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중에 얼굴이 참 맑은 이가 있다.
피부가 깨끗하고 환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표정과 인상이 참 좋다는 뜻이다.
그녀가 오래 전 숲 속의 한 명상센터를 간 적이 있다.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책, 필기도구 일체 가져갈 수 없고,
심지어 참여하는 사람들끼리 말도 나누지 않는 수련이다.
그저 새벽에 일어나 밥을 먹고, 숲 속을 산책하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그녀는 그곳에 일주일 넘게 있었던 시간이 참 좋았다고 기억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았냐고 했더니 ‘내 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고 했다.
나는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챈다는 뜻이 뭐냐고 했더니,
내 마음 상태가 지금 화가 났는지, 좋은지, 슬픈지 등등을 알게 됐다고 했다.
내 마음을 내가 안다? 그 당시 그 말을 들었을 땐 알 것 같기도 하고,
잘 이해가 안 되기도 했는데,
그 후 다른 친구를 만나면서 내 마음을 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다.
그 다른 친구는 안팎으로 꽤나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은 딸이었는데, 어느 날 문득 자신이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앨범을 만들어주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하루 종일 앨범 만드는 것에 매달렸다고 한다.
사진을 오려 붙이고, 장식을 하고, 글을 쓰고, 색칠을 하고…….
꽤나 시간이 걸리고 고된 작업이었지만
외출은 물론이고, 밥도 먹지 않고 앨범 만드는 일에만 열중했다고 한다.
그 때는 자신이 왜 그렇게 앨범 만드는 것에 집착을 했는지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서 보니 그때가 우울증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다고 했다.
우울증이 찾아오면서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 전 딸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려 했다는 것을…….
그 친구는 뒤늦게라도 자신의 마음 상태가 어떤지 알게 돼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편안해졌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섬뜩하다고 한다.
그 친구의 얘기를 듣고 보니 내 마음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깨닫게 됐다.
만약 지금 자신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알았더라면
식음을 전폐하며 앨범을 만드는 데 집착하지 않았을 거고,
좀 더 긍정적으로 자신을 생각할 수 있지 않았을까?
흔히,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친구의 경우처럼 자신이 어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지 짐작도 못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기도 한다.
심지어 나는 내가 정말 기쁜지, 즐거운지 조차 헷갈릴 때도 있다.
어떤 상황에선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하지만
내 마음을 몰라서 뭘 어떻게 할 지 모를 때도 있다.
『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라는 책에선
스스로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분과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분노든, 질투든 후회든 모든 감정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기감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애쓰며
그 결과 지금보다 더욱 불행한 느낌을 강화한다고 한다.
감정은 스스로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거나 부인하면 그 감정은 더욱 강해져 자신을 파괴하고 만다.
“슬플 때 울지 않으면 당신의 신체 장기들이 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