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후불평등 해소' 기후정의 운동...황인철 녹색연합 활동가
【인터뷰】 '기후불평등 해소' 기후정의 운동...황인철 녹색연합 활동가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2.10.27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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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열린 ‘924 기후정의행진’
기후변화 문제의 책임과 피해의 불평등

[한국뉴스투데이]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성별과 종교,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평등은 법이 보장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 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불평등으로 인한 여러 문제를 안고 있고 이는 기후 문제에서도 나타난다. 전 세계 상위 10%의 부유층이 지난 25년간 배출한 탄소는 52%로 절반이 넘는다. 이는 폭염, 폭우,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을 불러왔고 피해는 하위층 50%가 고스란히 떠안았다. 황인철 활동가는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에서 이같은 기후불평등 해결을 위한 기후정의 운동을 벌이고 있다. 기후불평등을 일으키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에 초점을 맞춘 기후정의 운동을 따라가 봤다. <편집자주>

지난 924기후정의행진을 주관한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 소속인 황인철 활동가는 기후불평등 해결을 위한 기후정의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지난 924기후정의행진을 주관한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 소속인 황인철 활동가는 기후불평등 해결을 위한 기후정의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지난 9월 24일 서울 시청에서 모두가 함께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924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슬로건으로 열린 ‘924 기후정의행진’은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를 종식하고 ▲모든 불평등을 끝내는 것은 물론 ▲녹색성장과 그린워싱을 멈추고 기후정의 ▲탄소중립을 넘어 배출제로 사회로 등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주요 거점들을 경유하는 대규모 행진을 벌였다.

이날 ‘924 기후정의행진’에는 노동, 농민, 여성, 장애인, 동물권, 환경, 종교 등 400여 개 단체가 참여하고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한 한국 기후운동 사상 가장 큰 규모의 행사로 기록됐다. 특히 2019년 9월 기후위기 비상선언 선포 이후 코로나로 인해 3년만에 열린 행사였다.

황인철 활동가는 ‘924 기후정의행진’을 주관한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 소속으로 이번 행진은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목소리라고 말했다. “코로나 전인 2019년만 해도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과 그 이유는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정도였지 한국 사회에 기후위기 인식 자체는 부족했어요. 정부와 기업, 언론도 전혀 관심이 없었죠. 하지만 코로나로 모두가멈춘 3년 동안 정부가 탄소중립을 선언하자 기업들은 앞다투어 ESG경영을 내세웠고 언론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죠.”

지난 9월 24일 서울 시청에서 열린 대규모 행진 ‘924 기후정의행진’ (사진/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 제공)
지난 9월 24일 서울 시청에서 열린 대규모 행진 ‘924 기후정의행진’ (사진/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 제공)

“그동안 정부와 기업이 발표한 탄소중립 정책으로 겉으로는 당장이라도 기후위기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해요.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60%를 단 20개 기업이 배출하고 있어요. 누군가는 여전히 탄소를 배출하고 있고 그 피해는 최하위층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죠. 소수의 부유층과 기업들이 대부분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책임을 묻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 중요해요.”

국제적으로도 기후불평등은 존재한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8% 정도에 지나지 않는 북반구 선진국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70% 배출하고 있어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산업화 과정에서 배출한 대부분의 탄소의 피해는 산업화를 겪지도 않거나 경제성장의 큰 성과를 누리지도 못한 아프리카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어요" 

이는 기후정의 운동으로 이어졌다. “기후위기 문제에서 늘 온실가스가 문제라는 이야기만 했지 왜 온실가스가 생기고 있고 계속 늘어나고 있는지를 보게 된거죠. 재생에너지로 바꾸고 전기자동차를 늘리는게 해결책이 될 수도 없어요. 재생에너지도 전기차도 또 다른 에너지를 끌어 쓰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단지 온실가스 감축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사회, 경제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노력이 기후정의 운동이에요.”

'924 기후정의행진’은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슬로건으로 모두가 함께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400여개 단체, 3만50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 제공)
'924 기후정의행진’은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슬로건으로 모두가 함께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400여개 단체, 3만50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 제공)

환경 단체들의 이런 목소리에 누군가는 그럼 모든 경제 활동을 멈추자는 이야기냐고 반문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는 중요한 문제에요.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도 가장 주목하는 문제가 경제성장률이라는 지표고요. 기업들은 이익을 위해 생산을 해야만 하니까 멀쩡한 핸드폰도 바꾸게 만드는 등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하는 것도 경제 성장을 위한 것이겠죠. 하지만 유한한 지구에 살면서 한정적인 에너지와 자원을 쓰는데 계속 성장해야 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이야기 아닌가요? 군대에서 필요한 무기를 만들면 경제성장률은 올라가겠지만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우리가 잘 살고 있다는 기준을 경제성장률로 삼으면서 복지나 문화 등 정작 중요한 가치는 평가 절하되고 있어요. 경제는 성장할지 몰라도 자살율 1위에, 노인빈곤율 1위라는 불명예는 경제만 바라보고 온 사회 구조가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죠.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하고 버리는 구조로 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이윤이 줄더라도 노동권을 보장하고 복지가 보장되고 사회 불평등의 차이가 줄어드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보는 거죠.” 황인철 활동가는 경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2011년 영국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발표한 도넛 경제 모델을 예로 들었다. 도넛 경제학은 인간과 환경을 함께 지켜내기 위해 도넛의 안쪽 고리는 사회적 기초, 도넛의 바깥쪽 고리는 생태적인 한계로 정의해 안쪽 고리와 바깥쪽 고리 사이가 균형을 이루는 영역으로 보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불평등하게도 가난하고 열역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그 피해가 우선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 제공)

“환경과 생태계를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경제를 운영하는 것이 필요해요. 뉴질랜드의 경우 경제성장률과 함께 복지와 성평등 지표 등 여러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정운영을 하겠다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코로나 초기에는 마스크를 쓰고 격리를 하고 백신을 맞는 등 이전에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조치를 했지만 결국 건강과 안전, 생존을 위해 우리 모두가 대응 방안을 받아들이고 변했잖아요. 기후 문제에서도 이처럼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고 이런 변화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후정의 운동은 우리 삶의 관점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선진국의 경제성장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네팔이나 부탄같은 나라들의 방식에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부탄 GDP(국내총생산)은 형편없지만 국민챙복지수를 측정할 방법을 개발하고 2008년부터 국가 정책의 기본 틀로 국민행복지수를 채택했어요.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것도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잘 살기 위해서에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삶이 위태롭고 생존은 위협을 받아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결국 모든 사람들이 존엄하게 평등하게 살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것과 일맥상통해요.”

유엔인구기금(UNFPA)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 자연재해는 지난 20년간 약 200회에서 최근 약 400회로 두 배 이상 늘어났고, 1973년부터 2003년까지 매년 평균 1억6000만명 이상이 기후변화로 죽어가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금 이대로가면 기후 재난은 빈번해지고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 경고하고 있어요. 인류가 이때까지 사용해 온 화석연료가 자초한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사회와 삶의 방향을 전환해야 할지 논의가 필요해요."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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