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결국 폐지...행안부, 복지부 산하 본부 격하 개편안 보고
여가부 결국 폐지...행안부, 복지부 산하 본부 격하 개편안 보고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10.05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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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여가부 폐지 및 본부 격하 내용 개편안 보고
민주당, 타 부처와의 교섭력 약화 등 심각 우려 표명
여성단체 “정치적 위기마다 여가부 폐지 카드 사용”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의 모습. (사진/뉴시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의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행정안전부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관련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본부로 두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5일 오전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정부가 준비 중인 이 같은 내용의 개편안을 보고하고, 더불어민주당의 의견을 청취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보고 후 “(여성가족부 장관을) 차관급 본부장으로 격하할 때 성범죄 관련 정책 논의 시 국무위원이 아니어서 타 부처와의 교섭력 등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문제의식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 대변인은 “우리 당이 반드시 여성가족부라는 명칭을 고집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등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 등 여전히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반복되고 있고, 유엔에서도 성평등 관련한 독립부처의 필요성을 권고하는 게 국제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가보훈처의 국가보훈부 격상, 재외동포청 신설 등 개편에 대해서는 “흔쾌히 동의하는 입장”이라고 한 차관에 전달했다. 오 대변인은 “국가보훈처의 부 단위 격상은 문재인 정부 때도 관련 논의가 있었던 만큼 보훈의 중요성에 공감한다”며 “재외동포청 역시 우리 당 공약이었고, 당 내외의 많은 요구가 있다. 우리 당 의원들의 입법 발의도 있었을 만큼 재외동포 정책 강화 필요성에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4개월째 장관으로 일하다 보니 여성가족부의 지금 형태로는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 적고, 좀 더 큰 틀로 바꿔서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여성가족부의 핵심 기능이 덩어리째 이관이 되느냐는 질문에는 “대체로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독립 부처가 아닌 본부 수준 산하 조직으로의 이관이 여가부의 업무를 활성화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김 장관은 “남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조직을 갖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적합한지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다”며 “여가부가 폐지되더라도 그 업무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여성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지난 4일 전국 286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성명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대선 시기부터 근거도 내용도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고, 대통령 지지율 24%라는 최저점을 찍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위기마다 여성가족부 폐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구조적 성차별과 여성의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특정 집단에서 지지율을 끌어내 보려는, 그러나 오히려 정치적 위기를 더욱 자초하는 무지몽매한 자충수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들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이런 범죄가 발붙일 수 없게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발언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피해자 보호 역할 뿐만 아니라, 여성폭력이 발생하는 사회구조적 요인을 진단하고 정책을 통해 여성들이 차별과 폭력 없이 일상을 안위할 수 있도록 성평등 정책 전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책무와 권한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구 정책과 가족 정책은 같이 연계해서 추진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한 부처에서 보는 것이 조금 더 효율적이고 성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보건복지부 내 인구·가족 정책 본부를 신설하는 개편안에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다만 여성가족부 폐지안에 협의했냐는 질문에는 “아직 조직 개편안이 최종 확정된 게 아니다”라고 답하며 선을 그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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