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호황, 1조 원 넘본다
미술시장 호황, 1조 원 넘본다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09.25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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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 이끄는 MZ세대, 미술작품을 투자 대상으로 인식
이건희 컬렉션부터 아트 페어까지, 낮아진 문턱 주효

[한국뉴스투데이] 한국 미술시장이 지난해 거래액 9,000억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도 인기몰이 중이다. 상반기 약 5,329억 원을 기록함에 따라, 올해 역사상 최초로 거래액 1조 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다.

◆혜성처럼 등장한 MZ세대, 미술작품을 투자 대상으로 인식
최근 글로벌 양대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성료했다. 해외 유명 갤러리들이 앞다퉈 서울에 지점을 내면서 서울이 홍콩을 제치고 ‘아시아 아트허브’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졌다.

주최 측 추산 7만 명이 넘는 인원이 ‘프리즈 서울’과 ‘한국국제아트페어’를 찾았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20‧30대로 MZ세대(1980~2005년생)가 한국 미술시장의 최근 호황을 이끈다는 것을 입증했다.

최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한국 MZ세대 미술품 구매자 연구’를 보면, 지난 3년간 MZ세대는 평균 7.5점을 구매했다. 바로 윗세대인 X세대와 베이비부머인 B세대는 평균 10.5점을 사들였다.

MZ 컬렉터는 여성이 남성보다 1.4배 많고, 대부분 서울에 거주하고 사무직과 전문직이 주를 이룬다. 소득은 연봉 6,000만 원 이상이 전체 60%가 넘을 만큼 고학력‧전문직 여성의 구매율이 높다.

상위 구매자로 가면 남성 55.8%, 여성 44.2%로 남성이 조금 더 많고, 연봉 6억 원 이상인 이들이 35%를 차지했다.

MZ 컬렉터는 한국 젊은 작가의 작품 구매를 시작으로 해외 작가로 확장해 나가는 흐름을 보인다. 상위 구매자는 한국과 해외 작가 비중이 1대1 수준으로, 국내 작가는 젊은 작가보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작가 비중이 컸고, 해외 작가는 성장 가능성이 큰 젊은 작가를 선호했다.

보고서가 주목하는 MZ 컬렉터의 특징은 언어 소통 면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특히 영어를 편하게 구사함에 따라 해외 갤러리 구매비율이 17%에 달한다.

또한, MZ 컬렉터의 70%가 투자를 구매 시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기성세대의 30%만이 투자를 중요하게 생각한 점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MZ 컬렉터는 구매 시점부터 작품에 따라 보유 기간을 정해놓고 구매하며, 상위 구매자 두 명 중 한 명은 재판매 경험이 있었다.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이 개막한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을 찾은 관람객들이 이중섭의 은지화를 감상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이 개막한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을 찾은 관람객들이 이중섭의 은지화를 감상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건희 컬렉션부터 아트 페어까지, 낮아진 문턱 주효
국내에서 일부 계층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미술시장이 이처럼 호황기를 맞이한 데는 MZ세대뿐만 아니라 미술 문화의 대중화도 컸다.

지난 6월 6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11개월간 열린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이 막을 내렸다. 전시의 누적 관람객 수는 총 24만 8,704명을 기록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총 2만 3,181점이나 기증할 만큼 방대한 컬렉션은 많은 이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이건희 컬렉션을 비롯해 코로나19로 인해 미술계의 새로운 시도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며, 2021년 국내 미술시장은 많은 이슈를 만들어냈고, 그만큼 팽창했다. 특히 오프라인에만 집중됐던 것들이 온라인 시장에서 새 활로를 모색하며 미술시장의 문턱이 매우 낮아졌다.

코로나19 이후 미술시장은 아트 페어 같은 대형 예술 행사를 중심으로 디지털화가 이루어졌다. 경매 회사는 온라인 경매 횟수를 늘리고, 갤러리와 아트 페어는 OVR(Online Viewing Room), 온라인 전시를 운영하면서 비대면 관객을 모으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 또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온라인으로 작품을 관람하는 것은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기엔 부족하지만, 물리적 제한이 없기 때문에 누구든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많은 전문가가 내놓은 연구 결과들을 보면, 코로나19 이후 온라인과 SNS를 이용한 비대면 관객 증가, 미술 애호가 셀러브리티의 팬덤 유입, 여러 종류의 미술 관련 플랫폼 등이 일반 대중에게 최소 ‘한 번’의 미술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미술 시장 관계자와 기업은 새로운 소비자로 나선 MZ세대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판화 시장이다.

판화는 원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고, 접근성이 좋으므로 미술시장에 새로 진입한 사람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1 미술 시장조사 주요 결과’를 보면 2020년 기준 국내 장르별 작품 거래 비중에서 판화는 화랑 7.8%, 경매 10.8%로 전년 대비 각각 3.4%, 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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