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커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재발 방지 움직임
【위클리포커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재발 방지 움직임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9.24 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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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 구속·수감 등 가해자·피해자 분리 강화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 등 스토킹처벌법 개정
“여성혐오 논란...젠더폭력 문제로 접근해야”
20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역 앞에서 열린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희생자를 위한 추모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등이 적힌 피켓과 함께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역 앞에서 열린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희생자를 위한 추모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등이 적힌 피켓과 함께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3년에 걸친 스토킹·불법촬영·협박 끝에 피해자가 살해된 신당역 사건을 두고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는 가해자 분리 조처 강화 및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3년간 스토킹·불법촬영·협박 후 살해

지난 14일 오후 9시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전주환(31)이 순찰 중이던 여성 역무원 A씨를 1시간가량 기다린 끝에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앞서 전주환은 A씨와 지난 2018년 서울교통공사에 동기로 입사한 뒤 이듬해부터 350여 차례에 걸쳐 불법촬영물로 협박하며 만남을 요구하는 등 피해자를 스토킹해왔다. 이에 스토킹 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10월 A씨는 전주환을 불법촬영 및 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이때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상태였던 전주환은 합의를 요구하며 20여 차례 협박성 연락을 이어갔다. 이에 피해자는 지난 1월 전주환을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차 고소했다. 당시 경찰은 앞선 고소 건과 내용이 많이 확장되지 않은 점, 전주환이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지는 않았던 점 등을 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후 검찰로부터 징역 9년을 구형받은 지난달 18일 전주환은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주환은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직위 해제된 상태였음에도 서울교통공사의 내부 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었고, 구형 당일부터 피해자의 집 주소를 4차례 확인한 뒤 해당 주소에 총 5차례 찾아갔다. 다만 해당 주소는 피해자의 이전 거주지로, 찾아가도 피해자를 만나지 못하자 전주환은 피해자의 근무지를 범행 장소로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주환은 범행 당일에도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으로 피해자의 근무지와 근무 시간을 확인한 뒤 신당역으로 찾아갔다. 이날은 1심의 선고를 하루 앞둔 날로, 경찰은 전주환이 ▲사전에 흉기·위생모·장갑 등을 준비한 점 ▲미리 피해자의 근무지와 근무 시간을 조회한 점 ▲휴대전화에 위치정보시스템 정보 조작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것 등을 근거로 전주환이 보복을 위해 범죄를 미리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1일 오전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인 전주환(31)이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1일 오전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인 전주환(31)이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경, ‘피해자·가해자 분리 강화’ 협의

이에 지난 21일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주환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해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고, 서울중앙지검은 검사 4명으로 구성된 전주환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려 보강수사를 시작했다. 이어 23일 전담수사팀은 서울교통공사를 압수수색해 전주환이 직위 해제된 후에도 회사 내부망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또 22일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스토킹범죄 대응 협의회를 열고 피해자 보호 방안 등을 발표했다. 우선 검경은 수사·기소·재판 등 모든 형사절차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조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유치장에 구금할 수 있는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5호를 적극 활용하고, 구속도 적극적으로 인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전주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전주환이 불구속 상태로 범행할 수 있었다는 비판을 수용한 조치로 풀이된다.

아울러 단순 주거침입이나 협박 등 스토킹처벌법 위반이 아닌 다른 죄명으로 입건된 사건이더라도, 강력범죄로 악화할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잠정조치가 가능한 스토킹처벌법을 적극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수사 과정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돼도 재판 과정에서 검사가 직권으로 잠정조치 및 영장 발부를 요청하도록 했다. 

특히 검경은 스토킹 가해자의 위험성 관련 자료를 신속하게 공유할 수 있는 ‘스토킹 사범 정보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시스템은 피의자의 특성, 스토킹 행위 내용 및 유형, 긴급응급조치·잠정조치 이력 등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이를 구형 및 최종 선고 양형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긴급응급조치 판단조사표’,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 등을 마련해 이를 검찰에 공유하겠다고도 밝혔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반의사불벌죄 조항 폐지 움직임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16일 법무부는 “스토킹처벌법이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되어 있어 초기에 수사기관이 개입하여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장애가있고, 가해자가 합의를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2차 스토킹범죄나 더 나아가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보복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이 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9일 오전 11시 여성가족부가 있는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진보당‧녹색당‧불꽃페미액션‧전국여성연대 등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진보당 페이스북 제공)
지난 19일 오전 11시 여성가족부가 있는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진보당‧녹색당‧불꽃페미액션‧전국여성연대 등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진보당 페이스북 제공)

여성 혐오 범죄 및 젠더 폭력 논란

이렇듯 가해자에 대한 제재 논의가 이뤄지는 한편, 이번 사건이 여성 혐오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논쟁도 이어졌다. 이는 특히 16일 신당역을 찾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이번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라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의 이중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하면서 불거졌다. 

그러자 19일 진보당, 녹색당, 전국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등 여성·시민 단체들은 여성가족부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많은 여성들이 피해자를 추모하며 여성이라서 죽었다고 외치고 있는데 여성가족부 장관은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느냐”며 “망언에 대해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올해 처벌된 20대 스토킹 피해자 1천285명 중 1천113명이 여성이었다. 스토킹과 성폭력 피해자의 절대 다수가 여성인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은 명백한 젠더 폭력”이라며 “성폭력이 무엇이며 왜 발생하는지 구조적 관점 없이는 성폭력 범죄를 종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신당역 사건이 젠더 폭력이었음을 지적하는 입장에 이어 여성 혐오 해당 여부를 따지는 데 매몰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시사저널을 통해 “모든 젠더 기반 폭력에 여성 혐오가 깔려있는 것은 당연해서 논의할 필요가 없다. 지금 여성 혐오 범죄냐 아니냐는 논의로 편 가르기 진영논리를 만드는 것은 황당하고,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현재는 스토킹 범죄 이후 피해자 구제를 위해 정부가 어떤 행정조치를 했고, 현재까지 왜 제대로 안 되고 있는지, (일련의 사건들이) 여가부를 없애겠다는 정부의 논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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