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커스】 윤 대통령 “학업성취도 전수평가”...일제고사 부활 논란
【위클리포커스】 윤 대통령 “학업성취도 전수평가”...일제고사 부활 논란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10.15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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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학업성취도 전수평가 실시”
교육부 차관, “전수평가 아니다...자율 참여”

‘자율’평가에 ‘필수’ 참여하라는 교육청 등장
사실상 전수평가 흐름에 일제고사 부활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확대를 두고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언해 혼란이 빚어졌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확대를 두고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언하며 혼란이 빚어졌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윤석열 대통령이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확대를 두고 전수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인 가운데, 일부 교육청에서는 자율평가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전수평가에 동조하고 있어 사실상 일제고사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윤 정부, ‘일제고사’ 부활 선언?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국무회의를 통해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별로 밀착 맞춤형 교육을 해서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학력안전망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2월에도 학업 성취도 및 격차 파악을 위해 주기적인 학력 검증 전수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난해 고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수학·영어 수준이 미달하는 학생이 2017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 기초학력은 우리 아이들이 자유 시민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라며 “줄 세우기라는 비판 뒤에 숨어 아이들의 교육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어두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교육부는 내년부터 4년간 시행되는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는 2024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의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시행돼온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 3%를 대상으로 진행돼왔는데, 이와 별도로 자율평가를 확대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율평가는 학교·학급 단위로 신청해 참여하는 시험이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 시행된 기초학력보장법의 시행령에 따라 모든 학교는 학년 시작일로부터 2개월 안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지원 대상 학생으로 선정해야 한다. 이에 대부분의 학교가 평가에 참여할 확률이 높아, 일제고사가 사실상 부활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날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일각에서 일제고사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지만 일제고사나 전수조사를 부활하겠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전수평가라는 용어를 써서 해석에 혼선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난 정부에서 폐지했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쓴 것이다. 참여를 원하는 학교에 대해서만 확대하는 것”이라며, 결과 역시 개별 학생에게만 통보된다고 해명했다.

교육청별 반응 엇갈려

일제히 모든 학생들이 시험을 치른다고 해서 일제고사로 불렸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지난 1998년부터 2007년, 즉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표본 집단을 대상으로만 실시됐다. 그런데 이주호 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2008년 당시 전수조사 방식을 부활시켰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학력 미달 학생이 많은 학교를 우선 지원해 미달자들의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이며, 학교 간 비교 자료로 사용해 불이익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결국 일제고사 성적은 각 시도교육청별 특별교부금 배분 등의 주요 지표로 활용됐고, 이에 각 학교는 일제고사에 포함되지 않은 과목의 수업 시수를 축소하는 등 경쟁에 뛰어들었으며, 학생들과 학부모 역시 고득점을 위한 사교육 열풍에 휩쓸렸다.

이에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이를 표집평가 방식으로 재차 전환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저하 문제가 부상하자 원하는 학교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치를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교육청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13일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가 획일적 전수평가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다. 기초학력 미달인 학습지원 대상학생을 파악하기 위한 진단과 선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해당 학생들에 대해 세심하게 지원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일부 교육청은 전수평가 방식에 동조하고 있다. 지난 8월 부산시교육청은 이미 특성화고를 제외한 지역 전체 초·중·고교에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필수로 신청하라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지역 교육청이 공식적으로 참여를 유도해 자율 참여 취지를 해쳤다는 비판도 일었지만 부산시교육청은 철회하지 않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교육청이 교육부의 방침을 어겨 월권했다며 형사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이외에도 강원도교육청은 ‘강원학생진단평가’로 사실상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추진해왔고, 윤건영 충북교육감 역시 국정감사 질의에서 “자율성을 전제로 한 전수평가이고 그 진단으로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다면 전수평가도 그렇게 부정할 필요는 없단 생각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교조, “자율이란 이름은 허울”

이에 11일 전교조는 “이미 몇몇 시도교육청에서 전수평가를 강요하는 상황에서 자율이란 이름은 허울만 남아있을 뿐”이라며 “일제고사를 강행하고 성적을 공개해 모든 학생들을 줄 세우기 경쟁 교육으로 몰아넣은 주역인 이주호 전 교과부 장관을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터라 학교 현장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교조는 “학업성취도평가를 확대 실시하면 초등학교에서부터 국어, 영어, 수학 등 지식 교과를 중심으로 한 문제 풀이 수업이 확대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수업의 창의성과 자율성은 위축되고 지식 중심의 사지선다 찍기 시험이 표준화될 것이며, 현재 지역별·학교별로 다양화된 교육과정은 국·영·수를 중심으로 획일화될 가능성이 높다. 학업성취도 평가 대비를 위한 사교육 시장은 활성화되었으며 온라인 서비스도 이미 제공하고 있다. 자율이라는 미명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강요하려는 계획은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교조는 “기초학력의 핵심은 진단이 아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돌볼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핵심”이라며 “학생들의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와 교원 확충이 우선이다. 정부는 교사를 줄이고 초중등 교육예산을 축소하려는 계획부터 철회하고 교사들의 외침에 책임 있는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학력진단을 일제고사로 폄훼해 거부하고 깜깜이 학력을 조장하면 자칫 학습 결손을 누적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교총은 “무엇보다 교사가 학생 교육에 전념할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최선의 지원방안이다. 학생 개별교육을 위한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감축, 수업 연구와 방과 후 지도를 위한 비본질적 행정업무 폐지,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등 근본대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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