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MLB, 더욱 빠르고 공격적인 야구가 온다
2023 MLB, 더욱 빠르고 공격적인 야구가 온다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09.14 1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수 시간 끌면 볼, ‘피치클락’으로 경기 시간 줄인다
극단적 수비 시프트 금지, 좌타자 전성시대 열릴까
‘베이스 확대’로 부상 예방, 공격적 베이스러닝 유도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 파크 전경.(사진/픽사베이)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 파크 전경.(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MLB(메이저리그)가 2023시즌부터 피치클락, 시프트 금지, 베이스 확대 등 새로운 규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경기 시간의 지연을 줄이고, 타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공격적이고 즐거운 야구를 만들겠다는 목적이다. 프로야구의 선두 격인 MLB의 움직임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KBO(한국프로야구)에서는 향후 어떤 규정을 적용할지 흥미롭다.

지난 10일 MLB 사무국은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의 성명을 통해 세 가지 규정 신설을 발표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이러한 변화는 경기 스피드를 형상시키고 더 많은 움직임을 유도할 것이며 부상을 줄일 것이다”며 “지난 몇 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의 시험을 통해 새로운 변화들이 종합적으로 더 나은 야구, 더 즐거운 야구를 만든다고 진단했다”고 밝혔다.

◆투수 시간 끌면 볼, ‘피치클락’으로 경기 시간 줄인다

피치클락은 투수가 공을 던지는 시간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KBO리그에선 주자가 없을 때 투구 간 간격이 12초로 제한돼 있다. 규약에 따르면 12초 이내 투구하지 않으면 첫 번째는 경고, 두 번째는 벌금 20만 원과 함께 볼 판정을 받는다.

MLB는 더 공격적으로 규정을 바꾸려 한다. 투수는 무주자 시 15초 이내, 유주자 시 20초 이내에 투구 동작에 들어가야 한다. 제한 시간 이내에 투구 동작에 들어가지 않으면 볼이 선언된다.

야구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 자료를 보면 2020시즌부터 올해까지 총 500구 이상 던진 투수 중 무주자 시 15초 이내에 투구하는 선수는 4.8%(483명 중 23명)에 불과하다. 아롤디스 채프먼(양키스)은 무려 26초나 걸렸다.

수술을 마치고 돌아올 류현진(토론토) 역시 피치 클락 규정에 위배된다. 최근 3시즌 동안 류현진은 무주자 시 19.5초, 유주자 시 24.1초가 걸렸다.

포수는 피치클락 9초 전 자신의 자리를 잡아야 하고, 타자는 8초 이내로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피치클락의 가장 큰 효과는 스피드업이다. 마이너리그 9이닝 경기 기준으로 피치클락 시행 후 경기 시간이 26분 줄었다.

더불어 도루와 성공률을 올라갔다. 시행 전 경기당 도루 2.23개, 도루 성공률 68%에서 시행 후 경기당 도루 2.83개, 도루 성공률 77%가 됐다. 최근 몇 주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피치클락을 위반한 횟수는 경기당 0.45회였다.

더불어 새로운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시간도 30초로 제한한다. 감독이나 코치를 비롯한 마운드 방문도 30초 이내 끝내야 한다. 타자의 타석당 타임아웃도 단 한 번만 허용된다.

◆극단적 수비 시프트 금지, 좌타자 전성시대 열릴까

공격적인 야구를 기대하는 팬들에게 가장 반가운 규정은 내야 시프트 금지다. 전면 금지는 아니지만, 2루를 중심으로 양쪽에 내야수가 두 명씩 반드시 자리해야 한다.

내야수의 발은 내야 그라운드의 흙으로 된 부분에 머물러야 하며 이닝 도중에는 내야수끼리 포지션을 변경할 수 없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규정을 어긴 상태에서 투수가 공을 던지면 심판은 볼을 선언하게 된다.

세이버메트릭스가 도입되면서 수비 시프트는 심리적 전술이 아니고 안타와 타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이 됐다. 타율은 역대급 최저로 떨어졌다.

KBO에서도 내야 시프트는 홈에서의 빠른 승부 혹은 병살타를 잡아내기 위해 매 경기 자주 사용되고 있다. 보통 수비 상황이었다면 충분히 안타가 될 공을 치고도 시프트에 걸려 순식간에 아웃이 되는 일이 많다.

MLB 역시 2015년부터 수비 시프트가 증가함에 따라 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좌타자에 맞서 우측에 내야수 3명이 자리하는 게 일반화되면서 안타 수가 급격히 줄었다.

MLB의 대표적 좌타자들인 앤서니 리조(뉴욕 양키스) 조이 갈로(LA 다저스) 코리 시거(텍사스 레인저스) 등 선수들이 2023시즌부터는 어떤 타격을 보일지 벌써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시프트를 금지한 것은 야구의 본 취지가 왜곡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팬들도 안타성 타구가 시프트에 막혀 아웃되는데 불만을 품고 있다. 지난 13일 MLB 네트워크의 여론조사 결과 64.2%가 ‘시프트 금지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베이스 확대’로 부상 예방, 공격적 베이스러닝 유도

베이스 크기는 기존 15인치(38.1㎝)에서 18인치(45.72㎝)로 커진다. 1루부터 3루까지 모든 베이스에 동일하게 적용되며 MLB 사무국은 이를 통해 부상 방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마이너리그 시범 적용 결과 베이스에서 벌어지는 부상 비중이 13.5% 줄었다. 베이스 확대로 1루에서 2루, 2루에서 3루까지 거리도 소폭 줄었다. 이에 따라 도루를 포함해 더욱 공격적인 베이스러닝도 더욱 자주 보게 될 전망이다.

다만 규정이 바뀌는 것에 대해 선수노조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시간 싸움을 즐기는 투수들이 시간에 쫓기고, 타자나 주자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절대 모두가 만족할 수 없는 변화이기 때문이다.

2023시즌부터 적용되는 새 규정이 MLB 사무국의 바람대로 야구를 보다 재밌게 만든다면, 향후 KBO에도 어떤 새로운 바람이 불지 기대해볼 만하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