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아프면 쉴 권리 보장 법제화” 권고, 고용노동부 불수용
인권위 “아프면 쉴 권리 보장 법제화” 권고, 고용노동부 불수용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10.25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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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외 질병이어도 쉴 수 있도록 보장해야” 권고
노동부 “휴가제도 수년간 확대...정합성 검토하겠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6월 아프면 쉴 권리 보장을 위해 업무 외 상병 휴가 및 휴직 제도를 법제화하라고 권고했으나 고용노동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6월 아프면 쉴 권리 보장을 위해 업무 외 상병 휴가 및 휴직 제도를 법제화하라고 권고했으나 고용노동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국가인권위원회)

[한국뉴스투데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라는 권고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보건복지부는 일부 수용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14일 인권위는 일하는 사람의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모든 임금근로자가 업무 외 상병에 대해 일정 기간 내에서 휴가 및 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추진할 것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모든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 상병수당 제도 조속히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권고는 코로나19로 아프면 집에서 쉴 것이 국가적으로 권고되면서도, 업무 외 질병으로 일을 하기 어려워진 경우 휴가를 사용하거나 소득 상실을 보전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있지 않아 코로나19의 감염이나 백신 접종으로 아픈 경우에도 일을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례가 속출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권고 당시 인권위는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재난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고, 모든 사람은 감염병 외에도 다양한 상병으로 언제든 쉼이 필요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우리 사회도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권 증진 및 빈곤 예방, 그리고 감염병 확산 방지라는 여러 측면을 고려해 아프면 쉴 권리르 사회안전망 구축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25일 인권위는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장관은, 업무 외 상병이 발생할 경우 해당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및 일자리 상실 위험을 낮추기 위해 상병 휴가·휴직 제도 등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나, 최근 수년 동안 확대된 휴일·휴가제도의 정착 상황, 상병수당 시범운영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전문가 및 노사 등과 충분히 대화하는 한편, 다른 휴일·휴가제도와의 정합성 등을 고려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회신했다”고 전했다.

이에 인권위는 “고용노동부는 인권위 권고 취지에 공감한다는 뜻을 표하면서도 임금근로자의 업무 외 상병에 대한 차별 없는 휴가·휴직 권리를 법제화하라는 권고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고용노동부는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위는 “고용노동부가 인권위의 권고를 적극 수용하지 않은 데 대하여 유감을 표하며, 향후 일하는 사람의 업무 외 상병에 대한 휴가․휴직 권리의 법제화 관련 정책 추진에 적극 임하여 줄 것을 거듭 촉구하고자 관련 내용을 공표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법 제25조 6항은 필요한 경우 인권위가 권고한 내용의 이행 상태를 공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인권위의 권고에 관련해 “업무 외 상병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근로자가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난 7월부터 전국 6개 지역에서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며 “3년간 시범사업 후 성과, 재정 소요 등을 고려해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제도를 설계하고, 관계부처·전문가·이해관계자 등과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2025년 제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관해 인권위는 “보건복지부는 현재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고 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혀,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한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다만 보건복지부의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인권위 권고 이전에 이미 확정된 사업으로, 시범사업 추진 외에 추가로 제출된 이행계획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2020년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급 여부를 막론하고 업무 외 상병에 대한 병가제도를 운영하는 사업장 비율은 21.4% 수준이었다. 또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일수록 병가제도 운영률은 낮았다. 5인 미만 사업장 가운데 병가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12%였고,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 가운데 병가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19.8%에 그쳤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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