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심층진단】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2.09.2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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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대우그룹 해체 후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아 온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이 인수한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앞으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해 지분 49.3%와 경영권을 인수하게 된다. (사진/뉴시스)
지난 2000년 대우그룹 해체 후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아 온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이 인수한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앞으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해 지분 49.3%와 경영권을 인수하게 된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여러 정부에서 매각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던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이 드디어 이뤄졌다. 지난 2000년 대우그룹 해체 후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아 온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이 인수하면서 21년만에 민간 주인의 손에 넘어갔다. 산업은행은 이번 민간 매각을 통해 그동안의 손실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 매각 규모로 평가된 6조원의 절반에 못미치고 21년간 투입된 공적 자금 규모를 감안하면 헐값 매각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그간 매각을 반대해 왔던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정부와 산은의 팔아치우기 행태를 비난하고 나섰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바라보는 각각의 입장을 차례로 담아봤다. <편집자주>

정부‧산은, 대우조선해양 한화그룹에 매각 결정

지난 26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유치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회의 결과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이 결정됐다. 새로운 민간 주인은 한화그룹이다. 산업은행은 한화그룹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 이에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앞으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해 지분 49.3%와 경영권을 인수하게 된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와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이다. 

이번 매각은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된다. 스토킹 호스는 인수 예정자를 선정해 두고 별도의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해 별도의 응찰자가 없으면 인수 예정자가 최종 인수하는 방식이다. 만약 입찰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응찰자가 있으면 기존 계약을 해지될 수도 있다. 산업은행은 다음 달 중순까지 경쟁 입찰 의향서를 받을 예정이다.

예정대로 매각 작업이 이뤄지면 산업은행은 경영권을 넘기고 대우조선해양 지분 28.2%만 보유하게 된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매각으로 회사 정상화"

이날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직후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1년간 산은이 대우조선의 주주로 있었는데 2015년 부실화 이후 기업가치는 속절없이 하락했고 작년 1조7000억원, 올해 상반기 6000억원의 손실을 낼 정도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이전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회장은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와 경영효율화를 할 수 있는 민간 주인을 찾아서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국민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라 판단했다"며 “대우조선의 통매각, 분리 매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매수자를 물색해 왔고 국내에서 제조업을 하는 모든 대기업 그룹을 접촉한 결과 한화그룹이 인수 의사를 밝혀왔다”고 밝혔다.

26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26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와 경영효율화를 할 수 있는 민간 주인을 찾아서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국민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라 판단했다"며 이번 매각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그러면서 강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매각으로 2조원의 자본확충으로 향후 부족 자금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민간 대주주의 등장으로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 등을 통해 국내 조선업의 질적 성장을 유도함으로써 한국 조선업 경쟁력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 밝혔다.

강 회장은 "해외 경쟁 당국에서 기업 결합 심사가 있을 테지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처럼 동일한 조선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간 거래가 아니라서 기업 결합 이슈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권이 한화그룹으로 넘어가더라고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선수금환급보증(RG) 등 기존 금융 지원 방안을 연장하는 등 금융지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6조원에서 2조원으로...헐값 매각 논란 불가피

하지만 이번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두고 헐값 매각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2000년 대우그룹 해체 후 분리돼 21년간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아왔다. 산업은행은 그간 대우조선해양을 민간으로 다시 돌리기 위해 꾸준한 매각 작업을 벌여왔다.

지난 2008년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그룹을 선정했다. 당시 공개 경쟁입찰에 참여한 그룹은 한화그룹 외에도 현대중공업과 포스코, GS 등이었다. 한화그룹은 인수 자금으로 6조3000억원을 제시해 단독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노조의 방해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인수가 무산됐다.

이후 2018년 유럽연합의 불허로 기업결합심사에서 무산된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 아닌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조선 지주사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을 진행해 정확한 매각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출자 구조 등을 미뤄볼 때 2조원이 넘는 몸값이 측정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과거 높은 몸값에서 이번에 2조원 규모로 줄어든 매각 규모를 두고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지난 21년간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주채권은행은 4조원이 넘게 지원했고 2017년에는 2조9000억원 규모의 한도여신을 제공하는 등 2015년 분식 회계 적발 이후 투입된 공적자금 규모는 7조1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의 투입된 공적자금 규모에도 못 미치는 이번 매각 규모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다.

다만 최근 조선업이 불황을 겪고 있고 장기화 되는 가운데 경영부실로 인한 만성적자로 몸값을 높게 책정할 수 없을 것이란 반론은 있다. 

전국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이 27일 서울 중구 전국금속노조에서 열린 '한화 재벌에 대한 대우조선해양 매각 금속노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빠른 매각보다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전국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이 27일 서울 중구 전국금속노조에서 열린 '한화 재벌에 대한 대우조선해양 매각 금속노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빠른 매각보다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노조, “속도보다 검증이 우선돼야”

이번 매각을 두고 금속노조는 “조선업 발전과 2만명의 고용과 생존권, 지역 경제를 위해 같이 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함께 모색하자고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매각 결정은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면서 “다른 인수 경쟁자에게 기회를 준다고 생색내지만 이미 한화그룹과 물밑 협상을 다 끝낸 상황”이라 밝혔다.

노조는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조선 시장에서 한국 조선산업의 지위를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이자 기술과 생산으로 국방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방위 산업”이라며 “출범한지 100일된 정권과 임기를 반년도 채우지 못한 신임 산업은행 회장이 조선산업의 전망과 복안 등을 보여주지 못한 채 매각에 성공한 정권이라는 지위가 욕심나 졸속으로 팔아 버렸다”고 비난했다.

이어 “제대로 된 정권이라면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왜 인수하는지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며 “인수자금을 조달한다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산업을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업이 조선소를 잘 운영할 수 있는지 대한 우려부터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한 후에도 한국 산업을 지키라는 존재 이유에 맞게 경영의 정상화에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화그룹은 총고용을 지키고 지역경제를 발전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하청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모두 포기하겠다는 선언이 필요하다”며 상생을 요구했다.

한화, “토탈 방산‧그린에너지 메이저로 도약”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한화그룹은 이번 인수로 빅 사이클 초입에 진입한 조선산업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그룹 주력인 방산 분야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한화디펜스와 11월 합병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양 방산의 강자인 대우조선 인수로 기존의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고 유지보수(MRO)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중동과 유럽, 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의 주력 방산제품인 3000톤(t)급 잠수함 및 전투함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확보한 미래 방산 기술을 민간상선에 적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이슈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는 시점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조선, 해양 기술을 통해 글로벌 그린에너지 메이저로 확고히 자리 잡을 계획이다. 특히 에너지 전환의 브릿지 기술로 평가 받으면서 최근 가격이 급등한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도 대우조선해양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LNG선을 중심으로 한 노후선박 교체수요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의 신규 수요, 선박 발주 증가에 따른 도크 경쟁으로 조선업이 2000년대 중반 이후 다시 제2의 빅 사이클 초입에 돌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저가로 수주한 물량을 상당부분 해소하고 자산가치 재평가를 통해 부실을 해소한 대우조선해양은 향후 3년 반~4년간 일감인 288억 달러(약 41조원)의 수주 잔량을 보유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여 조기 흑자전환을 자신했다.

한편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이 위치한 경남 거제의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조선 기자재와 하청 제작 업체 등 지역 뿌리산업과도 지속 가능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노조와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노사 관계도 구축할 계획이라 밝혔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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