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폭증하는 마약 사범, 잇따르는 2차 사고
【창간기획】 폭증하는 마약 사범, 잇따르는 2차 사고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10.14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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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복용 이후 폭행·살해 등 2차 사고 심각
치사량 이상 마약 복용 및 종용으로 사망도

대규모 하수처리장 27곳 모두 필로폰 검출
마약류 사범 및 마약 단속량 가파르게 증가

【창간기획】 마약 대중화 시대...마약 청정국 끝났다

①폭증하는 마약 사범, 잇따르는 2차 사고
②접근 쉽고 저렴...청소년도 예외 없는 중독
③‘마약과의 전쟁’ 선포...수사력 강화 속 치료 공백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국가들이 속속 등장해 온 세계 정세와 달리, 5년 전 대한민국은 한 해 마약류 사범이 1만 명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마약 사범은 1만6000명에 달했고, 마약 밀수 단속량은 5년 전에 비해 18배로 폭증했다. 마약 복용 후의 성범죄·폭행·사망 등 2차 사고 소식도 매일같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마약 유통이 확산하면서, 정부는 황급히 마약 유통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단속 강화를 위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것은 물론 마약 유통을 근본적으로 저지할 대책도 전무한 실정이다. 나아가 중독 치료 및 재활을 위한 제도 역시 부재해 마약의 대중화로 인한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마약 오염국으로 접어든 지금, 대한민국 마약 유통의 사각지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한국뉴스투데이] 최근 마약 소지 및 유통이 적발되는 사례는 물론 마약 복용 후 사망하거나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마약 대중화의 심각성은 여느 때보다도 대두되고 있다. 마약류 사범 검거 수 및 마약류 밀수 단속량 역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대한민국이 더 이상 마약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은 거듭 확인된다.

마약을 유통하다 적발된 사례는 물론 마약 복용 후 타인을 살해하거나 사망하는 사건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마약을 유통하다 적발된 사례는 물론 마약 복용 후 타인을 살해하거나 사망하는 사건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마약 복용 후 2차 사고 빈발

지난 7월 5일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20대 남성 A씨와 30대 여종업원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들이 메스암페타민(이하 필로폰) 중독에 의해 사망했다고 밝혔고, A씨의 차에서는 2000명분이 훌쩍 넘는 64g의 필로폰 가루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평소에도 마약을 소지·복용해 온 A씨는 이날 치사량 이상의 필로폰을 술에 섞었고, 술을 마시는 게임을 하며 해당 술을 B씨가 먹도록 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다른 손님 3명이 필로폰 탄 술을 B씨에게 먹이려는 A씨의 의도를 알고도 동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으며, 추적 끝에 A씨에게 마약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 공급책 4명도 구속했다. 

이외에도 작곡가 겸 사업가인 돈스파이크(45·본명 김민수)는 필로폰을 약 8차례 공동 또는 단독 매입하고, 이를 10여 차례에 걸쳐 투약한 혐의로 지난 5일 구속됐다. 돈스파이크는 지난해 12월부터 보도방 업주와 함께 필로폰을 구입해 이를 서울 강남구 일대 등에서 여성 접객원 2명과 함께 투약하거나 호텔·차량 등에서 단독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찰은 1000여 명분의 필로폰도 함께 압수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마약을 여러 차례 매입하고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는 돈스파이크(45·본명 김민수)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부터 마약을 여러 차례 매입하고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는 돈스파이크(45·본명 김민수)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6일에는 지나가던 60대 남성을 폭행한 뒤 돈을 빼앗고, 도로 경계석으로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C씨가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C씨는 살해 이후 또 다른 행인을 폭행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C씨는 관세음보살의 목소리에 따라 필로폰을 투약해왔으며, 범행 전에도 필로폰을 투약했고, 관세음보살의 지시에 따라 범행했지만 당시의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또 지난 12일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택시에 두고 내린 마약 봉지를 되찾으러 온 D(26)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D씨의 하차 후 자리에 남아있던 마약 의심 물질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가 경찰에 신고했으며, D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D씨에게 마약 전과가 있어 경찰은 마약 소지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 13일에는 프로 골퍼 겸 유튜버인 E(29)씨가 동료 여성 프로 골퍼에게 “숙취 해소용 약”이라고 속여 마약을 투약하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7월 피해자는 E씨와의 술자리 이후 몸이 이상하다고 느껴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E씨는 경찰 조사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건넨 혐의 등을 시인했고, E씨와 함께 해당 술자리에 동석했던 골프 수강생 3명을 조사한 결과 4명 모두 마약 양성 반응을 보였다.

마약류 사범 폭발적 증가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년간 실시한 하수 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행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수 역학 기반 마약류 조사는 폐기된 마약류의 하수 유입 가능성 및 강우량 등의 변수로 한계가 있으나, 수사기관의 적발 외에 실제 사용되는 마약류의 종류 등을 파악할 수 있어 호주와 유럽연합 등에서 활용되는 조사 기법이다.

식약처가 하수 처리 규모 및 인구 수 등을 고려해 전국 27개 대규모 하수처리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이 검출됐다. 이외에도 엑스터시는 21개소, 암페타민은 17개소, 코카인은 4개소에서 검출됐다. 전국 각지에서 마약 투약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관세청의 마약밀수 단속량도 크게 늘었다. 2017년 69.1kg이었던 단속량은 지난해 1272.5kg으로 18배가량 폭증했다. 이는 관세청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적발량으로, 4499억원어치 규모다. 또 마약을 은닉하는 방법 또한 다양해져 관세청은 ▲독일발 국제우편에서 모발 영양 크림에 케타닌 970g을 숨긴 사례 ▲미국발 국제우편에서 입욕제에 필로폰 4kg을 숨긴 사례 ▲멕시코발 해상화물에서 항공기 부품에 필로폰 403kg을 숨긴 사례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열린 '국제공조를 통한 마약류 밀수과정' 언론 브리핑에서 세관 직원이 적발된 마약 물품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3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열린 '국제공조를 통한 마약류 밀수과정' 언론 브리핑에서 세관 직원이 적발된 마약 물품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민국의 마약류 사범은 지난 1999년 처음으로 1만 명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2002년 검찰이 강력한 단속으로 마약 공급 조직을 적발하고 공급선을 차단하면서 2003년부터 4년간 마약류 사범 수는 7000명대로 감소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2015년 다시 1만 명대를 넘어선 이후 마약류 사범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20년 1만8050명에 달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마약류 사범은 1만4123명→1만2613명→1만6044명→1만8050명→1만6153명 수준이다. 검찰은 “이는 최근 다크웹 등 인터넷, 텔레그램 등 SNS 등을 이용해 해외 마약류 공급자와 연락이 용이해짐에 따라 국제우편물을 이용한 마약류 구입 사례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한편, 통상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이하일 경우 ‘마약 청정국’에 해당한다고 설명하지만, 마약 청정국을 분류하는 명확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인구 10만 명당 검거된 마약류 사범 수인 ‘마약류범죄계수’가 20을 넘을 경우 마약류 사범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기술한 바 있다. 지난해 한국의 마약류범죄계수는 31.2를 기록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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