남해안 침수 피해 커

포항 지하주차장서 7명 숨진 채 발견...2명 극적 생존자도
포항·경주에 특별재난지역 우선 선포...조사 후 추가 선포
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해병대 특수수색대 대원들이 지하 주차장에서 실종된 주민들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해병대 특수수색대 대원들이 지하 주차장에서 실종된 주민들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남해안을 휩쓸고 지나가며 포항·경주 등 남부 지방은 폭우와 강풍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이에 정부는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고 복구대책지원본부를 운영하는 등 피해 복구에 나섰다.

힌남노 국내 상륙

지난 5일 오전 태풍 힌남노가 제주를 향해 북동진하며 한반도에 접근했다. 힌남노는 5일 오후 제주를 시작으로 거제·부산·울산 등 남해안 지역을 거친 뒤 6일 오전 7시경 동해안으로 빠져나갔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의 국내 상륙 시 중심기압은 최저치는 955.9hPa로, 현재까지 관측된 태풍 가운데 역대 3번째로 낮았다. 지난 1959년 사라의 최저치는 951.5hPa, 2003년 매미의 최저치는 954hPa를 기록한 바 있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강해 위력이 커진다. 

다만 남해안에 상륙하며 세력이 다소 약해져, 풍속은 역대 태풍 가운데 8번째를 기록했다. 힌남노의 10분 평균풍속 최고치는 초속 37.4m로 역대 1위인 매미(51.1m)나 2위 차바(49m)에는 미치지 않았다. 또 내륙에 머문 시간이 2시간 20분으로 당초 예상했던 3~4시간에 비해 비교적 짧은 시간 머물렀다.

그러나 1시간 최대 강수량이 111mm에 달하는 등 힌남노는 전국 전역에 많은 비를 뿌렸다. 4일부터 6일 정오까지 제주 윗세오름에는 954mm의 비가 내렸고, 포항 393mm, 울산 334mm 등 남부 지방에도 300~400mm의 폭우가 내렸다. 특히 포항에는 시간당 110mm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인명피해 속출...포항 지하주차장서 7명 사망 참사

이에 포항을 중심으로 인명 피해도 속속 발생했다. 중대본은 힌남노로 인해 8일 오전 11시 기준 사망 11명, 실종 1명, 부상 3명 등 15명의 인명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했다. 먼저 6일 오전 1시경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남천교 아래 하천에서 한 25세 남성이 실종됐다가 7일 오후 1시경 남구 태화교 하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남성은 또래 친구들과 음주 후 하천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오전 8시경에는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대피소로 이동하던 70대 여성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어 해당 여성과 같은 지역인 오천읍의 한 아파트에서 한 아파트 주민 7명의 실종 소식도 알려졌다. 6일 오전 7시 40분경 해당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간 사람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잇따라 접수되자 소방당국은 양수기로 물을 빼며 수색 작업에 나섰다.

물이 점차 빠지며 주차장 천장으로 1m가량 공간이 생기자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7시경 수중수색요원 4명을 투입했고, 사고 발생 14시간여 만에 극적으로 2명의 생존자가 구조됐다. 경북소방본부는 “첫 번째 생존자인 39세 남성은 지하주차장 오수관을 붙잡고 있는 채 발견됐으며, 두 번째 생존자인 52세 여성은 지하주차장 상부 배관 위 공간에 엎드려 있었다”며 “첫 번째 생존자는 헤엄쳐 나와 자기 발로 스스로 나온 격으로 볼 수 있고, 두 번째 분은 엎드려 있었기에 우리 대원들이 가서 구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당초 실종자가 7명으로 알려졌던 것과 달리 ▲70대 남성 ▲60대 여성 ▲60대 남성 ▲50대 남성 ▲50대 여성 ▲20대 남성 ▲10대 남성 등 총 7명이 숨진 채로 추가 발견돼, 해당 지하주차장에 고립됐던 것은 모두 9명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오전 6시 30분경 지하 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 조치하라는 관리사무실의 안내방송을 듣고, 차량을 옮기기 위해 이동했다가 근처 하천에서 범람한 물이 들이닥치며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경주에서도 토사와 빗물이 집 안으로 밀려들며 넘어진 가구 등에 깔려 한 80대 주민이 사망했다. 포항 장기면에서는 80대 주민 1명이 농경지를 점검하러 나갔다가 실종돼, 현재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경기 시흥에서는 떨어지는 간판에 맞은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시 대피자는 3751세대 5242명으로 잠정 파악됐으며 이들 가운데 미귀가자는 414세대 613명이다. 일시 대피자들은 공공시설·마을회관·경로당·학교 등에 머물고 있다. 아울러 도로 등 공공시설 피해 1566건, 사유시설 피해 1만2159건 등 1만3725건의 시설피해가 발생했고, 7141ha에 달하는 농작물도 피해를 입었다. 전체 농작물 피해 중 절반 이상인 3907ha는 경북에서 발생했다.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에서 벗어난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인근 해안로가 크게 파손돼 중장비를 동원한 복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에서 벗어난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인근 해안로가 크게 파손돼 중장비를 동원한 복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복구 조치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경북 포항시와 경주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했다. 이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의 중앙합동조사 전 사전 조사 결과를 토대로 특별재난지역 선포기준을 충족할 것이 확실시되는 2곳에 우선 선포한 것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지자체는 각종 피해 복구 비용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정부는 고등학생의 학자금 면제, 융자, 보증, 상환 기한 연기, 이자 감면 등 금융지원, 세입자 보조 등 생계안정 지원, 국세·지방세·건강보험료·연금보험료·통신요금·전기요금 경감 또는 납부유예, 상담활동 지원 등을 제공한다.

나아가 중대본은 피해가 확인된 침수주택은 복구계획 확정 전에도 지자체에서 우선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되지 않은 지역도 오는 9일부터 7일간 이뤄지는 지자체별 자체조사나 16일부터 7일간 이뤄지는 중앙합동조사를 거쳐 기준을 충족하면 추가 선포될 수 있다. 

또 8일 행정안전부는 중대본을 복구대책지원본부로 전환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복구대책지원본부는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을 중심으로 복구지원총괄반, 재난자원지원반, 재난구호·심리지원반 등 3개 반 36명으로 구성해 운영된다. 앞서 중대본은 7일 비상 단계를 3단계에서 1단계로 하향 조정하고, 태풍 대처 위기경보도 ‘심각’에서 ‘주의’로 낮춘 바 있다. 

복구대책지원본부는 반별로 피해시설 응급복구, 이재민 구호, 재난심리회복 지원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지자체·관계기관·민간단체 등과 긴밀하게 협업하며 피해 복구를 위한 인력·장비·재정 지원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특히 임시주거시설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 등의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구호활동에 전념하겠다. 재난지원금이 신속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조치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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