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예람 특검, 100일 수사 종료...전익수 법무실장 등 8명 기소
고 이예람 특검, 100일 수사 종료...전익수 법무실장 등 8명 기소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9.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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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익수 실장, 군 검사에 위력 행사한 혐의만 인정
불구속 수사 지시 등 부실 수사 혐의는 증거 없어

공군 지휘부 허위 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등 2차 가해 확인
군의 폐쇄성 및 성폭력 문제 심각성 조명한 특검 의의 인정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특검의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출범 후 100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특검의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출범 후 100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을 수사해온 안미영 특별검사팀(이하 특검)이 100일 간의 수사 끝에 성추행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피해자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총 8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검 종료...전익수 법무실장 등 8명 기소

지난 6월 7일 출범해 100일간 이 중사의 사망 관련 부실수사·2차가해·은폐시도 등 의혹을 조사해온 특검이 지난 12일 종료됐다. 13일 특검은 기자회견을 열고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 장교 5명, 군무원 1명, 가해자 장모 중사 등 7명의 혐의를 확인하고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녹취록 위조 혐의로 기소된 김모 변호사까지 합치면 특검 수사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모두 8명이다.

특히 특검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면담 강요 등) 혐의로 전 실장을 지난 9일 불구속 기소했다.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국방부가 이 중사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수사 상황 유출 혐의를 받는 군무원에 구속 영장을 청구할 당시, 자신이 해당 군무원의 범행을 지시했다고 적힌 영장 청구서의 내용이 잘못됐다며 군 검찰단 소속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위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핵심 의혹 중 하나였던 전 실장의 초동 수사 부실 의혹은 인정되지 않았다. 해당 의혹은 앞서 전 실장이 가해자인 장모 중사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으로 인해 불거졌으나, 특검 조사 과정에서 해당 녹취록이 조작된 정황이 확인된 바 있다. 이날 특검은 비슷한 시기 다른 공군 성폭력 사건에서도 불구속 수사 문구가 관행처럼 기재돼온 점 등을 설명하며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해당 녹취록을 조작한 뒤 군인권센터에 제보한 혐의를 받는 김모(35)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김씨는 군 복무 시절 전 실장에 대한 사적 앙심이 있어 녹취록을 조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 실장은 현재 군 검사에게 사실 아닌 내용을 항의했을 뿐 위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며 전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전익수 공군법무 법무실장의 경우 군 검사에 위력 행사한 혐의가 인정돼 불구속 기소됐으며, 앞서 의혹의 중심이 됐던 가해자 불구속 수사 지시 등 부실 수사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공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익수 법무실장이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전익수 공군법무 법무실장의 경우 군 검사에 위력 행사한 혐의가 인정돼 불구속 기소됐으며, 앞서 의혹의 중심이 됐던 가해자 불구속 수사 지시 등 부실 수사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공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익수 법무실장이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사건 방치하고 허위사실 유포...2차 가해 사실 확인

한편 이 중사 사건을 처음 맡았던 공군20비행단의 박모(29) 군검사는 부실 수사로 불구속 기소됐다. 해당 군검사는 이 중사 사건을 송치받은 뒤 2차 피해 정황을 인지하고도 가해자의 구속수사 필요성 등을 방치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휴가 등을 이유로 피해자 조사 일정을 여러 차례 지연시킨 직무유기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박 씨는 지난해 5월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장이 피해자 수사지연 경위를 보고하라고 지시하자 자신이 피해자 조사 연기를 요청한 것임에도 피해자가 조사 연기를 요청한 것처럼 허위보고했다. 또한 박 씨는 동기 법무관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이 중사의 사건에 관련된 내용을 공유한 혐의, 근무지를 무단 이탈한 혐의 등으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당시 공군본부 공보담당 정모(45) 중령도 지난해 5월 이 중사의 사망 이후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목적으로 ‘이 중사는 강제추행 사건이 아닌 부부 간 불화 때문에 숨졌다’는 등의 내용의 허위 사실과 함께 수사 정보인 이 중사의 통화 내용을 기자들에게 전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날 특검팀은 “숨진 당일까지도 이 중사는 남편과 여느 신혼부부 못지않게 친밀한 관계였다는 사실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일부 관계자가 제기한 배우자 불화로 숨졌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더불어 이 중사의 직속 상급자였던 당시 공군20비행단 대대장 김모(44) 씨는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책임자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하지 않은 직무 유기 혐의 ▲공군본부 인사담당자에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됐으며 가해자의 파견을 조사 이후로 연기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단 허위사실을 보고한 허위보고·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당시 공군20비행단 중대장 김모(29) 씨 역시 이 중사가 전입할 예정이었던 공군15특수임무비행단 중대장에게 ‘이 중사 이상하다, 20비행단 언급만 해도 고소하려 한다’ 등 허위 사실을 말한 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특검 측은 이 중사의 전입 이후 2차 가해를 가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제15비행단 관계자들의 경우 기소할만한 범죄 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기소하지 않았다. 

앞서 이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 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가해자 장 중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지난해 3월 2일 이 중사를 성추행한 이후 부대 내 다른 군인들에게 자신은 성추행하지 않았는데도 거짓 고소를 당했다는 허위사실을 말해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지난 6월 7일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공식 출범한 당시 모습. (사진/뉴시스)
이 중사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해 온 특검이 100일 만에 종료됐다. 사진은 지난 6월 7일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공식 출범한 당시 모습. (사진/뉴시스)

군 내 성폭력 문제 심각성 조명한 특검

이날 특검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심리 부검 결과 이 중사에게 당초 없었던 극단적 선택 위험 정도가 장 중사의 성추행 이후 급격히 상승했고, 제15비행단에 전입한 뒤 좌절감 등이 심화해 극단 선택에 이르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소 내용과 종합하면 공군 지휘부가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으로 조치하기는커녕 2차 가해를 지속한 끝에 이 중사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특검은 “앞으로 군이 수사할 때 은폐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피고인들이) 형법상 공범 개념으로 조직적으로 범행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군대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로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고 봤다”고 밝혔다. 특검은 지난 6월 출범 후 국방부 등으로부터 인계받은 기록 약 5만 쪽을 검토하고, 18회의 압수수색과 164명 소환 조사 등을 거쳐 이러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특검은 “성폭력 피해자의 두려움과 고통을 외면하고 설 자리마저 주지 않는 군대 내 그릇된 문화와 낡은 관행이 개선되기를 바란다”며 “이 중사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애도했다. 

이날 이 중사의 유가족과 군인권센터는 입장문을 통해 “군을 수사한 최초의 특검으로서 우리 군이 폐쇄적 병영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참담한 과정의 전반을 규명한 성과를 이뤘다”며 “군사법체계 내에 존재하는 공고한 카르텔과 이들 사이에서 횡행하는 위법행위가 확인된 점, 그로 인해 전익수 실장이 기소되고 이 중사가 겪었던 2차 피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점은 주요한 성과”라고 밝혔다.

다만 ▲피의자와 주요 참거인들의 증거 인멸 및 진술 회피 등으로 인해 부실 수사 정황을 충분히 밝히지 못한 점 ▲전 실장이 고등군사법원 군무원을 통해 수사·재판 중인 사안에 대한 공무상 비밀을 빼낸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이에 대해서는 조치되지 않은 점  ▲이 중사가 남편과의 불화로 인해 숨졌다는 허위 사실 유포에 전 실장을 포함한 지휘부 전반이 가담했음에도 공보장교 1명만이 기소된 점 ▲이 중사의 사망 전후로 가해자 불구속 수사가 계속된 이유를 규명하지 못한 점 등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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