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없다
비밀은 없다
  • 김민희 배우
  • 승인 2022.10.03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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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셋 중 둘이 죽었을 때만 지킬 수 있다." -벤자민 프랭클린-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단 말이 있듯 비밀이란 좀처럼 지켜지기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아무리 진실한 사람일지라도 숨기고 싶은 자기만의 이야기는 있게 마련이다. 모든 사람에게 자신을 100% 드러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비밀이 까발려지기도 하고, 때로는 나만의 숨기고픈 이야기를 어떤 누군가와는 공유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나만 알고 싶은 나의 이야기를 함부로 남에게 떠벌리는 사람에겐 큰 실망과 배신감을 느낀다. 비밀을 털어놓는 상대라면 그것을 지켜줄 거란 믿음을 가지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살다보면 내가 털어놓지 않았어도 사람들에게 나만의 비밀이 알려지게 되는 일들도 일어나게 된다. 

설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는 알게 된 임금님의 비밀을 숨기려다 병까지 생겨 결국 대나무 숲에 아무도 모르게 비밀을 쏟아냈으나, 바람이 불때마다 숲에서 소리가 들려오며 온나라가 그 일을 알게 된다. 

숨기고 싶었던 왕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한번 새어나간 비밀은 더이상 비밀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누군가의 비밀을 지켜주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옛날 사람들은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을 때 어떻게 했는지 알아? 산에 가서 나무에 구멍을 낸 다음 거기다 비밀을 털어놓고 진흙으로 봉했대. 그럼 비밀이 그 나무에 갇혀서 아무도 모르는 거지."
      -영화 <화양연화> 중에서-

어딘가에 털어놓고 봉인해버리는 마음. 그건 아마 자신만의 비밀이라 해도 혼자만 알고 간직하는 것이 외로운 일이기에 그런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라는 것은 그만큼 신의가 두터울 때 가능하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온전히 나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그래도 내 곁에 누구 하나라도 비밀 하나쯤 털어놓고 소통할 이가 있다는 건, 외롭지 않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친구의 비밀을 누설하는 자는 자신의 수치를 드러내는 것이다." -토마스 왓슨-

'아무에게도 말해선 안 돼!' '너만 알고 있어.' 이런 말에는 깊은 무게감을 가져야 한다. 만약에 이러한 말조차 필요 없이 상대방이 털어놓은 비밀을 당연하게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진정한 '나의 사람', '최고의 친구'가 아닐까?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김민희 배우 calnews@naver

배우 김민희

만 6세인 1982년 KBS 성탄특집극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아역스타 출신이다. MBC베스트극장에서 다수의 주인공 역을 시작으로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 MBC 주말연속극 《여우와 솜사탕》,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1997년 MBC 일일연속극 《방울이》에서 주인공인 방울이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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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동철 2022-10-07 22:29:03
와우! 추억의 레전드배우 방울이 김민희님 칼럼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고 행복합니다!!! 이렇게 친근하고 많은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칼럼을 계속 연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김민희 배우님과 한국뉴스투데이의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