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건보 직원 46억원 횡령...특감‧국감 넘어야 할 산 ‘수두룩’
【이슈체크】 건보 직원 46억원 횡령...특감‧국감 넘어야 할 산 ‘수두룩’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2.09.29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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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직원 46억원 횡령 후 해외 도피
건보 "시스템 보완", 복지부 "특별감사"
오는 6일부터 시작되는 국감서 표적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이 46억원을 횡령하고 해외로 도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횡령 금액은 건보에서 발생한 횡령 규모 중 가장 크다. (사진/뉴시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이 46억원을 횡령하고 해외로 도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횡령 금액은 건보에서 발생한 횡령 규모 중 가장 크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이 46억원을 횡령하고 해외로 도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횡령 금액은 건보에서 발생한 횡령 규모 중 가장 크다. 건보는 횡령사실을 확인한 즉시 경찰에 고발 조치를 하고 시스템 보완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건보에 2주간의 특별감사에 돌입했다. 오는 4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는 이번 건보의 횡령 문제가 주요 화두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직원의 대담한 횡령으로 공공기관의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가 크다.

건보 직원 46억원 횡령 후 해외 도피

건보가 직원의 횡령 사실을 인지한 것은 지난 22일이다. 건보는 이날 오전 업무점검 과정 중 본부 재정관리 5팀에서 압류채권을 관리하던 팀장 최모(44)씨가 채권 압류 등으로 지급 보류가 됐던 진료비용 약 46억원을 빼돌린 사실을 적발했다.

최씨의 횡령은 1000원을 빼돌리는 것부터 시작됐다. 작은 금액을 빼돌려 문제가 없자 점차 액수를 키운 셈이다. 지난 4월 27일 1000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한 최씨는 건보가 이를 알아채지 못하자 하루 뒤에는 174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송금했다. 이날 최씨는 오전 반차를 사용했다. 혹시나 건보가 이를 알아챌 경우 도주를 위한 대비책으로 풀이된다.

최씨는 5월 6일에는 3273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하고 연차를 썼다. 이 역시 같은 이유다. 이후 건보 측이 횡령을 알아채지 못하자 최씨는 대담해졌다. 5월 13일에 5902만원을 빼돌린 최씨는 7월 21일에는 2625만원, 9월 16일에는 3억1632만원을 계속 자신의 계좌로 빼돌려 챙겼다.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최씨는 연차 휴가를 내고 동료들에게 독일로 휴가를 떠난다며 출국했다. 출국 이후 건보 전산망을 통해 접속한 최씨는 9월 21일 41억7149만원을 빼돌리고 현재는 필리핀으로 이동해 도피 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본부 재정관리실 채권압류 담당 팀장인 최모씨는 1000원부터 빼돌려 46억원을 횡령한 뒤 연차를 내고 해외로 도피했다. (사진/뉴시스)
본부 재정관리실 채권압류 담당 팀장인 최모씨는 1000원부터 빼돌려 46억원을 횡령한 뒤 연차를 내고 해외로 도피했다. (사진/뉴시스)

6개월만에 46억원 횡령이 가능했던 이유

최씨가 46억원을 횡령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최씨는 46억원을 어떻게 횡령한 걸까. 그 답은 최씨가 전결권자였기 때문이다. 즉, 기업이나 행정 관청의 빠른 의사 결정을 위임하기 위한 위임전결 시스템을 악용한 사례다. 

최씨는 2004년 건보에 입사했다. 이후 3급 상당의 중간 관리자가 된 최씨는 본부 재정관리실에서 채권압류 업무를 맡고 있다. 해당 업무는 법원에서 요양기관에 지급할 돈에 대해 보류신청이 들어오면 이를 등록하고, 반대로 채권자에게 돈을 지급하라고 해제신청이 들어오면 이를 결제하는 관리 업무다.

원래는 등록과 승인 업무가 분리돼야 한다. 담당 직원이 돈이 송금될 채권자의 계좌번호를 등록하면 최씨는 이를 확인하고 승인하게 돼 있다. 하지만 최씨는 승인 직전 채권자의 계좌번호를 자신의 계좌로 바꿔 등록하는 등 등록업무를 남용했다. 원래 승인권한만 가지고 있는 최씨가 등록권한까지 행사하는데 문제가 없자 이같은 범행이 가능했던 셈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자신의 이름으로 만든 최씨의 가상계좌는 10개다. 최씨는 자신의 계좌를 지급계좌로 등록해 채권자에게 갈 돈을 빼돌렸다. 이를 두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팀장 신분으로 지급 계좌번호 등록 및 변경에 대한 권한을 모두 갖게 되는 취약한 지급시스템을 악용한 사례”라며 “처음 한 두 차례 시도에서 발각됐어도 46억원이라는 대형 횡령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지적했다.

건보‧복지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이에 건보는 뒤늦게 등록과 승인의 권한 분리에 나섰다. 건보 관계자는 “이번 횡령사건을 계기로 등록권한과 승인권한을 철처히 분리시켰다”면서 “특히, 승인관리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 승인을 한 사람이 해도 한번 더 다른 사람이 확인할 수 있도록 즉시 변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철저한 시스템 보완과 점검을 할 예정”이라 덧붙였다.

건보는 원주경찰서에 형사고발 및 계좌동결 조치를 마쳤고 원금 회수를 위해 예금채권 가압류 조치 등 채권보전 방안을 마련 중이다. 또 이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현금지급을 수행하는 부서에 대한 특별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건보의 상위기관인 보건복지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부터 10월 7일까지 2주 동안 건보에 대한 특별 감사를 진행한다. 보건복지부는 감사과 외에도 보험정책과와 정보화담당관 등 관련 부서와 합동으로 감사반을 꾸렸다.

이에 이번 횡령 사건 외에도 건강보험재정관리 현황과 요양급여비용 지급시스템, 전산시스템 등 운영 전반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을 점검해 필요한 후속조치를 하고 필요한 경우 개선안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이번 횡령 사건으로 건보는 이번 국감의 표적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해 말 건보 이사장에 새롭게 취임한 강도태 건보 이사장. (사진/뉴시스)
이번 횡령 사건으로 건보는 이번 국감의 표적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해 말 건보 이사장에 새롭게 취임한 강도태 건보 이사장. (사진/뉴시스)

건보 사상 최대 횡령액 원금 회수 가능할까

건보에서 발생한 횡령 규모 중 가장 큰 금액을 두고 원금 회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이혼 후 홀로 지내고 있던 집을 정리하고 해외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금융계좌 추적을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최씨의 계좌에 남은 금액 등 최씨의 계좌흐름을 파악하는 동시에 피해금에 대한 기소 전 물수보전을 신청했다. 

또, 독일로 출국한 뒤 필리핀으로 이동한 최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하고 인터폴 국제공조를 통한 검거와 송환에 주력할 예정이다. 

한편, 다음달 4일부터 시작되는 올해 국감에서 건보의 이번 횡령 사건은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건보의 기간 해이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자료 확보에 나섰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강보험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과 직장 내 성비위, 금품수수 등 건보 직원들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자료를 확보하고 국감을 준비하고 있다. 보건복지위 국감은 다음달 6일부터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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