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코로나19부터 우크라 사태까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창간기획】 코로나19부터 우크라 사태까지, 글로벌 공급망 위기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10.12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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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식량 위기 심각"…1년간 긴급지원 제도 운영
아프리카‧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중심 식량 위기 심화

기후변화 대응책 없이는 전쟁 끝나도 위기 지속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곧 비료 및 식품 산업으로 확산

【창간기획】 총성 없는 식량 전쟁, 위기감 고조

①코로나19부터 우크라 사태까지, 글로벌 공급망 위기
②대한민국, 곡물자급률 OECD 최하위...식량안보 위태
③식량 공급사슬 구축 위한 푸드테크가 미래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먹거리 관련 분야를 여기에 포함시킨 이들은 드물다. 지금 이 시간에도 먹거리와 테크놀로지를 융합한 푸트테크 콘퍼런스가 세계 여러 곳에서 끊임없이 개최되고 있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2025년까지 세계 푸드테크 시장이 7000조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를 방증한다. 우리의 먹거리가 처한 진짜 위기는 무엇이며 세계는 지금 어떤 푸드테크 혁명을 이뤄내고 있는지, 그 가운데 국내의 움직임을 살피고 동향을 전망한다. <편집자주>

[한국뉴스투데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의 공급망이 붕괴됐다. 특히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전쟁은 많은 국가에서의 식량 수출 금지를 불러왔고, 이는 높은 투입 가격으로 이어지며 향후 심각한 글로벌 식량 안보 위기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7월말 기준 글로벌 농산물 물가지수는 올해 1월 대비 19% 상승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2024년 말까지 식량 공급 불안정과 물가 불안이 이어질 전망이다.(사진/픽사베이)
올해 7월말 기준 글로벌 농산물 물가지수는 올해 1월 대비 19% 상승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2024년 말까지 식량 공급 불안정과 물가 불안이 이어질 전망이다.(사진/픽사베이)

IMF "식량 위기 심각"…1년간 긴급지원 제도 운영

지난달 30일 IMF(국제통화기금)는 식량 위기 문제에 대한 대응을 위해 1년간 긴급지원 제도를 운영키로 했다.

이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새 창구는 식량 수입이나 곡물 수출 충격, 심각한 식량 불안 등으로부터 고통받는 국가들이 긴급지원에 추가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IMF의 이번 조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과 비료의 흐름이 교란되면서 촉발된 식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IMF의 연구 보고서를 보면 현재 3억4500만 명이 생명을 위협받는 수준의 식량 부족 상황에 놓여있다.

특히 식량 및 비료 가격 급등에 따라 식량 위기가 심각한 48개국이 2022~2023년에 모두 90억 달러의 수입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기후 변화와 팬데믹, 지역 분쟁에 따라 식량 생산과 유통이 교란되면서 음식값이 폭등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식량과 비료 가격을 더 상승시켰으며 이에 따라 식량 수출입 업자들이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중심 식량 위기 심화

이런 IMF의 대응을 뒷받침하듯 식량 위기를 우려하는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먼저 FAO(식량농업기구)가 조사해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를 보면 올해 상반기 평균 147.9로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평균 95.0에 비해 55.7%나 증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직후인 지난 3월에는 159.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가 세계 최대 곡창지대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를 봉쇄했고, 수출용 곡물의 발이 묶이면서 전 세계 곡물시장이 크게 요동친 것이다.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원이 내놓은 자료에서도 지난 7월 말 기준 글로벌 농산물 물가지수는 지난 1월 대비 19% 상승했다. 특히 주요 곡물인 옥수수와 밀 가격이 같은 기간 동안 각각 16%, 22% 올랐다.

이에 따라 대부분 국가에서 식품 가격이 전체 물가 상승분을 초과하고 있는데, 저소득 국가의 94%, 중하위 소득 국가의 89%, 중상위 소득 국가의 83%, 고소득 국가의 70%가 높은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을 마주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의 사람들이 고소득 국가 사람들보다 식량에 더 큰 비용을 지출하기 때문에 식량 가격 상승은 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이다. 지역별로는 남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들에서 심각한 식량 불안정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쟁 발발 이후 많은 국가에서 식량 수출 금지 등 무역 관련 정책 시행이 급증한 것이 대다수 국가의 식량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16일 기준으로 20개국은 세계시장에서 거래되는 칼로리의 7.07%에 영향을 미치는 33개의 식품 수출 정책 조치(수출 금지)를 시행했으며, 6개국은 글로벌 거래 칼로리의 2.88%에 해당하는 8가지 식품의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대표적으로 세계 밀 생산 2위인 인도는 지난 5월 밀 수출을 제한했다. 식량 불안이 가중되자 자국 시장 안정을 위해 밀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곡물 시장은 또 한 번 출렁였다.

팜유 가격이 급등하자 인도네시아 정부도 팜유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식용유 가격이 급등했다. 대형마트 등에서는 재고가 바닥나는 등 식용유 대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면서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밀 가격이 이전 종가보다 7.3% 올랐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사진/뉴시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면서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밀 가격이 이전 종가보다 7.3% 올랐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사진/뉴시스)

기후변화 대응책 없이는 전쟁 끝나도 위기 지속

FAO를 비롯한 수많은 글로벌 기관‧단체 등은 최근의 식량 위기를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19와 국가간 분쟁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을 해결하지 않고는 벗어날 수 없다고 전망하기 때문이다.

먼저 기후변화는 식량 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들고 농작물, 가축 및 어업에 상당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엘니뇨나 라니냐 등 이상 기온을 불러오는 기후변화 현상이 식량 위기 악화 가능성을 증가시키고, 특히 이상 기후에 의한 강우량 변화는 곡물 수확량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용 가능한 가축 목초지를 황폐화하는 실정이다.

세계은행은 기후변화가 향후 10년 동안 1억 명 이상을 빈곤으로 몰아넣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역시 지난해 연구를 통해 유럽에서 지난 50년 동안 폭염과 가뭄이 작물 생산에 미치는 영향의 심각도가 1964~1990년 동안 2.2%의 손실에서 1991~2015년 기간에는 7.3% 손실로 세 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재 기상 이변으로 15개국, 2300만 명 이상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올해 초에는 이러한 기상 현상으로 인해 전 세계 밀 생산량이 줄어들었으며, 향후 기후 변화와 관련된 많은 유사한 사건이 계속해서 세계의 농업 생산을 심각하게 감소시킬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곧 비료 및 식품 산업으로 확산

아울러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류비용 및 비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옥수수 등의 바이오 에너지 전환으로 곡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비료 생산의 주원료인 천연가스는 하버(Haber) 공정을 통해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데 이용되고, 이는 질소비료의 주요 공급 원료로 제공된다.

질소비료는 식량 생산 증대와 전 세계 인구 증가에 크게 기여했으며, 현재 지구상 약 절반이 합성 질소비료로 곡물을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원자재 가격 기관 ICIS는 “모든 비료가 기록적인 가격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2008년 최고치를 훨씬 뛰어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비료와 연료를 포함한 농업 투입 비용이 식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 수출 축소 효과보다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미국의 경우 전체 비료 중 70%는 옥수수·밀·대두 생산에 사용되고 있어 비료 가격 상승은 이들 곡물 생산 비용 증가로 연계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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