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길까 말까, 은행원 이직 대란
옮길까 말까, 은행원 이직 대란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10.02 1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업 선호 1위’ 인터넷 은행 3사, 경력직 대규모 이동
연간 600만 원 복지포인트, 전 직원 법인카드 제공
핵심 인력 개발자들은 업종 자체 고민, 금융이냐 IT냐

[한국뉴스투데이] 금융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하면서 금융 생활의 편익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만큼 금융권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이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신규 금융권의 성장성과 복지 등 파격적인 대우에 자리를 옮기면서도, 급격한 변화가 만들어낸 업종 자체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함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은행으로의 이직을 꿈꾸는 은행원들은 인터넷 은행이 자기 계발에 집중할 수 있고 대면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점을 최고 장점으로 꼽았다.(사진/뉴시스)
인터넷 은행으로의 이직을 꿈꾸는 은행원들은 인터넷 은행이 자기 계발에 집중할 수 있고 대면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점을 최고 장점으로 꼽았다.(사진/뉴시스)

◆‘취준생 선호 1위’ 인터넷 은행 3사, 경력직 대규모 이동
올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 은행 세 곳의 임직원 2,149명 중 신입직원은 60명으로 전체 2.8%에 불과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카카오뱅크는 1,335명의 전체 임직원 중에 신입직원은 24명(1.79%)이었다. 케이뱅크는 전체 472명의 직원 중에 신입이 25명(5.29%), 토스뱅크는 전체 342명의 임직원 중 11명(3.21%)이 신입이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최근 잡코리아가 신입직을 준비하는 취준생 5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금융사 1위에 오를 정도로 선호도가 높지만, 신입직원 비율은 인터넷 은행 3사 중에서 가장 낮았다.

인터넷 은행 3사의 인력 구성도 다소 변화했다. 지난해 말에는 ICT(정보통신기술) 업계 출신(35.9%)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지난달 말 기준으로는 사기업 출신이 706명(32.9%)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ICT 기업 출신이 519명(24.2%)이었고, 은행 출신도 446명(20.8%)으로 상당했다. 저축은행·카드·증권·보험·캐피탈 등 은행 외 금융사 출신도 401명(18.7%)이었다. 특히 은행 출신들이 인터넷 은행 3사로 많이 이직했다.

지난해 말 대비 은행권 출신 비중은 약 1.4% 증가했다. 지난해 말 은행이 전 직장이었던 인터넷 은행 3사 임직원은 전체 1,687명 중 327명(19.4%) 수준이었다.

◆연간 600만 원 복지포인트, 전 직원 법인카드 제공
이처럼 지난해부터 인터넷 은행들이 기업금융 부문 강화에 나서면서 은행·저축은행의 해당 부문 인력들의 이탈이 늘었다.

인재들이 인터넷 은행으로의 이직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가장 큰 요인은 인터넷 은행들이 지닌 자율성과 성장 가능성이다. 특히 기존 은행들의 지점별 창구에서 이뤄지는 대면 영업이 주는 피로감이 없다는 게 큰 매력이라는 이들이 많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경우 연간 600만 원의 복지포인트(자기 주도 마일리지)를 지급하며, 유연한 출퇴근 시간을 기본으로 하는 ‘유연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3년 근속 시 1개월의 유급휴가와 휴가비 200만 원을 제공하는 것도 직원들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토스뱅크는 순이익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직원의 복지향상과 업무 몰두를 위해 전 직원에 한도 없는 1인 1 법인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법인카드는 직원의 복지로 사용된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직원이 일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가치 아래 점심, 저녁, 간식, 커피 등을 법인카드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위기감을 느낀 기존 은행들도 호칭 파괴, 복장 자율화, MZ세대 주축 조직 구성 등으로 내부 문화를 빠르게 바꿔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장들이 최근 들어 MZ세대를 부쩍 자주 거론하고 MZ세대 고객뿐만 아니라 MZ세대 직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핵심 인력 개발자들은 업종 자체 고민, 금융이냐 IT냐
한편으로는, 이러한 인터넷 은행들의 성장 속에서 핵심 인력인 개발자들은 업종 자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경력 3~4년 차 MZ세대 개발자들의 경우 ‘연차가 더 쌓이면 이동이 어렵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고민의 배경은 복합적이나, 공통적으로는 금융권에서는 개발자로서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이직의 주요 요인이다.

세부 직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업무가 새로운 서비스 개발보다는 현재 서비스 유지와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 개발자 중에서는 짧으면 수개월, 길면 1년 가까이 코딩 등 개발을 직접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연차가 더 누적될수록 연차에 비해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을 직접 기획‧설계한 경험이 부족해, 이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이어진다. 실제 개발자 직군이 메인인 주요 플랫폼 기업으로 이직을 원해도, 이들이 제시하는 역량 수준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네카라쿠배당토’로 불리는 주요 플랫폼 기업의 경우 요구하는 코딩 테스트와 면접의 난이도가 상당하다”며 “대용량 트래픽이나 고객의 대규모 데이터들을 다루면서, 다양한 형태의 오류나 시스템 장애 등을 해본 경험이 부족하면 풀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높은 연봉’을 장점으로 한 금융권 도메인 커리어를 쌓는 안정성과 단계적 이직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지를 두고 선택해야 하는 셈이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