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마약과의 전쟁’ 선포...수사력 강화 속 치료 공백
【창간기획】 ‘마약과의 전쟁’ 선포...수사력 강화 속 치료 공백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10.28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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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 수사 인력 및 관련 예산 부족 지적 지속
당정, “컨트롤타워 구축하고 예산·역량 총동원”
예방·재활·치료 시스템 사실상 부재...공백 심각

【창간기획】 마약 대중화 시대...마약 청정국 끝났다

①폭증하는 마약 사범, 잇따르는 2차 사고
②접근 쉽고 저렴...청소년도 예외 없는 마약 중독
③‘마약과의 전쟁’ 선포...수사력 강화 속 치료 공백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국가들이 속속 등장해 온 세계 정세와 달리, 5년 전 대한민국은 한 해 마약류 사범이 1만 명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마약 사범은 1만6000명에 달했고, 마약 밀수 단속량은 5년 전에 비해 18배로 폭증했다. 마약 복용 후의 성범죄·폭행·사망 등 2차 사고 소식도 매일같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마약 유통이 확산하면서, 정부는 황급히 마약 유통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단속 강화를 위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것은 물론 마약 유통을 근본적으로 저지할 대책도 전무한 실정이다. 나아가 중독 치료 및 재활을 위한 제도 역시 부재해 마약의 대중화로 인한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마약 오염국으로 접어든 지금, 대한민국 마약 유통의 사각지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26일 김희중 경찰청 형사국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당정협의회에서 최근 마약범죄 관련 동향 및 대응 현황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6일 김희중 경찰청 형사국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당정협의회에서 최근 마약범죄 관련 동향 및 대응 현황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마약 유통이 급증하는 데 비해 마약 관련 인력과 예산 모두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마약 근절에 수사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마약 관련 재활 치료 시스템은 전무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 수사력 강화 흐름 속 치료 공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마약 관련 인력·예산 부족

지난 6일 대검찰청이 발표한 월별 마약 단속 현황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붙잡힌 마약류 사범은 1만2233명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마약류 사범은 1만4123명→1만2613명→1만6044명→1만8050명→1만6153명의 추이를 보여 왔다. 관세청이 압수한 밀수입 마약류 역시 지난 2017년 69.1kg이었던 데서 지난해 1272.5kg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이에 비해 마약 수사 전담 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2017년 219명이었던 경찰의 마약 수사 전담 인력은 지난해 345명으로 57%가량 늘었지만, 그간 전체 마약류 사범은 약 114%, 전체 마약 압수량은 약 840%로 폭증한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충원 규모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 2019년과 2020년 마약 수사 전담 인력을 각각 159명, 297명 늘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당시 각 100명, 85명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도 지난해와 올해에는 각각 216명, 82명 증원을 요청했음에도 정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1명도 증원되지 않았다.

마약 수사 관련 예산도 마찬가지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마약류 범죄 수사 관련 예산 현황에 따르면, 내년 경찰청 마약류 범죄 수사 관련 예산 총액은 18억4900만원으로, 올해 20억3900만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간이시약검사 도구, 마약탐지기, 노트북·컴퓨터, 마스크 등 수사 관련 장비 예산도 잇따라 줄었다. 

‘마약과의 전쟁’ 시작되나...정부 역량 총동원

이에 마약 수사 강화를 위해서는 우선 인력과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검경 안팎에서 이어졌다. 그러자 지난 26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국무조정실장 주관으로 ‘마약류 대책 협의회’를 구성해 마약류 관리에 대한 총괄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당정은  향후 1년간 범정부 차원 수사역량을 총동원해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운영한다. 이를 위해 검찰은 전국 4대 권역에 관계부처 합동 특수수사팀을 운영하고 경찰은 1만1400명가량의 인원을 동원해 단속·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해경은 수사팀을 8배가량 늘리고, 관세청은 광역수사체계를 편성하고 첨단 장비를 확충한다.

아울러 마약류 공급사범에 대해서는 중형을 구형하는 등 엄정히 처벌하고, 가상 자산을 포함한 모든 범죄 수익을 철저히 추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퍼지는 마약류 범죄와 오남용 문제가 일상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틀 전인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마약이 관리 가능한 임계치를 넘어 국가적 리스크로 확산하기 전 사회적으로 마약과의 전쟁이 절실하다”며 “우리 미래 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또 지난 13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대검찰청에 “범죄와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며 ▲검찰의 마약 수사 역량 조속 복원 ▲국제 공조 강화 ▲관계부처 협력을 통한 밀수입·유통 차단 ▲관계부처와의 마약류 사범 치료 재활 공조 등을 주문했다.

마약 중독자가 정부 지원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지정 병원은 전국 21곳이지만 사실상 운영되고 있는 곳은 2곳 뿐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마약 중독자가 정부 지원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지정 병원은 전국 21곳이지만 사실상 운영되고 있는 곳은 2곳 뿐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수사력 강화 흐름 속 재활 치료 공백

이처럼 정부가 수사력 강화에 주력하는 가운데, 마약 근절을 위해서는 예방·재활·치료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마약 예방·치료 활동을 이어온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장기간 재정난을 호소해왔으나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지원받은 국고보조금은 31억원 수준이었다. 마약 중독자들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돕는 민간 단체 ‘다르크’ 등 국내 재활센터 3곳은 모두 정부의 지원을 일체 받지 못하고 있다. 

마약류 중독자들이 정부·지자체의 지원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정된 병원은 전국 21곳이지만, 지난 10년간 치료비 지원을 받고 지정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는 2000여 명에 그쳤다. 정부가 책정한 중독자 치료비 지원 예산이 4억1000만원에 그치자 사실상 21곳 중 2곳을 제외하고는 중독 치료도 중단한 상태다. 

이날 당정은 “교정 시설 내 심리 치료와 출소 이후 치료 보호 등 마약 중독자의 사회 복귀를 위한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마약 중독 재활 센터 등 재활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마약 중독의 피해를 청소년들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공익 광고 캠페인을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펜타닐과 같은 의료용 마약류 처방시에도 환자의 마약 투약 이력 확인 절차를 의무화하고, 중독 치료 등 교정 시설에서는 대리 처방도 금지하는 등 남용 근절 대책도 발표됐다.

이어 이날 성 의장은 “치료센터 추가 증설 필요성에 공감한다. 지역별로 국민들이 민간마약퇴치본부를 더 효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를 당이 요청했다”고 언급하기도 했으나, 구체적인 치료 센터 확충 방안은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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